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워싱턴도 생선 사던 포토맥 강가 수산 시장
워싱턴 주변을 들고 나는 강의 이점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종종 아쉬움을 불러온다. 즉 포토맥 강변에는 샌프란시스코등 다른 바닷가나 강변 도시들처럼 유명한 소매점, 음식점 등이 뒤섞인 대형 쇼핑몰이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볼거리가 개발돼 있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이곳 강가에는 띄엄띄엄 작은 보석들이 자리한다. 워싱턴 남서부의 워싱턴 마리나와 캐피탈 요트클럽 사이 지역은 이 보석들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곳으로 지난 200년간 온갖 해산물이 이 지역 메인 애비뉴 선창가에 모여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년 내내 온갖 워싱턴 주민이 오가는 포토맥 지류에 둥실 둥실 떠있는 일련의 선창 거룻배들 사이에 자리잡은 이곳에는 언제나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어여쁜 파티족 아가씨들, 푸드 스탬프로 끼니를 이어가는 가난한 가족들, D.C. 경찰들과, 분홍 머리의 펑크족, 금발의 단발머리 아가씨들, 턱이 뾰족한 멋쟁이 여피족 모두가 한데 뒤섞여 어울리는 곳이 바로 이곳, 칠레산 농어에서 잉어까지 온갖 종류의 생선을 다 맛볼 수 있는 재미있는 곳이다.
아침 7시면 새우와 게찜이 시작된다. 트럭들이 9시께 신선한 생선을 들여오면 요리사들이 생선짐을 푸는대로 나타나는 등 아침 일찍부터 이 지역은 부산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이곳이 가장 경이로움을 발하는 순간은 바로 저녁 식사시간이다.
저녁시간이면 시장내 간판은 불빛을 발하고 붐박스에선 음악이 울려나온다. 이맘때면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각종 해산물을 나름대로 음미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가족들은 이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아버지는 타고온 스테이션 왜건 꼭대기에 앉아 조개를 먹고 커브길의 어머니는 아이들은 옥수수로 잔치를 벌인다.
꼭 끼는 홀터 탑에 기술적으로 잘 찢은 청바지를 입은 세명의 여인들은 스티로폼 통에 담긴 새우를 먹은 후 껍데기를 휴지통에 뱉어낸다. 아트 데코 스타일의 타이를 매고 귀고리를 한 깔끔한 남성은 굴이 담긴 접시에 핫소스를 마구 뿌린다. 굴 6개를 먹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지 수 초. 6개를 다 먹으면 바로 다음 접시가 그에게 전달된다. 굴 한 다스의 가격은 겨우 8달러다. 수염을 기른 교수 타입의 한 남성은 주차장 한 가운데서 검보를 맛보고 있다.
굳이 해산물을 사거나 먹지 않더라도 여기 부두가는 국립 미술관을 돌아보듯 구경할 만하다. 포토맥 지류는 가게의 입구를 따라, 거룻배들 사이에서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생선은 포토맥 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체사피크 베이, 애틀랜타 해안, 남 태평양 등 여러 지역에서 잡아와 다양하다.
고등어의 굵은 몸체는 새 폭스바겐처렴 은빛으로 빛난다. 미끌미끌한 버터피시는 마치 누군가가 "물고기를 그려보라"고 하면 그릴 것과 똑같은 형태다. 물방울 무늬가 그려진 스트로베리 그루퍼는 눈이 튀어나와 있고 가자미는 괴상할 정도로 희다. 가자미의 눈과 가시, 색깔은 모두 반대 편에 달려 있다.
꼬리가 뾰족한 소라, 오징어도 더미를 이루고 높게 쌓였다. 옆에는 굴이 높게 쌓여있다. 두툼한 회색 고무같은 아기 상어는 파운드당 1달러99센트. 머리와 꼬리가 잘려나갔지만 지느러미가 있어서 여전히 무섭게 보인다. 새우는 무려 15가지로 크기도 엄지손가락만한 것에서 주먹만한 것까지 다양하다. 수염이 달린 검은색의 메기는 못생긴 친척 아저씨를 연상하게 한다. 커다란 게는 다리가 고무줄로 묶인 채로 진열됐고 주에서 인정할 정도로 값이 비싸고 희귀한 볼락에는 플래스틱 ID 고리가 달려있다. 노란 그물 자루에는 홍합이 가득하고 분홍빛 연어는 네모나게 잘라져 있다.
링(Ling), 클린 크로커(Clean Croaker), 잭(Jack), 보니타 투나(Bonita Tuna), 노포크 스팟(Norfolk Spot), 오션 포지스(Ocean Pogies), 미디엄 블루스(Medium Blues) 등 생선이 예술이라면 네온 칠판에 매직 마커로 적힌 생선들의 이름은 곧 시다.
부둣가에 늘어선 많은 상점중 하나인 ‘캡틴 화이트 해물(Captain White Seafood)’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빌리 화이트는 "조지 워싱턴도 여기서 게를 샀다"고 말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없다. 생선을 멋지게 던지고 받는 쇼를 하며 관광객의 눈을 끌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선장수들은 그저 "도와 드릴까요?"하는 말을 건네거나 가끔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구경만 하고 사지는 않으세요?"하는 친근한 농담을 던질 뿐이다. 다양한 인종, 연령의 사람들로 구성된 생선장수들은 모두 담배를 핀다. 블루 크랩을 파는 사람들은 두툼한 장갑을 끼고 다 기어나와서 거의 바구니에서 떨어질 것 같은 게들을 하나씩 하나씩 제자리로 얹어 놓는다.
한 꼬마가 꼬깃꼬깃한 1달러를 손에 쥐고와 "이걸로 새우 몇 마리나 살 수 있나요?"하고 물으면 생선 장수는 새우 한두마리를 그냥 주고 꼬마에게 길 건너가서 사과나 뭐 다른 것을 사라고 말한다. 작은 새우 다섯 마리를 팔면서 꼬마의 마지막 1달러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해산물을 사는 사람들도 생선 장수의 인종만큼 다양하다. 버지니아 센터빌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는 24세 청년 조는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여는 파티에 들로갈 게를 사러 왔다. 그는 "이걸로 좋은 점수를 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6개월간 아들을 방문하러 이집트에서 온 사파와 A.M. 엘모슬레메니는 빵가루를 입혀 튀길 오징어를 사러왔다. 12세 소년 내쿠런 스미스는 낚시를 하러왔다. 끈도 제대로 매지 않은 에어조던 운동화를 신은 빼빼 마른 이 소년은 이곳에서 고기를 낚아 행인들에게 팔고 그 돈으로 게나 새우를 사먹는 것이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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