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시체 곁에서 살다 발견되는 아이들 늘어
테네시주 멤피스의 트래비스 버틀러(9)는 위탁보호될까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매사추세츠에서 리디아 핸슨(7)은 학교 선생님에게 말했다가 야단만 맞았다. 오클라호마의 카리나 리스토리오(4)는 평소 배운대로 집밖에 나가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미시건의 아마드 워싱턴(6)은 엄마가 곧 깨어날 것이라고 믿고 버텼고 나이는 세 살이지만 지능은 젖먹이와 다름없는 노스캐럴라이나의 바비 코벳 주니어는 그저 트레일러 속에 갇혀 있었다.
이 다섯 아이는 작년 12월부터 3개월 사이에 함께 살던 홀어머니나 홀아버지가 갑자기 죽는 바람에 다른 어른에게 발견되기까지 며칠, 또는 몇주를 시체 옆에서 홀로 지냈던 아이들이다. 이런 기막힌 케이스들은 아직 한번도 정식으로 연구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아동심리학자들은 이 사건들이 최근 증가하는 홀부모 가정에 수반되는 섬뜩한 추세라고 우려한다. "부모가 죽었는데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었다니 도대체 미국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다는 말입니까?"라고 안타까와한 코넬대학의 심리학자 제임스 가바리노는 "아이들을 더 안전하게 지키려고 바깥 세상은 위험하다고 누차 타이르다보니 어떤 아이들은 너무 외부세계와 고립되고 두려워한 나머지 부모가 없는 것보다는 죽었어도 같이 있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윌락 칼리지 교수 다이앤 레빈도 "아이들이 의지할만한 어른이 없어요. 어떤 아이들은 도움을 요청하지 말라고 배우지요"라고 동감하고 있다.
도무지 희망이라곤 없어보이는 멤피스의 빈민가에 살던 크리스탈 웰스(30)는 작년 11월 3일, 저녁을 짓느라 스토브 앞에 서있다가 외아들 트래비스가 들어오자 "숙제하고 저녁 먹을 준비해라"고 소리쳤다. 가진 것이라고는 서로 밖에 없는 모자는 이 거대한 아파트 단지에서 자기들끼리만 살아왔는데 조금 있다가 부엌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 달려간 트래비스는 "엄마, 괜찮아?"하고 물었지만 부엌과 거실 중간에 쓰러진 엄마의 머리카락에는 붉은 것이 보였고 눈은 완전히 하얗게 뒤집어져 있었다. 웰스는 부검 결과 폐에 난 주먹만한 종양 때문에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엄마가 없으면 자기는 소년원에 갔다가 누군지도 모르는 위탁가정에 보내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트래비스는 33일을 버텼다. 버스를 타고 학교도 가고 시장에 가서 우유와 마카로니, 치즈도 샀다. 추수감사절 만찬으로는 냉동 피자를 마이크로웨이브에 데워 먹었고 집안에 있던 마니 오더를 찾아내서 엄마가 하던대로 전기요금까지 냈다. "엄마가 죽은 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가 집안에 있기 때문에 안심됐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한, 평소 알고 지내던 부부에 의해 크리스탈 웰스의 시체가 발견된 사흘 후인 12월 9일, 리디아 핸슨은 매사추세츠주 피바디에 있는 학교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던 선생님에게 "우리 엄마가 죽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원래 수줍어 어른들에게 질문도 안하는 아이인 리디아가 지어낸 이야기를 한다고 야단만 쳤다고 외할머니는 말했다.
엄마 킴벌리 핸슨은 겨우 33세였다. 그날 아침 리디아가 학교에 가려고 옷을 갈아입을 때 거실 의자에 앉아 우편물을 뜯어보던 엄마가 갑자기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고 리디아는 말했는데 킴벌리는 지병인 당뇨병과 심장병 때문에 갑자기 죽은 것이었다. 아이는 의자에 올라가 엄마에게 입맞추고 뺨을 쓰다듬어 봤지만 학교에 늦을까봐 카풀하는 차소리가 들리자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날은 어두워지고 엄마는 움직이지 않아 리디아는 부엌으로 가서 마이크로웨이브로 저녁을 데워먹고 조금 있다가 엄마랑 매일밤 하던대로 팝콘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이불을 가져다가 엄마 무릎위로 올라가서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킴벌리의 시체는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궁금한 친정부모가 다음날 차를 몰고 찾아와서야 발견됐다. "엄마가 너무 차가왔다"는 리디아는 얼마전에 바꾼 전화를 사용할줄 몰랐고 엄마 곁을 떠나기 싫어 이웃사람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이 일로 인한 충격 때문에 남편과도 별거하고 먼 곳으로 이사해 손녀를 키우고 있는 외할머니 섀런 터커는 몇 달이 지나도 화가 풀리지 않아 학교를 걸어 제소했다. 아이의 말에 귀기울여줘야할 학교에서 다시는 어떤 아이도 자기 손녀와 같은 일을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널리 보도된 트래비스와 리디아의 경우와 달리 다른 세 아이의 경우는 훨씬 주목을 덜 받았는데 그중 트래비스의 경우는 가장 먼저이기도 했고 가장 많이 알려졌다. 트래비스의 외할머니 셜리 와일더가 트래비스를 데리고 신디케이티드 토크 쇼에 출연해 제시 잭슨 목사, 프로 농구선수들, 이외 저명인사ㅡ 보통 사람들이 음식, 옷가지 및 20만달러가 넘는 성금을 모아 보냈기 때문이다.
와일더는 웰스가 죽기 전에는 몇 년동안 아들을 찾아 보지도 않던 트래비스의 생부를 상대로 양육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데 외손자 앞으로 신탁된 돈을 가지고 미시시피주 북부의 고급 주택가 골프장 옆에 집을 사려다가 변호사가 사임해버려 트래비스의 신탁기금은 법정관리되고 있고 임시 양육권은 트래비스 어머니의 시체를 발견한 부부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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