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도꾜에 아동 학대범이나 방화범, 무덤훼손범만큼 흉악하게 경원시되는 악한이 있다. 썩은 것은 물론 아직 살아있는 것까지 먹어치우는 이놈들과는 유리창을 가운데 두고서라도 눈을 마주쳐셔는 안된다. 얼굴을 기억했다가 건물을 나서는 즉시 공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꾜에서 특별히 조심해야할 이 악한의 이름은 무시무시한 주둥이와 날카로운 발톱, 바닷갈매기가 무색할 정도의 시끄러운 목청을 가진, 새까맣고 커다란 정글 까마귀. 도꾜에 서식하는 이 까마귀는 2만1000마리 정도로 15년전보다 숫자가 3배나 늘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까마귀라면 아직 동도 트기 전에 나무위에서 꽥꽥거리거나 시가지에 높이 쌓여있는 얇은 쓰레기 봉지를 찢고 남은 음식물로 잔치를 벌이는 조금 귀찮은 존재에 불과했었다.
그러나 부리에서 꼬리까지가 2피트, 날개를 펼치면 1야드가 넘는 이 새가 요즘은 공격까지 해 일본야생조협회는 어린아이를 테라스나 뒷마당에 혼자 내버려두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렇게 된데는 이유가 있다. 어머니 유꼬와 함께 도꾜 시내 공원에서 놀던 세 살바기 에나모도 기미꼬에게 다섯마리의 까마귀가 갑자기 날아 내려 뛰어 도망가는 아이의 등과 머리를 마구 쪼아댔기 때문이다. 에나모도 유꼬가 샌달 한짝을 벗어 던지며 새들을 쫓고 딸을 구해 의사에게 데려갔는데 주사를 맞고 온 기미꼬는 아직도 새를 무서워한다. 유꼬는 아직도 까마귀만 보면 핸드백을 휘두르며 누가 더 무서운지를 보여준다.
정치분석가인 다가꾸 히로시는 회사 건물 옥상에서 동료중 한명이 까마귀 두 마리에게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바지 벨트를 풀어 휘둘렀다. 당시는 까마귀들이 덤비지 못했지만 며칠 후 출근길에 도꾜 중심가 사무실 건물 위로 수백마리의 까마귀가 날아다니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 했다. 꼭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새’의 한 장면 같았는데 다가꾸는 "그놈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일본야생조협회의 도꾜지부장인 가와치 히로시는 도꾜시가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까마귀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업체들이 연합하여 개인회사를 고용, 밤에 쓰레기를 쳐가기도 하고 일부 구역은 주민들에게 꼭 닫히는 쓰레기통 사용을 권장하지만 도꾜시에는 아직도 조례대로 쓰레기는 반투명 플라스틱 봉지에 넣어 버리도록 하는 구역이 많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쓰레기 봉지 위에 그물을 쳐서 새들의 접근을 막지만 쓰레기 수거 시간을 1시간 앞당겨 아침 8시로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 까마귀들은 새벽 5~6시면 식사를 끝내고 쓰레기를 온통 헤쳐 놓는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배짱좋게 도시를 누비면서 어른, 아이는 물론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까지 공격하는데 특히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와 자라는 5~6월경이 가장 심하다. 몇 명은 바늘로 꿰맬 정도의 상처를 입었고 어떤 사이클리스트는 까마귀 떼에 쫓기다가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도꾜의 까마귀들은 도꾜 주민들처럼 떼지어 다니는 것이 편안한지 시골에서는 양이나 송아지를 집단공격해 먹어치우기도 한다. 이들이 가장 즐기는 것은 방금 차에 치인 고양이로 죽은 것보다는 아직 숨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놈들은 때로 동족들도 잡아 먹어 자기 새끼는 아니어도 남의 새끼는 먹어치운다.
하다못해 이시하라 신따로 도꾜 시장마저 까마귀들에게 골프채를 휘둘렀다가 공격당하자 도꾜시는 5개 방충회사를 고용해서 까마귀 둥지를 찾아내 새끼들을 죽이고 있다. 이들 회사 직원들이 완전무장을 하고 새끼를 죽이는 동안은 공격하지 않지만 주변에는 대여섯쌍의 부모 까마귀들이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고 있다.
정글 까마귀들은 머리도 좋아 공원 벤치에 놓인 끈으로 묶은 가방 안에 든 도시락 통에 들어있는 플라스틱 봉지 안에 든 음식을 사람이 없는 동안 꺼내 먹을 정도이지만 빌딩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못알아보고 죽어라고 부리로 찍어대다가 목숨을 잃기도 한다.
▲아침 일찍 쓰레기통을 뒤져 배부르게 아침을 먹는 도꾜의 정글 까마귀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