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몇 달 동안 우리 이웃에 “거라지 세일,” “무빙 세일” 표지판 붙은 것이
쉽게 눈에 띄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일본인 이웃이 지난 주에 거라지 세일을
했다. 일본서 가져왔던 낡은 물건들이 그 집 앞뜰에 많이 진열돼있었다. 일본
전통풍경, 접시, 인형, 옷들이 밝은 여름 햇빛 아래서 옛 역사들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집안에 넣어둘 곳이 충분치 않아서 일부 낡은 물건들을 없애야 할 때가
되었어요.”라고 50대 중반인 미야코가 말했다. “20년전 미국에 올 때 가져온
것들이 대부분이지요. 거라지 세일을 하기 위해 정리하면서 이것들 대부분이 한
번도 사용된 적 없이 보관되어만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제, 낡았고 내게
더 이상 쓸모 없는 거지요.”
그녀와 잠시 이야기나눈 후, 나는 “문화 거라지 세일”을 생각해보았다.
우리가 이곳에 가져온 것들이 무엇인가? 우리가 끌고 온 문화 가방들이 무엇이었던가? 그 중 어떤 것은 간직하고 어떤 것은 버려야 하는가? 우리 마음의
벽장을 열고 낡은 잡동사니들을 없애버리는 게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우리가 신선한 공기와 같은 아이디어들을 받아들일 여지를 만드는 방법일
것이다.
최근 한 한인 어머니를 치료할 기회를 잠깐 가졌었다. 그녀는 고등교육을
받고 새문화에 잘 적응된 여성으로 25년 이상 미국에 살면서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존경받을 만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
“아들의 결정에 너무 충격받았어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자살할 것 같아요. 내가 그 애에게 무엇을 했던가요? 내가 비참하게 실패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군요.” 그녀는 아주 절망에 빠져있었다.
지난 7월, 아들은 백인여성과 결혼할 것이라는 소식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그 여자가 아이를 가진 이혼녀라는게 더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아들은 장래가 유망한 똑똑한 청년이예요. 우리의
희망이지요. 우리 온 가족에게 믿을 수 없는 수치와 굴욕이예요.” 그녀의 목이
메였다.
다른 많은 한인 어머니들과 같이 미세스민은 자녀교육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쏟았다. 자녀가 자라는 동안은 집에 머물기로 의도적인 결정을 내림으로써 자녀를 향한 각오가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었다. 자녀들에게 자기의사를 분명히
말하고 주장을 강력히 펴고 미주류사회 문화에 발맞추도록 격려하며
뒷바라지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도저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바로 그
때문이예요. 도대체 그애가 무엇이 잘못됐어요? 내 아들로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그애를 더 이상 보지 않을 참이예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이 나라로 이민올 때 우리는 새 사고방식에 적응해야만 했고 또한 생활
양식도 극적으로 달라졌다. 문화 이식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국인 생활방식을
흉내내고 본떠왔다. 미처 자각하지도 못하면서 이 땅의 수많은 다른 이민자들처럼 다수 문화의 특성에 ‘도매 적응’해왔던 것이다.
지배문화에 적응해가면서 우리는 불행하게도 모르는 사이에 원래의 문화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다. 비록 우리 전통을 지키려교 애쓰더라도 변화와 동화로
인해 한국전통관습으로부터 갈라서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직면해야 할 불가피한 진실이다. 한인 어린이들은 미국
학교에 다니며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유창, 유능하게 되고 미국아이들과 우정을
쌓게 된다. 실제로 미국 문화가 우리 아이들의 문화이며 그들은 자신를
한국인이라기 보다는 좀 더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벌써 타인종과의 결혼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태다. 일부 가정에서는 이런
결혼이 새대간의 불화를 악화시키고 있다. 결혼을 두 가정의 결합이라고 보는
한국전통관념과 결혼을 두 개인의 결합이라고 보는 미국적 관점이 다른 것이다.
우리 자녀들에게는 효도심이나 효도의식이 희박해 한인들은 크게 상처받게
된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주류 문화가치를 우리가 받아들이고 이에 맞도록
우리를 바꾸고 고쳐나갈 것을 문화 동화과정은 요구한다.
우리는 혼자 춤출 수 있을 때까지 다른 사람의 발움직임을 따르고 흉내내게 된다. 이제 코리언 아메리칸들도 자신의 새 춤을 만들어야 할 때가 가까이 왔다. 우리의 민족적 응집을 유지시키는 책임을 서로 나누어야 할 것이다.
이웃집 미야코의 거라지 세일처럼 우리의 낡은 생각과 믿음의 일부를 내보내고
싶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리치몬드 지역 멀티 서비스 센터의 임상 심리학 박사이다. 연락처는:
(415) 668-5955 ex. 39 혹은
RAMS
3626 Balboa Street, San Francisco, CA 9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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