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화제
▶ 시설 부족한데다 있는지도 몰라 수혜자 극소수
1999년 12월 5일 오전 11시 5개월된 아기 헌터 스튜어트는 죽음을 앞둔 환자 간호 시설인 샌디에고 호스피스에서 사망했다. 어머니 멜리사(24)는 한없는 눈물을 흘렸고 아버지 션(30)은 내내 그랬듯 꿋꿋한 모습이었다. 부모 모두 호스피스내 카운슬러의 도움으로 떠나보내는 순간과 슬픔을 이기고 사는 법등을 준비했었다.
카운슬러조차도 예상할 수 없었던 반응을 보인 것은 헌터의 누나인 세살바기 브리타니였다. 브리타니는 병실밖 그네에서 놀다가 누군가 "이리 와서 동생한테 잘가라고 인사해야지"하는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왔다. 꼬마 소녀는 동생을 안고 그를 사랑했으며 앞으로 보고싶을 것이란 작별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나서 그녀의 사고는 최근 죽은 애완 금붕어로 연결됐다. 브리타니는 "사람들이 너를 물고기처럼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지 못하게 할거야!"하고 야무지게 말했다. 꽤 오랜만에 스튜어트 가족은 웃을 수 있었다. 딸이 어떤 식으로든 삶의 종말을 감지하고 심지어 위로까지 했다는 것은 가족과 호스피스에게 대단한 선물이었다.
천사같은 아기 헌터는 많은 기쁨과 웃음을 주진 못했다. 심장병으로 병원을 계속 드나들었고 튜브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았다. 결국엔 출생 이전 감염으로 발생한 뇌위측증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아이들처럼 중환자실에서 온갖 기계를 몸에 꽂은 채 죽어가진 않았다. 스튜어트 가족에 단 한가지 행운이 있다면 바로 아들이 특수 간호와 통증 컨트롤을 공급하는 호스피스 시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호스피스 입원은 어른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어른의 경우에는 전국 2,500여 호스피스 시설에서 메디케어를 통해 최소한 부분적이나마 재정적 보조를 받는다. 하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주로 가족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 전국의 호스피스 시설은 10개중 1개 비율로 어린이 환자를 수용, 소수의 간호사, 상담원, 의사들이 어린이 간호 전문인력으로 배치돼 있는데 대부분은 자선기관이 운영하는 것이다. 공공 보험과 개인 보험이 하루 100달러 정도를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해마다 시한부 인생을 살다 죽는 아이들은 5만3,000여명이지만 약 5,000명만이 호스피스 간호를 받으며 그나마 극소수의 가족만이 이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다. 대기자 명단도 거의 늘 포화상태다. 그래서 이 혜택을 보편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최근 진행중으로 8월 초 미국소아과협회(AAP)’는 임종간호 지침을 발간하고 의회에 통증 치료및 호스피스 서비스를 확대해달라고 제안했다.
의회도 올해 최초로 어린이 호스피스 프로그램의 모델 개발을 위한 지출을 시작했다. 의회기금 1백만달러를 관리하는 비영리기관 ‘국제 어린이 호스피스(CHI)’의 설립자이며 디렉터인 앤 암스트롱-데일리는 "가장 큰 문제는 부모들이 자식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부모는 절대로 자식을 포기하지 않으며 소아과의사들도 아이들을 치료하려 하지 죽도록 내버려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암스트롱은 어린이 호스피스는 죽음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을 좋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출생 이전의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질병은 진행을 예상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샌디에고 호스피스에서는 한해에 약 30-80명의 아이들을 수용하는데 이중 약 4분의 1이 상태가 진전돼 호스피스를 ‘졸업’하고 치료기관으로 옮겨진다. 호스피스 입주가 아이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현행 호스피스 입주 관련 규정은 주치의로 하여금 어린이 환자의 여명이 6개월미만이라고 밝히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요구한다. 진단에 자신이 없으면 의사는 환자를 호스피스에 보내고 싶어하지 않으며 증명이 없으면 일부 호스피스에서는 환자를 받지 않기도 한다. 연방 호스피스 법안 역시 환자는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른은 자신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정리하는 반면 어린이들은 짧으나마 남은 인생을 최대한 충실하게 보내는 데 주력한다. 어른들처럼 ‘잘 죽도록’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죽음의 순간까지 그저 ‘아이답게 사는’ 것이다.
때로는 죽는 아이보다 그 형제 자매가 더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몇몇 특별한 경우 호스피스에서는 형제의 죽음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나누는 옵션을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어린 형제 자매들은 죽은 형제와의 끈을 놓지도 못하고 죽음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하며 자신이 죽음을 되돌려 놓을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브리타니도 그랬다. 헌터 사망 당시는 상황을 잘 넘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동생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이해하는데에는 시간이 걸려 호스피스 유족 상담과정의 하나인 ‘유희 치료(Play Theraphy)’를 받고 극복했다.
스튜어트 가족을 도왔던 소셜워커 제니퍼 스메리칸은 "형제에게 중요한 점은 형제가 죽었다고 해서 자신들이 죽는 게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키는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형제의 사망을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하고 어쩔 줄을 모르기 때문에 이를 분명히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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