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가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어떤 것들일까.
이 물음에 대해, 대개는 넓은 거실에나 매스터 베드룸, 또는 화장실이나 부엌설비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 주택 구입자들이 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차고다.
차고가 이처럼 중시되는 것은 이 지역에 빈발하는 크고작은 지진 및 첨단기술의 발달과 관련이 크다.
첨단기술은 실리콘 밸리에 인접한 이 지역의 인구급증을 야기시켰고, 이는 다시 주차공간 부족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차고건설 비용도 엄청나게 치솟고 있다.
좀 극단적인 경우지만,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하이츠에 건립중인 한 고급주택의 차고는 건립비용이 100만달러나 들었다. 이 주택의 차고는 면적이 3,000 평방 피트나 되며, 일곱 대의 차를 동시 주차시킬 수 있다.
요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좀 괜챦다 싶은 집이면 차고비용만 20만달러를 쉽게 넘는다. 특히, 지진대비 안전설비를 갖추는 과정에서 차고 건립비용이 크게 상승한다.
차고가 고급화되고 대형화 되는데는 몇 가지 추가요인들이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 출판이나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대거 출현한 것과 관계가 있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 중, 휴렛 패커드나 애플 컴퓨터 같은 굴지의 회사들은 차고에서 창업된 회사로 유명하다. 또, 이 지역의 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비용이나 렌트비용이 지난 2년새 44%나 상승했다. 그 결과,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진 주택소유자들이 차고와 부엌등에 돈을 투자한다.
인구가 집중된다는 것은 그만큼 차량 숫자도 많아졌다는 뜻이다.
1995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 2만 5,000대의 차량이 늘어났다. 그것도 시내 거주자들만 계산했을 뿐, 교외지역 통근자들은 제외한 수치다. 그런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복잡한 공공도로 상에 파킹을 해야 한다.
인구집중은 전문건축인력의 일손부족으로 이어지고, 이것은 결과적으로 건축비 상승을 부채질한다.
예를 들면, 한 집주인은 지난해 차고를 신설하려다 15만달러라는 견적에 놀라 연기했으나, 올해는 27만 5,000달러로 거의 배나 뛰어버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차고와 관련된 웃지못할 케이스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은퇴한 은행가인 71세의 비터 오버마이어는 올 해, 그의 차 한 대만 들어가는 차고를 신설하는데 10만달러를 지불했다.
그가 70년대 중반, 텔레그라프 힐에 위치한 880 평방 피트의 집을 살 때 지불한 돈이 6만 9,000달러였다.
"그 때, 차고를 건립했어야 하는건데..."
오버마이어는 혀를 찬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격언은 이런 경우를 두고 나온 말일 것이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지역에서 건립중인 차고가 과연 몇 개나 되는지 정확한 숫치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보다 최소 46%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몇몇 지역은 미국 전체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많은 주택들은 좁고 다층이며, 도로변에 인접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차고를 신설하려면 부득불 지하를 파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경우에 따라서는 집 전체를 잭으로 들어올려야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이 과정에서, 차고건립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주택소유자들 입장에서 볼 때, 차고가 없이는 집을 제값 받고 팔 수가 없다. 따라서, 투자적인 관점에서도 차고건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
"차량주차와 주택매매를 위해 차고는 이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주택소유자에게 차고설치는 가장 현명한 투자방법이다"
부동산 업자 스튜어트 윌슨은 작금의 주택매매 경기추세를 이렇게 설명한다.
윌슨은 또, 차고건립이 단기적으로도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강조한다.
당장, 10만달러를 들여 차고를 건립한 후 집을 팔면, 최고 15만달러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콜드웰 뱅커의 하트바니 여사는 15만달러 보다 더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 구매자들은 차고가 마음에 들 경우, 20퍼센트 이상은 추가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반면에, 차고가 없으면 구매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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