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병대 장교 훈련에 아들 동반 자원한 리처드 캐스터넷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회계담당 매니저인 47세의 리처드 캐스터넷은 지난 5월 국방부가 인터넷 모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실시한 "야후! 군생활 환상 체험" 컨테스트를 통해 5일에 걸친 해병대 장교 훈련에 지원했다. 캐스터넷은 2차대전 참전용사의 아들이며 조카인 자기가 해병대에 지원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고 남자로서 완성되기 위해 이 경험이 필요하며 그가 1974년에 GE 대신 해병대에 지원했더라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를 알고 싶다는 에세이를 작성, 1등에 당선됐다. 리처드는 또 "17세인 내 아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가 군인의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데 영향을 주고 싶다"고 기술했다.
리처드의 작문이 마음에 든 해병대는 곧 포상 규정을 무시하고 캐스터넷은 물론 아들 크리스도까지 이 훈련에 동참시키기로 결정했다.
머리와 수염을 깎고 시작한 훈련 첫날부터 캐스터넷 부자는 사격장에서 M-16, M-240 기관총, M-2 0.50 캘리버 대포와 MK-19 발사기, AT4 대전차용 로켓등 놀랄만큼 다양한 병기를 직접 쏘아 보았다. 크리스는 ‘전국라이플연합(NRA)’ 회원인 아버지보다 두배나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기관총 사격시 방아쇠를 너무 오래 당기는 통에 총열이 붉게 달아올라 냉각수를 뿌려야 할 지경이었던 리처드는 화약냄새를 풍기며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멋지다. 바로 모두의 꿈과 같다"며 이 경험에 열광했다.
일부 해병대원은 군인들도 사용하지 못하는 무기를 훈련도 받지 않은 일반인이 마구 사용한다는데 다소 냉소적인 태도였지만 캐스터넷은 "나라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한 나도 이 모든 것을 즐길 권리가 있다"며 "벌써 소득의 39.4%의 세금을 내고 있는 내겐 이것이 세금을 돌려받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즐거워했다.
캐스터넷 부자가 누린 황홀경은 5분여에 걸친 대형 MK-19 수류탄 발사기 사용 수칙을 들으며 사라졌다. 교관은 "고성능 폭발물인만치 불발과정에 최대한 주의하기 바란다. 발사뒤 반드시 열까지 세어야하고 불발시에는 쇠막대로 수퓨탄이 땅에 떨어지기 전 잡아야 한다. 못하면 다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부분에서 부자는 약간 겁을 먹었지만 두사람은 다른 민간인들과 비교할때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훈련의 클라이 막스는 무기를 관통하는 대형의 탄두를 날리는 대전차용 로켓이었다. 한 사람당 실탄 한발을 쏠 수 있는 이 과정을 위해 캐스터넷 부자는 20여분의 집중훈련을 받았다. 리처드가 첫번째로 포탄을 쏘았으나 방아쇠를 당긴 후 약간 주춤했다. 포탄은 목표물 탱크 20야드 전방의 땅에 떨어졌다. 크리스는 탱크의 중앙을 명중시켰다. 낡은 탱크는 폭발로 인해 하늘로 산산조각 날았다.
이들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패리스 아일랜드에서 보병 훈련, 보포트 비행장에서는 전투기 맛도 봤으며 노스캐롤라이나 캠프 르준 해병대를 방문했다. 포토맥 강에서 20분여 고무 보트를 타는 것과 같은 강도 약한 훈련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어려운 과정이었다. 특히 패리스 아일랜드에서는 진흙탕을 구르는 강도 높은 훈련과 전투에서 민간인을 발견했을 때의 대처법, 육탄전 등을 경험했다.
GE에서 근무한 지는 25년인 리처드는 아버지를 포함 세명의 2차대전 참전용사를 가진 집안 출신이다. 아버지는 2차대전중 육군 하사관으로 참전, 5개의 무공훈장을 수여받았으며 2명의 친척도 유럽전에서 사망했다. 그가 GE에 입사함으로써 군인 가문의 전통은 단절됐다. 직장에서 그는 세련된 동작과 부드러운 목소리, 말할 때와 멈출 때를 적절히 아는 대화 매너를 지닌 사람으로 통한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그는 권총사격수이자 낚시광이고 클래식 자동차를 고치는 취미를 가졌다. 그는 또 오키나와 무술 전문가로서 검은 띠도 두 개나 보유했다.
이제까지 국가를 위해 봉사한 날은 하루도 없는 캐스터넷이지만 미군에 대한 책을 70권 이상 소유하고 있으며 외국 침공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 군대 생활을 경험하는 것은 그의 오랜 꿈이었다. 그가 보낸 일주일은 흥분으로 격앙된 시간이었다.
훈련의 막바지에 이르러 리처드는 "1974년 진로결정 당시 내가 실수했다는 걸 알았다. 나도 별을 단 장군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 리처드에게 ‘환상체험’ 상을 내린 스티브 오코너 장군도 "리처드 캐스터넷이 해병대에 입대했었더라면 아마도 이번주 기본 훈련 요약을 설명한 장교가 돼있었을 것"이라며 칭찬했다.
하지만 일주일간의 훈련 과정은 리처드로 하여금 그간의 삶을 후회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해병대에 지원하지 않았던 점을 후회할 권리를 얻었다고 기뻐하는 리처드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확신을 얻었다. 아들과 나는 패리스 아일랜드서 호된 훈련을 완수해냈다. 우리는 이 훈련을 허가받은 유일한 민간인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언제까지나 해병대 가족임을 마음 속게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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