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아주 마리에타, 사건 연극화로 반유대 정서
미국이 세계를 경영한다면, 유태인들은 미국을 경영한다는 말이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600만명에 불과한 미국내 유태인들은 미국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에 반유대인 정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부 조지아주 마리에타 카운티에서는 아직도 반유태인 정서가 팽배하다.
최근, 마리에타에서는 85년전 발생했던 유태인 레오 프랭크 린치사건을 묘사한 연극상연을 계기로, 반유태인 정서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이번 연극공연을 계기로, 프랭크 린치사건을 주도했던 마리에타의 유명인사들의 명단이 웹사이트에 개제됐는가 하면, 폭동을 선동했던 민간지도자의 동상을 둘러싼 논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프랭크 사건이후, 마리에타는 오랫동안 미국내 반유태인 정서의 진원지처럼 인식되어 왔다. 85년전, 공장감독이던 유태인 프랭크는 당시 매리 페이건이라는 13세 소녀의 살해사건과 관련, 일부 주민들로부터 조직적인 린치를 당했었다.
일부 토박이 주민들은 이같은 일련의 상황전개를 과거의 어둠을 떨어내는 카타르시스 과정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과거의 일을 거울삼아, 다시는 그런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된다"
변호사인 척 클레이는 말한다.
조지아주 공화당 지도자이기도 한 클레이의 숙부도 당시 린치사건에 가담했었다.
그러나, 다른 주민들은 프랭크 사건이 다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매우 못마땅해 한다.
얼마전, 마리에타 데일리 져널이 지역사회의 공식사과를 촉구하는 기사를 개제하자, 신문사에는 주민들의 항의편지가 쇄도했었다.
대부분의 편지들은 비난받을 대상은 과거의 상처를 건드리는 레오 프랭크의 친척들이지, 현재의 선량한 주민들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한 편지는 이 사건을 하나님의 심판의 날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프랭크 린치사건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정체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으나, 한번도 공론화 된적은 없었다.
그런데, 몇달전 스티븐 골드랩이라는 도서관 사서가 23명의 관련자 명단을 처음으로 인터넷에 게재했다. 인터넷 명단공개는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단시간에 전국적 차원으로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또한, 조지워싱턴 대학의 한 법학교수가 조지아주 의사당에서 린치사건 당시 신문발행인이었던 톰 왓슨의 동상 철거를 요구한 기사도 이번 사태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법학교수는 당시 존 슬래톤 주지사가 프랭크를 감형한 이후, 왓슨이 정의실현을 위한 시민자경단을 조직하자고 선동한 것이 프랭크 린치사건의 도화선이 됐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왓슨의 증손자인 톰 브라운 변호사는, 프랭크 린치사건은 그가 유대인이어서가 아니라, 당시 감형주체였던 주지사가 프랭크의 변호사와 법률적 동료였던 정황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틀랜타 팰콘스 풋볼팀의 공동구단주이기 한 브라운은, 이 외에도 사석에서 수차례 반유대인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적으로 마리에타와 콥 카운티는 소수민족에 대해 매우 비관용적인 지역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도 최근 수년동안 인구학적 다양화가 진행되었으며, 그 결과 기존의 보수적인 색채가 많이 희석되었다. 이 지역의 저명한 유대인 랍비 리보우는 "요즘, 일상생활에서 반유대인 정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회당의 회중은 지난 10년새 50명에서 900명으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아직도 이곳에는 과거의 메아리가 남아 있다.
최근 마리에타의 부동산 소유자 필립 골드스타인이 타운의 전쟁사적지에 속하는 개인소유지에 12층짜리 복합용도상가 건축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이같은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회에 참석한 일부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넘어서, 반유대인 발언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한 노인은 골드스타인의 누이에게 접근, "레오 프랭크가 당한 일을 잊었느냐"며 위협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골드스타인은 유대인을 혐오하는 내용의 편지들을 많이 접수했다.
그러나, 그는 지역언론사들에게 이 문제를 공론화시키지 말 것을 부탁했다. 이와 관련, 리보우 랍비는 골드스타인의 침묵에 대해 비애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프랭크 린치사건에 대한 강요된 침묵이야 말로 ‘콥 카운티의 원죄’라고 표현한다.
리보우는 최근, 자신에게도 동료 유대인들로부터 연극에 대해 발언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한다.
"이같은 소극적인 태도는 자기 패배적인 행동이다. 침묵은 항상 무지와 편협함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리보우는 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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