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연중무휴, 하루종일 교통혼잡으로 인근주민은 고달파
미 서부 제일의 관광도시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손꼽히는 몇가지 명물중 하나가 러시안 힐 블록에 자리잡은 ‘세계에서 가장 꼬불꼬불한 길’. 하루 24시간 내내 카메라를 목에 건 관광객들과 인근에서 온 소풍객들이 저마다 그 길을 운전하거나 걸어 보겠다고 북적이는 곳이다.
지그재그로 난 길도 길이려니와 주변에 잘 가꾸어놓은 꽃밭과 꼭대기에 서면 시 전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 때문에 차를 서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 벽돌을 깐 길 한가운데로 걷지 말라는 경고판을 무시하는 보행객들 때문에 한참 밀릴때는 그 한블럭 지나가는데 30분씩 걸리는 곳이 이 곳이다.
그렇게 인기가 좋아 케이블카, 금문교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이 되는 바람에 골병이 드는 사람이 바로 이곳 주민들이다. 하루 온종일 차들의 경적소리, 배기 개스는 물론 교통 혼잡에 무례한 사람들에 시달리다보면 자기 집에 갇혀 있는 죄수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세계의 8번째 비경이 있다면 바로 여기일 겁니다. 꼭대기에 서면 샌프란시스코가 좍 내려다보이니 관광객들이 모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면 그 사람들도 한가지 명심해야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라는 점입니다"라고 말하는 앤드루 바시갈루피를 비롯한 이곳의 주택소유주들이 최근 ‘꼬불꼬불한 길 태스크포스’를 구성,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이들 뿐만 아니라 시당국자들도 이웃 주민들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트래픽 패턴부터 소음 및 공기 오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연구해 오는 11월에 시 주차 및 교통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문제의 롬바드 스트릿 1000번지 블록을 폐쇄하고 대신 인근 피셔먼스 워프에서 셔틀 버스를 운영하는 것부터 단속 경찰관을 배치하는 것까지 다양한 해결방안을 심의하게 되는데 주민들은 시가 관광객들을 고립시키는 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한다고 비난하고 시당국자들은 그 동네의 교통불편이야 수십년 묵은 이야기로 주민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의 이해도 고려가 되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 가지 조처를 취해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영구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시교통엔지니어 아메누엘 하일레를 비롯한 당국자들은 외지인들에게 교통혼잡의 책임을 너무 지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지난 메모리얼데이에 이곳을 운전한 사람의 54%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사람이었고 바깥 사람이 40% 였으며 관광객들이 사용하는 렌트 카 운전자는 5%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롬바드 스트릿 1000번지 블록은 처음부터 세계에서 가장 꼬불꼬불한 길은 아니었다. 20세기 초만 해도 직선으로 꺾여지는 길이라 많은 차들의 엔진을 과열시켰다. 그래서 1922년에 시당국은 스위치백을 다수 설치해서 좀 더 차가 오르내리기 쉽게 하는 한편 찻길 양쪽으로 사람들이 걸어다니도록 벽돌 보도도 만들었다. 그 25년후 어떤 주민이 수국을 심어 그 블록 전체를 꽃밭으로 만든 이후 아직도 이곳 주민들은 이 꽃밭 관리비를 내고 있다.
1960년대쯤부터 이 길이 엽서, 영화는 물론 모든 언어로 된 관광책자에 단골로 실리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이 몰리자 주민들은 1970년대만 해도 두 번이나 길 양쪽에 게이트를 설치하고 도로를 폐쇄시키려 시도했었다. 그러나 시당국은 공공 도로를 외지인들에게만 폐쇄할 수는 없다고 반대했다. 법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그랬다가는 주민들의 자동차들도 통행이 금지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주상원의원이었던 퀜틴 콥은 공공도로 폐쇄를 금지시키는 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그의 법안은 통과된 적이 없었다.
1966년부터 이 거리에 살아온 머 제이는 방문객들의 무례함이 도를 지나쳐 이제는 폐쇄건을 다시 부활시킬 때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꼬불꼬불한 길을 돌지 못하는 리무진이 계속 견인되어 가는가하면 서로 좋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으려던 운전자들이 주먹다짐을 벌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던지는 쓰레기가 주민 집안으로 날아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또 이 블록에 뛰어드느라 불법으로 좌회전을 하는 차량도 많고 하이드 스트릿의 케이블 카에서 보행자 손님까지 내리면 교통혼잡은 더욱 심해지는데 밤이 되면 차를 후진시켜 굉음을 내며 언덕을 거꾸로 오르는 장난꾸러기, 욕설을 해대고 맥주병을 집어 던지는 망나니들 때문에 잠도 잘 못잔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자동차들로 길이 막혀 있으니 구급차도 통행이 막히고 한번은 자동차가 뒤집힌 적도 있으며 1980년대에는 길에 서서 사진을 찍던 여자가 지나가던 차에 받혀서 사지가 마비되어 시가 30만달러에 합의를 한 적도 있다.
시당국자들은 이번에는 주민들로 하여금 이 거리를 구입해서 게이티드 커뮤니티를 만들게 하는 것이나 공공도로 폐쇄를 금지시킨 주법을 개정하거나 이 길을 우회하도록 교통도로를 바꾸는 것까지 포함, 합리적인 해결방안이라면 모두 고려에 넣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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