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즈모닷컴은 한때 가장 촉망받던 인터넷 기업의 하나였다. 이 회사를 세운 조셉 박(28)씨는 비디오에서 아이스크림까지 주문만 하면 한시간내 배달해준다는 것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97년 남보다 일찍 인터넷 비즈니스에 뛰어 들어 신경제의 신화적 인물로 떠올랐다.
직장을 그만 두고 1년간 창고에서 룸메이트와 먹고 자며 맨손으로 코즈모를 일궈낸 박씨는 한인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요즘 2세들이 너도나도 대학을 때려 치고 닷컴회사를 차리는데는 박씨의 영향이 컸다. 한때 기업 평가 가치가 3억달러에 달하며 억만장자 대열 진입을 눈앞에 뒀던 박씨는 한국을 방문, “코즈모 코리아를 설립할 계획이며 파트너가 되게 해달라는 한국 대기업들이 줄서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불과 지난 5월의 일이다.
그러나 이제 코즈모에서 박씨를 만날 수 없다. 경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1억5,000만달러의 신주를 공모하려던 계획도 취소됐다. 대신 270여명의 직원들이 감원됐다. 코즈모가 연방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재무보고서를 보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알수 있다. 99년 4·4분기 코즈모의 총수입은 211만달러였다. 그런데 이 회사가 물건을 배달하는데 든 돈만 228만달러였다. 다시 말해 마케팅, 사무실 유지비, 심지어 물건의 원가를 다 빼고도 적자가 난 셈이다. 이것 저것 다 합치면 석달 동안 난 적자액은 1,800만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아마존 닷컴이다. 아직도 코즈모 지분의 30%를 아마존이 갖고 있다. 코즈모가 살아 남느냐 여부는 아마존이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밀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씨가 이 회사를 창업하게 된 것부터 아마존에 책을 주문했다 배달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불편한데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아마존이 언제까지나 코즈모를 지원해줄수 있을까는 미지수다. 아마존 자체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불과 작년 말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뽑혀 표지에 날 정도로 신경제의 총아였던 아마존은 최근 일부 투자가들이 생존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폭락을 거듭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올초 최고 120달러에 육박했던 아마존 주식은 최근 30달러선까지 곤두박질했다 현재 40달러선을 맴돌고 있다.
아마존의 위기도 코즈모와 똑같은 스토리다. 인터넷 판매 분야 선두주자로 가장 널리 이름이 알려진 아마존은 매출이 늘기는 하지만 창고 관리등 부대비용이 예상보다 훨씬 더 들어 순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올 들어 발생한 적자만 4억달러며 이로 인해 작년 15억 달러선이던 총부채는 21억달러로 불어 났다.
주가가 떨어지면서 종업원들의 사기도 말이 아니다. ‘나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월급 대신 스탁옵션을 받았는데 주식값이 워낙 바닥을 기고 있어 행사해 봐야 돈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얼마전에는 수석 부사장까지 사표를 냈다.
아마존은 책과 비디오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판매 상품을 확대하고 프랑스인을 위한 웹사이트까지 개설하는등 수익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다. 아마존은 책가게란 인식이 굳어져 있는데다 인터넷을 통해 책을 사는 프랑스인들은 전국민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빌린 돈을 재융자해야 하는 내년 초가 아마존의 생사 갈림길이 될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추가로 투자자금을 유치할수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진짜 심각한 것은 이것이 코즈모와 아마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애완동물을 파는 페츠 닷컴, 장난감 판매업체인 e토이즈 닷컴 같은 수많은 군소업체가 폐업 위기에 놓여 있다. 신경제의 대명사인 야후도 광고가 줄어 고전을 하면서 올초 250달러씩 하던 주가가 100달러선으로 폭락했다. 닷컴이 붙은 업체치고 제대로 수익을 내는 곳은 극소수다.
지난 수년간 미경제의 활황은 인터넷등 하이텍을 내세운 신경제 기업들의 약진에 힘입은 바 크다. 이들 기업이 무너질 경우 과연 지금같은 호경기가 계속될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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