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직업에 대한 인기도 순위가 ‘2001년 직업백서’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판됐다.
250개 직업 가운데 미국인들이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직업은 재정상담인(Financial Planner)으로 나타났다. 재정상담인은 근무환경 16위, 소득 16위, 장래성 1위, 건강정도 14위, 직업안정성 19위, 스트레스 35위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3일자 본보 경제면에서도 ‘재정 상담인 상종가’라는 제목으로 미 주요 증권회사와 보험회사에서 재정상담 업무를 총괄적으로 취급하는 재정상담인이 한인사회에서도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통계가 한인사회에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의 직업은 과연 몇위에 속하는지 흥미롭게 이 기사를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의외로 가장 인기가 높을 것 같은 미국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167위를 기록했다. 이유는 연수입 40만달러(5위) 봉급쟁이로 돈벌이는 괜찮지만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65시간이나 되는 등 작업환경은 형편없으며(250위) 시간에 쫓기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극심한데다(250위) 몸도 튼튼해야 하는 직업(165위)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기자도 인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자는 건강정도(115위), 직업안정성(131위), 작업환경(186위), 스트레스(223위) 등으로 종합순위 170위를 차지했다. 은행 오피서는 건강정도(10위), 장래성(52위), 작업환경(56위), 수입(90위), 스트레스(108위)로 종합순위 16위를 기록했다. 한인사회도 이제 이민연륜이 깊어지면서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김에 따라 재정계획(Financial Plann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재정상담인 지원자 가운데 30% 이상이 MBA등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이중언어를 구사하며 1.5세를 포함한 젊은 층의 비율도 예전에 비해 훨씬 높아지고 있다.
이들 재정상담인은 재정계획의 기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생명보험에서부터 학자금·투자·상속·401K 등의 재정업무를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세일즈, 즉 재정상품의 판매이다. 회사에서 세일즈 훈련을 받고 재정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전문지식으로 무장한 이들 재정상담인이 그러나 회사에 입사해서 3년 동안 살아남을 확률은 10명 가운데 1.5명이라는 것이 업계의 통계이다. 아무리 전문지식으로 무장했다 해도 기본적으로 재정상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세일즈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전업하는 재정상담인이 많은 게 업계의 현실이다.
한인사회를 상대로 오랫동안 마케팅 활동을 해온 한 유명 파이낸셜 서비스 회사를 거쳐간 한인 에이전트들만 지난 20여년간 1,0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객관적으로 1위를 차지한 재정상담인이 주관적으로 개인의 직업문제에 이르러서도 꼭 1위 직업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신이 사명감을 가지고 그 일을 즐길 때 세일즈 실적도 자연스럽게 오르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은행 오피서도 10명이 입사해서 1년 이내에 1∼2명만이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과 이상에 큰 차이를 느끼고 전업하는 은행 오피서가 많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겉다르고 속다른 것이 직업에 대한 평가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몇가지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된다. 진학할 학교를 선택하고 배우자를 선택하고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단지 생계 때문에 선택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민사회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 원하지도 않는 일을 먹고살기 위해 해야 한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나 커뮤니티 차원에서 볼 때도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괴테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한가지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알며 한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알면 그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직업은 한 개인이 행복한 생활을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목숨까지 걸 수 있는 가치를 찾은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면 지나친 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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