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대 왕조 임금중에 거지 출신이 있다. 명나라 태조인 주원장이다.
주원장은 중국 역사에서 얼굴이 못생긴 왕으로도 유명하다. 곰보에 주먹코에 턱이 유난히 앞으로 튀어 나오고 눈이 비정상적으로 위로 올라가 누가 보아도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그가 왕이 된 후 화가들이 그의 초상화를 잘못 그려 죽거나 귀양갔다는 일화는 유명하하다.
그런데 주원장이 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추남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칼하다. 그는 젊은 시절 몽고의 통치에 저항하는 반란군에 사로 잡혔었다. 그 때 인상이 도둑놈같다는 이유로 죽을 뻔 했으나 반란군 두목은 “이런 관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정부군과 싸우는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하면서 부하로 삼았다. ‘홍두건’이라는 반란군에서 활약한지 16년만에 그는 중국을 평정하고 명나라 태조가 되었다. 얼굴이 너무 추해 죽을뻔 했다가 얼굴 못생긴 바로 그것 때문에 발탁되어 왕에 까지 올랐으니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인 셈이다.
에이브러험 링컨은 젊은 시절 남을 비난하기 좋아하는 변호사였다. 한번은 그의 독설 때문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상대방이 결투를 청해왔다. 사격솜씨가 별로 없는 링컨은 이 결투에서 운좋게 죽음을 면했다. 그는 이 사건에서 충격을 받고 그 이후로는 남을 비난하지 않았다. 전화위복인셈이다.
김재규가 보안사령관을 지내던 시절 ‘하나회’에 속하지 못한 일부 엘리트 장교들이 그의 측근이 되어 보려고 경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 때 김재규의 눈에 들어 출세한 영관장교들은 후일 그가 중앙정보부장이 되었을 때 측근이라는 이유 때문에 박대통령 암살음모에서 빠지지 못해 죽거나 구속되는 비운을 겪었다. 차지철도 마찬가지다. 많은 장교들이 차지철의 측근이 못된 것을 한때 불운으로 생각했었으나 오히려 측근에서 누락된 것이 자신들의 생명을 살린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도 전화위복이다.
인간의 삶은 잘되는 것이 꼭 잘 되는 것이 아니고 안되는 것이 꼭 불행한 것도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뉴스를 지켜 보며 새삼스럽게 떠올리는 것은 인생의 ‘전화위복’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과거가 없었더라면 오늘의 노벨평화상이 가능했을까. 일본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에게 납치되어 죽을 뻔 한 고비를 넘기는 드라마가 없었더라면 그가 과연 국제적인 야당 투사로 알려질수 있었을까. 12.12 이후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지 않고 신군부와 타협해 잘먹고 잘 살았더라면 그가 후일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영광은 고난에 비례한다. 서울 남산에 오른 사람에게는 박수가 없어도 에베레스트에 오른 사람에게 박수가 있는 것은 에베레스트 등산에는 생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난이 클수록 영광도 큰 법이다. DJ 자신도 인생에 회의를 느끼며 고민한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가 82년 11월 2일 옥중에서 부인 이희호여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
“도대체 내 인생이란 무엇인가. 일생을 두고 수난만 되풀이 하고 남과 같이 마음놓고 가족들과 단란한 생활 한번 못해 본채 이 나이가 되었으니 이러고도 산 것이라 할수 있는가”
“어디 내 개인의 수난뿐인가. 가족은 물론 얼마나 많은 형제친척들이 나로 인해 희생되었는지. 세상에 남이 나로 인해 입은 고통을 할 일 없이 보고 있는 것처럼 괴로운 일도 없다”
DJ의 노벨평화상은 운이 아니다. 비바람 몰아치고 천둥이 있은 후에 피어난 한송이 국화다. 그의 영광은 남산이나 북한산을 올라 얻은 것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에 오른데 주어진 메달이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전화위복’의 삶이다. 사람에게 의지만 있으면 고생 끝에 낙이 있기 마련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젊은 세대에 시범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화위복’을 만들줄 아는 사람이 멋있는 인생을 산다고 할수 있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