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화제
▶ 규율생활 때문에 엘리트학생 진학 기피
미국에는 3대 엘리트 군사교육기관이 있다.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 그리고 콜로라도주의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있는 공군사관학교가 그것이다.
그런데, 이들 사관학교들에 엘리트 신입생 충원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날이 갈수록,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엘리트 학생들의 지원율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소련과 날카로운 각을 이루었던 냉전체제의 붕괴가 사관학교의 매력을 떨어트리는데 결정타를 가했다.
게다가,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의 군사조직은 3분의 1이나 축소되었다. 이에따라, 요즘 신세대 젊은이들은 군대로 진출해서는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또, 걸프전 이후 장기간 계속되는 평화무드 속에서, 사관학교의 존재는 신세대의 마음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지난 70년대만 해도 미국인들의 뇌리에는 사관학교가 깊이 각인되어 있었다.
냉전의 와중에서, 2차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좋은 예로, 1950년대 공중파 TV 방송들은 ‘웨스트 포인트 스토리’나 ‘애나폴리스의 사나이 같은 사관학교 시리즈물을 방영했다.
이들 드라마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레너드 니모이, 그리고 바바라 이든 같은 유명배우들이 출연하여 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제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현재 장기간 계속되는 미국경제의 전반적인 호황도 이들 사관학교들의 퇴조와 무관하지 않다.
대학을 나와서 사회로 진출하면 얼마든지 좋은 취업기회가 있는데, 굳이 사관학교에 가서 힘든 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게다가, 의회는 대학생들의 학자금 융자를 더욱 용이하게 해 주었다.
사관학교들이 엘리트 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최대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학비가 전액면제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학 학자금 융자프로그램들이 활성화 되면서, 경제적 압박을 받던 우수한 학생들에게 사관학교들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이 밖에, 다른 부차적인 요인들도 있다.
예를 들면, 3군 사관학교는 지원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전형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사관학교의 "공식 지원자" 자격을 얻으려면, 몇 명의 연방상원의원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의 학생예비군 프로그램, 또는 대학 ROTC 프로그램의 단장으로부터도 지명을 받아야 한다. 또, 사관학교의 정원중 일정부분은 상이군인의 유자녀나 현역군인들의 자녀들에게 특차로 할애된다. 이러저래, 일반 학생들이 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다.
또, 편하게만 자라난 요즘의 신세대들은 사관학교의 엄격한 규율생활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관학교에서는 식당에 갈때도 제복을 입고 행진해야 하며, 항상 관물을 정리정돈하여 내무감사를 받을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관학교에서는 흡연음주가 철저히 금지되고, 성생활도 엄격히 통제된다.
더구나, 사관학교에서는 상급생들이 하급생들의 군기를 잡는 전통이 있다. 이로 인해, 특히 신입생들은 엄청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각오해야 한다. 대학에 가서 자유를 만끽할 시절에, 굳이 사관학교로 들어가 이런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좀 우스운 예기지만, 1998년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사관학교 지원감소 추세에 일조했다.
스필버그는 이 영화에서 전장의 피튀기는 잔혹한 실상을 너무나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본 후, 웨스트 포인트 당국에 전화를 걸어서 자신들의 예비등록을 취소시켜 달라고 요구했다는 일화가 있다.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든, 사관학교들의 엘리트 신입생 충원문제는 심각한 상황에까지 와 있다.
냉전붕괴 이후, 해군사관학교와 공군사관학교의 지원율은 무려 50%씩 감소했다. 그나마, 육군사관학교는 행복한 편이어서, 냉전붕괴 이후에도 그런대로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엘리트 충원문제로 위기감을 느끼기로는 웨스트포인트라고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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