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V촌화제
▶ 텍사스 RV촌 주민들 투표권놓고 법정소송
11월 선거가 코앞에 닥치면서, 요즘 미국사회는 막바지 선거열풍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철과 맞물려 주목을 끌고 있는 시골도시가 있다.
텍사스 휴스턴 북부 50마일 지점에 위치한 리빙스턴시가 화제의 지역이다.
리빙스턴은 지리적 여건상 특별히 주목을 끌만한 지역이 못된다.
밤 8시만 되면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고, 맥주를 마시려면 연회비 10달러를 내고 클럽에 가입해야 할만큼 보수적인 남부의 시골도시에 불과하다. 주산업이래야 인근의 지역교도소가 전부다.
포크 카운티의 리빙스턴 인근에는 ‘레인보우 엔드’라는 레저 콤플렉스가 위치해 있다.
면적이 130여 에이커에 달하는 이곳은 수천명의 RV, 즉 레저차량 가족들의 한시적 거주지다. 이들은 영구 정착민은 아닐지언정, 법률상 이곳에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캠핑촌 레저차량 거주자들이 일반주민들처럼 지역사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
물론, 법률적으로는 투표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거의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투표판도를 좌지우지 할만큼 실질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초순, 3명의 주민들이 결국 이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사유는 이렇다.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률적으로는 물론, 물리적으로도 해당 지역사회에 연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한 달간, 텍사스 지방법원과 연방법원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법리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향후, 이 문제는 워싱턴 연방대법원에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저구역 주민들은 스스로를 현대판 집시, 즉 "도망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잔디관리, 굴뚝청소, 기타 잡다한 집수리 같은 번거로움을 피해, 이동생활을 선택한 그야말로 현대판 집시들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이다.
이동생활에서 오는 이점은 그 밖에 또 있다.
우선, 주거지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곳에서 싫증나면 다른 지역으로 운전해가면 그만이다. 뿐만 아니라, 이동용 차량생활은 재산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까지 있다. 주택재산세는 물론, RV 재산세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텍사스의 RV 재산세는 캘리포니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편, 레인보우 엔드의 터줏대감인 케이와 조 피터슨 가족은 벌써 15년째 이곳에서 차량생활을 하고 있다.
그 때만 해도, 이 캠프장은 25에이커의 면적에 RV 훅업시설이 13개에 불과한 소규모 시설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면적이 130에이커로 확장되었을 뿐 아니라, 그 안에 2개의 커뮤니티 센터와 보건소까지 있는 어엿한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이곳에는 하루에 두 번씩, 바퀴 18개가 달린 대형 우체국트럭이 다녀간다. 축구장 크기의 창고에서는 하루에 3만통의 우편물들이 분류된다. 일부는 메일을 직접 픽업하기도 하고, 일부는 다른 주소로 포워드 시킨다.
"아마도, 레인보우 엔드는 미국에서 우편물 포워딩 서비스가 가장 많은 곳일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말한다.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2만 2,000여명의 사람들 중, 9,128명은 이 주소를 투표지 주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숫자가 포크 카운티 전체인구 3만 7,000여명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이들의 투표권에 대해 공식적인 이의를 제기한 경우는 없었다. 캠핑촌 주민들도 수시로 후보들을 초청, 정견발표를 들어왔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텍사스주 전체의 정치판도와도 관련이 깊다.
차기 텍사스 주의회를 장악하는데, 포크 카운티가 큰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텍사스 주의회는 내년도에 주의원 선거구를 재조정할 예정이다. 따라서, 다음달 7일의 선거는 향후 10년간 주의회 세력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선거전이다.
4년전 주의회 상원선거전에서는 공화당 후보가 600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그중 400표는 레인보우 엔드에서 얻은 리드였다. 따라서, 당연히 공화당 진영은 캠핑촌 주민들의 선거권을 싸고도는 반면, 민주당 인사들은 반대한다.
한편, 비판가들은 캠핑촌 주민들이 ‘서류상의 텍사스인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들 중 대부분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인접 주에서 흘러들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커뮤니티에서 거의 시간을 보내지 않은 철새주민들이, 지역사회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캠핑촌 주민들은 현재 이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투표권 박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몇 년전, 부시 전대통령이 가끔씩 숙박했던 휴스턴 호텔을 자신의 임시 투표지 주소로 사용했던 전례를 상기시킨다. 이들은 또, 영구적 주소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시민권을 박탈하는 것은 민주질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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