▶ 레저화제
▶ 영화로 유명한 고래, 아이슬랜드서 야생 적응훈련
북극권인 아이슬랜드 웨스트만 섬 근처에서는 요즘 진기한 광경이 벌어지고 있다.
섬 주변 바다 위에서 은색 헬기 한 대가 온종일 바다위를 선회하면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 또, 바다 위에는 3대의 소형보트들이 하루종일 섬 주변을 맴돈다.
보트들은 한순간 방향을 급선회하고, 열을 지어 달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몇시간 동안 한 지점에 머무르기도 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들이 뭘 하는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밀수꾼을 추적중인가 아니면 해양구조 훈련중인가, 그것도 아니면, 새로운 007 영화를 제작중인가.
다 틀린 대답이다.
이들은 케이코라는 수족관 고래를 야생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훈련시키는 중이다.
케이코는 1993년, 워너 브러더스가 고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프리 월리’에 등장했던 실제 주인공이다.
케이코는 1979년, 아이슬랜드 연안 북극해 근처에서 포획되었다.
포획 당시, 케이코는 두 마리의 십대 고래 중 한 마리였다. 고래의 평균 수명은 70내지 80년 정도로 인간과 비슷하다. 케이코는 포획된 직후, 캐나다의 한 해양주제공원으로 옮겨졌으나 잘 적응하지 못했다. 3년 후, 케이코는 멕시코 시티의 라이노 아벤츄라 주제공원으로 후송되었다.
이곳에서 케이코는 11년을 보냈다. 그러나, 아벤츄라 공원의 물탱크는 케이코가 다이빙을 하기에는 너무 얕았다. 또, 수온이 너무 높아 북극권에서 자라온 케이코에게는 맞지 않았다. 급기야, 케이코는 운동부족으로 무기력증에 빠져들었고, 바이러스성 피부병에 감염되었다. 이에, 아벤츄라 공원측은 케이코를 매각하길 원했으나, 아무도 병든 고래를 사려고 하지 않았다.
케이코를 구한 것은 ‘프리 윌리’ 영화 제작자 리처드 도너였다.
1993년 개봉된 ‘프리 윌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케이코는 전세계 어린이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게 되었다. 영화속 윌리의 실제 주인공이 물탱크에 갖힌 병든 고래 케이코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UPS의 후원하에 케이코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속에 넣어져 오리건 주의 뉴포트 수족관으로 후송되었다. 730만달러가 투입된 새 풀장은 면적이 아벤츄라 풀장의 4배에 달했다. 수온도 연중 화씨 37도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었고, 케이코가 마음놓고 다이빙할 수 있을 많큼 수심도 깊었다.
오리건 수족관으로 옮겨진지 18개월 만에 케이코의 체중은 거의 1톤이나 늘었다. 그 대부분은 충분한 운동으로 인해 생긴 근육 증가분이었다. 피부병도 말끔이 사라졌고, 물고기를 스스로 잡아먹는 기술도 향상되기 시작했다. 케이코는 오랜세월 냉동된 물고기만 먹어 왔기 때문에, 살아있는 물고기를 잡는 기술을 배우기도 쉽지 않았다.
케이코는 오리건으로 온 후 예전보다 더 행복해 보였으나, 아직도 자유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후원자들은 케이코를 영구히 북극해 고향으로 돌려 보내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1998년, 케이코는 다시 한 번 비행기 여행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자신이 원래 생포되었던 아이슬랜드의 차가운 북극해 연안으로 옮겨졌다. 축구장 크기의 새로운 풀장은 아름다운 클랫스빅 만 안쪽 바다 가운데 설치되었다. 이곳에서 두 번의 겨울을 지낸 후, 케이코의 거주구역은 850피트의 그물로 구획된 훨씬 광할한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조련사들은 케이코의 물고기 사냥을 돕기 위해 물맷돌을 사용, 물고기를 50야드 밖으로 던져 주었다. 그들은 또, 보트로 케이코를 인도하며 스태미너 및 스피드 향상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5월, 그동안 케이코를 가두었던 그물 장애물을 제거했다.
아일랜드에서 18개월간 케이코를 훈련시키는 소요된 비용만도 연간 300만달러나 되었다. 여기에는 하루 100파운드 이상의 물고기를 먹어치우는 케이코의 식비, 그리고 케이코에 딸린 18명의 스탭진들의 급료가 포함된다.
한편, 고래포획 금지조치에 반대하는 비판자들은 이것이 엄청난 돈낭비라며 비판을 가해왔다. 그러나, 케이코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모든 자금이 민간출연으로 조성된 것이며, 케이코를 통해 많은 과학자들이 체계적인 고래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아직도 최종적인 질문은 남아 있다.
과연, 케이코가 야생의 바다로 나가서 적응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아직은 아무도 케이코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케이코는 다른 고래들과의 싸움에서 부상을 당할 수도 있고, 고래들의 집단생활로부터 따돌림 당할 수도 있다. 케이코는 오랜세월 수족관 생활에 길들여진 나머지, 야생의 집단생활 생태를 망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션 퓨처스"라는 보호단체가 케이코가 야생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이 고래를 평생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조련사들은 이번 겨울을 넘긴 후, 내년 봄 중에 케이코를 완전히 바다로 내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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