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경력이 있는 정모(여, 43)씨는 평소 화사한 옷차림에, 돈 씀씀이가 좋아 주변에서 재력가로 통했다. 게다가 말솜씨마저 남다른 정씨 곁에는 자연 사람들이 몰렸다. 그래서 지난 연말 정씨가 주동이 되어 계를 만들자 계원모집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정씨의 가입 권유를 받은 사람들은 정씨 얼굴만 믿고 계원이 되어 준 것이었다.
그런데 1년도 못 가 문제가 생겼다. 철석같이 믿었던 계주 정씨가 어느 날 곗돈을 싸들고 자취를 감춘 것이었다. 돈을 잃게 된 계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정씨를 찾았지만 작심하고 사라진 정씨의 행방을 알 길이 없었다. 바람이 전하는 소식은 정씨가 LA에 있다고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고도 한다. 피해자들은 억울한 마음에 민사소송을 해 정씨에게 떼인 돈을 찾고 싶다. 그렇지만 정씨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씨를 캘리포니아 법원에 제소할 수 있을까?
계원을 상대로 사기를 친 정씨의 불법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문제는 소재를 알 길 없는 정씨에게 제소 사실을 어떻게 알리느냐이다. 제소된 피고 정씨 입장에서 볼 때 제소 사실을 통보 받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다. 따라서 소송 절차법은 원고가 피고에게 제소 사실을 반드시 통보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소 사실을 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피고가 직접 통보를 받아야 한다.
피소 사실을 알리는 소환장(Summons)과 소장은 원칙적으로 소송 당사자가 아닌 18세 이상의 제삼자가 피고에게 송달해야 한다. 보통은 카운티 셰리프나 민간업자(process server)를 통해 전달하게 된다. 소송 당사자가 아니므로 변호사가 송달을 해도 무방하다. 변호사가 선임된 것이 확실하면 피고측 변호사에게 전달해도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된다.
송달을 의도적으로 피하면 송달의 효과가 중지되는가? 가령 소환장과 소장이 전달되려는 순간, 이를 통보 받지 않기 위해 달아난다고 하자. 일단 소환장과 소장의 전달 사실을 안 이상 이를 피할 목적으로 도망간다고 해도 송달의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송달은 소환장과 소장이 송달되는 순간 완성된다. 따라서 피고는 송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대응해야 한다.
소환장과 소장을 송달하려고 했으나 피고가 없어 이를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때는 소장과 소환장과 피고의 대리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 이 때는 두번 정도 직접 피고에게 소환장과 소장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해 보아야 한다. 만약 이런 노력을 했는데도 송달을 할 수 없었을 때는 피고의 대리인에게 송달할 수 있다. 이 때 소장을 송달 받은 대리인은 18세가 넘어야 한다. 원고측 송달자는 대리인에게 전달된 서류가 소장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 동시에 간접 송달 절차를 사용할 때는 송달 직후 서류를 피고에게 우송해야 한다.
만약 서류를 송달 받는 피고측이 동의를 한다면 우편을 통해서도 송달이 가능하다. 우편을 통해 송달을 할 때는 송달 받은 측이 송달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서류(Notice and Acknowledgment)에 서명해 주어야 송달의 효과가 발생한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계주 정씨의 케이스에 해답이 될 수 없다. 현재 정씨는 행방 자체가 묘연하기 때문이다. 거주지마저 알 수 없으므로 직접 혹은 간접 송달 어느 쪽도 불가능하다. 그럼 정씨를 상대로 소송이 불가능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설사 지금 당장 행방을 알 길이 없더라도 정씨 소재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했다면 소송이 가능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법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법원에 정씨 소재 파악을 위해 모든 가능한 노력을 다했다는 것을 보이면 송달 의무를 신문광고로 대치하도록 허용해 준다. 그러나 아무 신문에나 광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법원이 인정하는 신문이라야 한다. 법원은 광고가 피고에게 피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도록 제한하고 있고, 광고는 매주 한번씩 4주 동안 게재해야 한다.
정씨가 아예 한국으로 달아났을 경우에 신문광고를 통한 송달을 할 수 있는가? 적어도 한국에 돌아간 시기가 최근이라면 최종 주소지를 중심으로 정씨를 찾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법원에 입증할 수 있으므로 신문광고를 통한 송달이 가능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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