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한때 사라졌던 ‘어글리 아메리칸’ 다시 고개들어
한국에서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 이후, 한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해외여행을 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각종 추태를 연발하여 현지인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데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데, 이 ‘어글리’이라는 말이 한국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닌 것 같다.
요즘, 미국에서도 해외여행을 하는 자국민들에 대해, ‘어글리 아메리칸’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인들이 여름철 여행지로 즐겨찾는 그리스 아테네를 예로 들어보자.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는 미국인 관광객을 싣고 온 관광버스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에서 프리랜서 관광가이드를 하는 조지 라구다키스는, 세계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을 보며 ‘국적 알아맞히기’ 게임을 즐긴다.
경력 25년의 베테런 가이드인 그는, 관광객들의 복장만 보고서도 국적을 알아맞힐 만큼 이 방면의 도사가 되었다. 그는 특히 미국인들은 거의 백발백중 알아 맞힌다. 미국인들은 걷는 모양, 착용하는 복장, 외모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또, 미국인들은 흰색 운동화를 잘 신는데, 이는 미국인들의 독특한 행태이다.
라구다키스에 따르면, 또 미국인 여행자들은 역사지식이 엉망이란다.
기껏해야, 난파선 영화를 본 기억으로 포세이돈을 식별하는 정도다. 미국인들은 또, 가이드의 서비스 보다는 인접한 화장실 위치를 묻는 질문을 더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정중하고 덜 까다로운 장점도 있다고 라구다키스는 말한다.
라구다키스의 관찰은 어느정도 스테레오 타입일수도 모른다. 그러나, 때로는 스테레오 타입이 진실을 담고 있다.
미국인 여행자에 대한 전통적 이미지는 1950-60년대에 형성된 것이다.
제트기가 상용화되면서, 최초로 해외관광의 문이 일반 대중에게 열린 시기였다. 그 이후, 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는 때때로 부정적으로 얼룩졌다.
원래, ‘어글리 아메리칸’이라는 용어는 냉전시대의 소설에 처음 등장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이 미국인들에게 적용될 때는, "거만하고 까다롭고, 문화적으로 무지한 미국인 여행자"를 상징하게 되었다.
80년대 이후 달러화가 현저히 약화되면서, 미국인들의 유럽여행 경비는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커피한잔을 마시려면 6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이 겸손을 되찾고, 특권의식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90년대 중반이후 달러화 강세가 유지되면서, 과거의 ‘어글리 아메리칸’ 폐습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여행전문가 딘 포스트는 이렇게 고언한다.
"7월쯤 유럽의 도시들에 가보라. 튀는 행동을 하는 미국 젊은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해외로 나간 미국인 관광객들을 보는 외국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은 어떠할까.
아직도, ‘어글리 아메리칸’이라는 불명예 딱지가 붙어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여행전문가 아더 프로머는 진단한다.
"요즘 미국인들은 과거처럼 유별나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프로머가 1956년에 펴낸 ‘하루 5달러로 유럽여행 즐기기’라는 여행안내서는 당시, 미국인들을 위한 해외여행 길잡이 역활을 했다.
그 가장 큰 이유로, 프로머는 오늘날에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나머지, 미국인들이 더 이상 일방적으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다.
"과거에 달러가 압도적 강세였을 때는, 이로 인한 오만함이 미국인들게 베어 있었다. 이로 인해 현지인들을 무시하게 되고, 이는 어글리 아메리칸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프로머의 분석이다.
"한번은 미국 관광객들이 현지상인들 앞에서 미국 동전들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거나 골라 가지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당신네 화폐는 우리 동전만도 못하다’며 거만을 떤 것이다"
때로는, 언어에 대한 미국인들의 오만함도 문제가 된다.
로마의 성베드로 성당 주변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안젤로 알리고니도 지난 여름, 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
"내가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자기들 마음대로 영어로 떠들어냈다. 마치, 너희는 당연히 영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 밖에, 문화적 관습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적지않다.
서비스 중심사회에서 살아 온 미국인들은 신속한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지중해 국가들에서는 낮잠시간이 있고, 영국에서는 점심식사 때 맥주를 곁들이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이런 차이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하워드 피엔버그라는 시장분석가는 말한다.
그는 90년대 초반, 업무차 모스크바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는 미국인 관광객들이 러시아의 물자부족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미국인들은 상점 진열대에 필요한 상품이 없다는 현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원하는 물건이 없으면, 고함을 치는 것이 예사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