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이후 감소, 3년전 새 법 제정 이후 부활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 소재 약국 ‘메드 스페셜티(Med Specialties)’에서는 모든 약을 조제한다. 작년에 이 약국의 문을 연 약사 마크 곤잘레즈는 거의 소멸의 위기를 맞은, 유서깊은 조제 기술을 잇는 약사중 한명으로 구식 도구인 유리 절구와 공이를 사용하여 약들을 섞는다. 곤잘레즈는 조제야말로 "약사들이 하도록 훈련받은 일"이라고 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조제술을 배운 약사들도 연방정부의 단속을 조심하느라 배운 기술의 사용을 꺼려왔다. ‘식품의약품국(FDA)’은 약사들이 살균규정을 위반하거나 환자의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를 근거로 ‘조제하는 것처럼 위장하여 승인받지 않은 신약을 제조하는’ 약사들을 추적해왔다. 결과적으로 합법적으로 조제하는 이른 포함, 많은 약사들은 FDA의 불시 단속을 염려, 조제를 중단했다.
그러나 1997년 연방의회가 FDA 개혁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사정이 달라졌다. 조제를 인가하는 한편 FDA로 하여금 주약학위원회의 조제 지침 작성에 협조하게 한 법 조항에 따라 조제약 시대의 부활을 기대하는 약사들이 자신의 분야로 귀환하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조제분야가 놀라운 부흥을 맞은 데 대해 ‘국제 조제약 저널(IJPC)’ 편집장 로이드 앨런은 "새 법에 따라 마침내 무엇이 합법적이고 아닌지가 분명해짐에 따라 약사들은 이제 다시 조제활동을 하기가 자유로와졌다"고 말하고 있다.
조제 약사 인구도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인다. 1992년에 352명에 지나지 않던 ‘국제 조제약 학회(IACP)’의 회원수는 오늘날 1,500명 이상으로 늘어났고 계속 증가중이다. 학회에 따르면 이중 조제만을 하는 이는 최소한 250명이라는데 뿐만 아니라 약대에서도 교육과정에서 조제의 비중을 높이고 조제를 선택과목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조제 기술을 넓히고자 하는 약사들에 부응한 특수 조제 대학들도 속속 출현하는 추세다.
조제가 거의 사라진지 10년이 채 못된 오늘날 전국 2만2,000여 독립 약국은 대부분 조제를 조금씩은 하고 있는 반면 전국의 3만여 체인 약국에서는 거의 없는 편이다. 곤잘레즈의 약국처럼 일부 약국들은 조제만을 한다. 이런 약국들은 대부분 길모퉁이같은 전통적 환경이 아니라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에 청결한 실험실을 차려놓고, 고객이 유리창 너머로 자신의 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전통적 조제는 늘 인기가 높았다. 약을 개인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맞춤 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특정 성분을 대체할 수 있고 미리 포장된 합성 호르몬 대신 자연 호르몬이 사용될 수도 있으며 삼키기 어려운 캡슐도 마시기 쉬운 액체로 변화가 가능하다.
곤잘레즈는 "우리의 목표는 환자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알약을 삼키지 못하는 어린애이건 피부 크림의 부작용을 못 견디는 노인이건 문제가 있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약을 재합성할 수 있다"고 조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제약의 기본이던 조제는 1960년대, 대형 제약회사가 등장하면서부터 약사들에 의해 포기되기 시작했으며 남은 조제약국들도 약사들이 약을 대량으로 제조하여 의사나 다른 약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려던 FDA의 단속에 겁을 먹었다. 물론 개인 처방에 따른 조제가 불법이었던 적은 없으며 약사가 의사에게 자신이 조제를 한다고 알리는 행위에도 제한은 없었다. 하지만 FDA는 일부 약사들이 많은 약을 미리 조제해놓고 선전하는 것은 제조에 상응한다고 봤던 것이다.
주요 제약회사들은 물론 용량, 위생등 환자의 안전을 들먹이며 조제약의 인기가 커지는 것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 사실 조제만해서 약사들의 생활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대부분은 조제와 처방약 판매를 겸해야 약국을 운영한다.
많은 보험회사들이 조제약 비용은 상환하지만 약사의 노임까지 보상하는 수준은 아니라 일부 조제 약사들은 아예 보험을 받지 않는다. 곤잘레즈도 그중 하나다. 곤잘레즈는 "약 자체에 필요한 성분은 1달러어치인데 약사의 시간과 노력은 50달러어치일 수도 있지만 보험회사는 단지 약값만을 상환한다"고 고충을 말했다. 그는 또 조제약은 그보다 함량이 부족한 일반 유명회사 제품인 매약보다 훨씬 값이 저렴하다고 덧붙였다.
곤잘레즈는 "관절염으로 진통제를 먹는데 진통제 부작용으로 소화장애가 발생해서 소화제까지 먹여야 하는 노인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럴 경우 나는 일반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진통제 크림을 조제한다. 그러면 환자는 통증부위에 크림을 바르기 때문에 소화장애 같은 부작용이 절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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