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적평정, 스트레스 해소 불구 가정소홀등 부작용
건전한 취미생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취미생활은 삶의 조미료와 같아서, 기계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안식을 준다. 그러나,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발생하는 법.
게중에는 취미생활이 지나쳐 직장과 인간관계에 문제를 만들고, 심지어 가정까지 파괴되는 경우가 있다.
학자들은 오늘날, 전체 미국인들의 5분의 1정도가 하드코어 취미생활자, 즉 취미중독증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중독되는 취미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전음악, 암벽타기, 승마, 골프 등등 가지각색이다. .
이들은 시간만 나면, 그리고 꿈속에서도 "어떻게 취미의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를 궁리한다.
취미중독자들은 보통사람보다 하루 24시간을 훨씬 더 복잡하게 산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두 개의 직업을 갖고 조화를 맞춰가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진짜 직업은 돈 버는 것이고, 취미라는 직업은 자신들의 영혼을 지탱해주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그 동안, 취미중독자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왜 혹자는 취미에 대한 극단적인 열정을 갖고, 혹자는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일단의 학자들은 개인의 취미중독증은 몇몇 심리학적 요인들의 결합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자극에 대한 갈망, 자율성, 커뮤니티의 의미와 지각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어떤 학자들은 취미중독증의 원인을 유전적 형질에서 찾는다.
예를 들면 UCLA의 정신병학자 어네스트 노벨은 알콜 중독자와 취미중독자에게는 공통적인 유전적 특질이 있다고 말한다. 즉, 이들에게는 뇌속의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 수용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한 뉴론에서 다른 뉴론으로 기쁨의 반응을 전달하는 화학 촉매제이다.
"도파민이 적은 사람은 기쁨을 느끼기 위해 보다 강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
노벨의 주장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취미중독증의 신비가 규명된다면, 그 적용분야는 무한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학교공부를 하게 만들 수 있다면...
이같은 가정을 전제로, UCLA의 국제 소질개발센터의 연구자들은 인간의 동기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열정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더 장수하고,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을 영위한다는 점이다. 행동심리학자들은 그 원인을, 취미생활이 내적 평정과 삶에서 나오는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취미생활이 마냥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취미중독자들은 대개 가정을 소홀히하고,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또, 취미활동에는 열광하는 대신, 나머지 일상생활에서는 따분하게 느끼는 부작용도 흔히 나타난다. 가장 보편적인 부작용은 지나친 취미생활이 건전한 인간관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이다.
취미중독 이슈를 가장 심도있게 연구한 학자로서, 캘거리 대학의 로버스 스테빈스 교수를 들수 있다. 그는 중독차원의 취미생활을 "심각한 레저"라는 용어로 규정한다. 그의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20%가 소위, 심각한 레저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온타리오 워털루 대학의 로버트 마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심각한 레저는 사회적 직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보상해 준다. 즉, 자신을 몰입할 수 있게 하고, 한 개인으로서 성장해 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55세의 트리시아 조던은 중세의 르네상스 음악을 연주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내 마음 속에는 온통 르네상스 음악 뿐이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손가락이 저절로 춤을 춘다. 르네상스 음악은 나에게 섹스 못지않은 희열을 준다"
조던은 말한다.
그녀는 사립학교의 컴퓨터 교사다.
조던은 4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UCLA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그러나, 사회에서는 컴퓨터 관련 직업을 가졌고, 음악은 단순한 취미 차원에 머물렀다. 그러던 중, 결혼초기 간염으로 침상에 누워 있다가 르네상스 음악을 들으면서 그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그 이후, 조던은 하루평균 4-6시간씩 르네상스 음악을 연습했다. 둘째 아이를 낳고는 병원에서 콘서트홀로 직행하여 연주를 했다. 이때부터, 남편과의 사이에 금이가기 시작했다. 결국, 그녀는 취미생활 때문에 남편과 이혼했다. 현재, 조던은 오케스트라에서 만난 바순 연주자와 재혼하여 음악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한편, 변호사인 윌리엄 크로거는 산악 바이크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40마일의 속력으로 질주해 내려오는 것이 취미였다. 그러다가, 4년전부터 그는 암벽등반에 매료되었다.
"암벽을 대하고 있노라면 일체의 잡념이 사라진다. 마치, 도를 닦는 사람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사고를 당하면 아내와 자식은 어떻게 될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그것도 이내 사라졌다"
크로거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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