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본사가 주축이 된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출범은 미주 한인 이민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는 변화로 꼽힐수 있다. 거래 규모가 1억 6,500만달러나 되는 TV 방송국 2개를 사들였다고 해서가 아니다. 주류 사회에 뛰어 들었다는 것과 다른 커뮤니티와 손잡고 사업하는 시범을 보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우물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바깥 세상으로 나오는데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누려온 안이한 환경을 포기하고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탄생은 커뮤니티 신문에만 머물기를 거부한 한국일보의 재탄생이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어 보려는 코리언의 행동실천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미주본사와 ‘레너드 그린 & 파트너스’가 파트너가 된 ‘아시안 미디어 그룹’은 LA와 호놀룰루에 각각 1개의 TV 스테이션, LA와 워싱턴 DC에 방송국 4개, 그리고 전국 11개 도시에 한국일보 지사를 두고 있다. 이는 미주 동양계 사회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미디어 그룹이며 주류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낼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LA에서 채널 18로 알려져 있는 KSCI는 23년의 역사를 가진 남가주 최대의 TV 스테이션이며 한국일보와 함께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기둥을 이루고 있다. 이 TV 스테이션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아랍, 이란, 아르메니아등 동양계 민족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동양계 인구가 타주를 압도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KSCI-TV가 차지하는 마이너리티 커뮤니티에서의 비중은 매우 무겁다고 할수 있다.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탄생은 3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는 미주에서 제일 규모가 큰 LA 코리언 커뮤니티에서 TV 스테이션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LA 한인사회의 한인 TV 방송국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스테이션측에서 일방적으로 정한 방송료를 지불해 왔으며 이 때문에 한인사회에서는 “피땀나게 번 돈을 왜 고스란히 다른 커뮤니티에 갖다 바쳐야 하는가”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번 KSCI 방송국의 매매거래에서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이 TV 방송국이 팔릴 뻔한 것을 한인 커뮤니티에서 사들여 한국어 프로그램 방영의 시큐리티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KSCI가 히스패닉 커뮤니티에 넘어 가면 한국어 프로그램 방영이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는 코리언 커뮤니티의 미디어가 검증을 거쳐 주류사회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행동반경은 한국신문 발행과 한국어 프로그램 방송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시안 미디어 그룹’은 코리언 커뮤니티에서 벗어나 앞으로 타 커뮤니티의 미디어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며 동양인의 목소리를 내는데 큰 역할하는 것을 기업경영의 목표로 삼고 있다. 또한 18억달러의 자산을 가지고 전국에 300여개 소규모 커뮤니티 신문을 경영하는 ‘레너드 그린 & 파트너스’그룹으로부터 몇 달에 걸친 재무조사, 현장조사 결과 한국일보 미주본사가 성공적인 마이너리티 언론기관이며 경영이 튼튼하다는 것을 검증받았다는 점에서 미주 한인 언론계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할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한인사회언론기관의 운영이 주먹구구식인 경우가 많았으나 본보는 이번에 주류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모든 재정상황을 공개했다.
세 번째는 ‘아시안 미디어 그룹’의 출범이 21세기를 향한 신문의 과감한 자기 변신이라는 점이다. 21세기는 인터넷시대고, 인터넷시대는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대적인 명제를 안고 있다. 창간 30년을 넘긴 본보로서는 이제 독자들에게 새로운 얼굴을 보여 줘야할 의무감을 느끼며 인터넷시대에 상응하는 신문을 만들어야 생존할수 있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이같은 웅대한 꿈을 펴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자본만으로는 역부족이며 주류사회의 건전한 투자회사와 손을 잡는 것만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본보는 ‘아시안 미디어 그룹’탄생을 계기로 여기에서 얻어지는 모든 이익을 한인사회에 환원하려고 한다. 그리고 21세기에 걸맞는 독자 서비스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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