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화제
▶ 미국 성당, 교회 오르간 연주자 부족현상 심각
악기중의 왕을 뽑는다면 어떤 것일까.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악기의 왕이라는 영예로운 별명을 가진 악기는 오르간이다.
오르간은 신과 가장 가까운 악기로도 통한다. 중세이후 예배당에서 장엄하게 울려펴진 음악은 다름아닌 웅장한 오르간 소리였다.
현대에도 교회음악에서 오르간이 차지하는 지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유명한 성당이나 교회 예배당에는 으례 값비싼 파이프 오르간들이 설치되어 있다. 오르간 음악이 갖는 종교적 상징성에 필적할만한 악기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예배당에서 오르간 음악 듣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오르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르간 연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많은 예배당의 오르간들이 임자를 만나지 못하고 먼지속에 방치되어 있다.
이같은 현상은 천주교나 개신교, 그리고 교파를 불문하고 공통적이다.
가톨릭 교회의 경우, 현재 미국내 222개 교구가 오르간 연주자가 없어 전자음악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의 오르간 주자가 사임하면, 후임을 찾는데 몇 달씩 걸리는 것은 기본이다. 개신교에서도 몇몇 유명교회들이 오르간 연주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교회에 오르간 연주자가 부족한데는 몇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연주자가 부족한데다, 기존의 연주자를 만족시켜 붙잡아두기도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오르간 연주자들이 교회를 외면하는데는 대체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들은 오르간 연주자에 대한 교회의 대우가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말한다. 연주자에 대한 대우는 교회의 크기에 따라 극심한 차이가 난다. 게중에는, 연봉 10만달러를 받는 오르간 연주자들도 있지만 이는 극소수 대교회의 경우이고, 나머지 대부분 연주자들의 연봉은 3만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교회 일이라는게 원래 정해진 시간규칙이 없다.
"예배 외에도 결혼식, 장례식 등 각종 행사 때마다 연주를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연주자들은 휴일도 제대로 갖기 힘들다"
유명 오르간 연주자 자레드 제이콥슨은 말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오르간 연주자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주급으로 고작 100달러를 받으면서, 연습을 포함하여 매주 두세번씩 시간을 쏟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동기부여가 힘들다. 더구나, 교회의 낡아빠진 음향시스템은 연주할 기분마저 없앤다"
또 다른 연주자 로버트 플림톤은 말한다.
플림톤은 샌디애고의 시립 오르간 연주자이자, 페이스 장로교회 오르간 연주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회음악에 대한 성직자들의 무지라고 연주자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미네아폴리스의 오르간 연주자 랜달 에간은 이렇게 불평한다.
"전문 교회음악가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열의로 충만해 있다. 우리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성직자들은 그런 우리의 소명을 인정하지 않는다"
에간의 교회음악에 대한 전망은 매우 냉소적이다.
"연주자들이 계속 교회를 외면하면 교회에 가라오케 음악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가라오케 음악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 아마, 유명배우 챨톤 헤스톤의 목소리를 통해 성경을 듣는 시대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성직자와 오르간 연주자와의 갈등의 핵심은 음악의 선택권과 교회음악 프로그램의 관장권 문제로 집약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성직자들도 할 말이 있다. 오르간 연주자들이 교회음악의 현대화 추세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들의 전문적인 음악성향만 고집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과거의 음악만 고집해서는 신세대 신자들의 달라진 입맛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들은 음악가들이다. 우리도 그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교회음악은 전체적인 예배의 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미네아폴리스 성 마가 교회의 한 목사는 말한다.
한편, 성 마가 교회에서는 2년전, 27년간 재직했던 오르간 연주자 및 음악 디렉터가 사임했다. 그후, 여지껏 정식 후임자를 구하지 못해, 임시 연주자로 공백을 메꾸고 있다.
이 교회에서는 요즘, 성만찬 때 스페인풍 기타음악을 도입하거나, 성령강림절에 재즈 피아니스트를 초빙하는 등 교회음악의 실험기를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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