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변호사
▶ ’유한책임 파트너십’ 요건강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유익한 법률상식 필진이 바뀌었습니다. 이민법과 상법을 전문으로 하는 김성환 변호사가 일상생활을 중심으로 한 법률상식을 알기 쉽게 풀이해 줄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기대합니다.
영주권. 있는 사람에게는 세상 사는데 별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지만, 없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아쉬운 것이 바로 영주권이다. 영주권으로 가는 지름길의 하나는 이민법 203조 (b)(5)항에 규정되어 있다고 해서 통칭 EB-5라고 부르는 투자이민이다. 지역에 따라 100만 달러나 50만달러를 투자해 1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향후 투자계획서와 함께 투자액이 에스크로에 들어 있다는 것만 보여주어도 곧바로 조건부 영주권을 내주고, 2년후 투자실적을 재심사해 그 조건부의 단서를 없애준다.
법의 문자와 정신에 따라 정액 투자를 하고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10명을 고용한다면 영주권을 받는데 하등의 문제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미국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이 목돈을 투자하고 거기다가 상당수의 종업원을 고용한 업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대개 미국인이 무한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파트너십에 20만~30만달러를 들고 유한책임 파트너 자격으로 들어가 영주권이 완전히 나올 때까지만 투자자로 남아 있는 형태로 일이 추진됐다. 이 투자 파트너십은 사업 아이디어가 유일한 자산인 미국인 사업자들의 자금욕, 그리고 영주권이 필요한 중산층 이민 희망자들의 이해, 그리고 법의 맹점을 읽은 이민업자들의 장삿속이 맞아 떨어져 한동안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되자 INS는 이런 투자 파트너십 중 상당수가 외국인 투자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당초 입법 취지와 걸맞지 않는다며 영주권 신청서를 잇달아 기각했다. 한동안 이런 파트너십을 통해 실질적으로 법정투자액에 미치지 않더라도 영주권을 내주던 INS가 관련 법규를 재해석한 메모를 발표하고, 이즈미(Izummi)를 비롯한 4건의 행정판례를 통해 입장 변화를 명문화하기에 이르렀다. INS의 기존 입장만 믿고 이민서류를 냈던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와이주 연방지법이 지난 3월 판결을 낸 R.L Inv. LTD Partners v. INS 케이스는 한마디로 INS의 이런 입장 변화의 적법성이 쟁점이었다. 호놀룰루에 은퇴한 노인층을 겨냥한 고급 콘도를 건립, 운영하려던 미국인 업자들이 만든 파트너십 R.L Inv. LTD Partners는 우선 한국인과 중국인 투자자 5명을 유한책임 파트너로 영입했다. 이들 유한책임 파트너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영주권이었다. 98년초 거의 동일한 내용의 영주권 서류를 이민국 캘리포니아 서비스 센터에 제출한 이들 5명중 4명은 별 문제없이 임시영주권을 받았다. 그런데 하필 중국계 주모씨만 임시영주권이 나오지 않았다. 주씨의 영주권 신청서를 기각한 사유의 하나는 이들 유한 투자자들은 1년에 투자액의 4%를 우선적으로 지급 받고, 영주권을 받은 3년 뒤에는 이들이 원하면 원금을 환불해 주겠다는 파트너십 약관 때문이었다. INS는 이것은 투자가 아니라 융자에 가깝다고 보았다. 추가투자를 받아들여할 처지에 있던 이 파트너십은 INS의 결정이 일관성이 없는 마구잡이 행정의 산물이라고 반발했다. 그래서 이들은 연방법원에 INS를 제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하와이주 연방법원은 INS의 조치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INS가 이 문제에 관련해 법적 구속력을 가질 만한 행정판례를 공표한 사실이 없으므로 설령 나중에 INS 내부 입장을 행정판례를 통해 바꾼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INS의 입장 변화는 행정관청의 규칙 제정에 준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행정절차법에 따른 사전 입법예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INS의 입장 변화는 이민법 관련 규정의 재해석이므로, INS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그럼 왜 같은 시기에 똑같은 조건으로 영주권을 신청한 5명중 4명은 영주권을 내주고 한 사람은 기각했는가? 이 파트너십을 통해 영주권을 신청한 5명중 임시영주권을 받은 4명의 케이스는 순전히 INS의 실수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INS가 실수로 임시영주권을 내주었다고 해서 이 실수에 발목이 잡혀 계속 영주권을 내줄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번 판결은 일단 임시영주권을 받았으나 INS의 정책이 바뀌는 바람에 영주권 재심사에서 탈락위기에 있는 상당수 한국인 임시영주권 케이스와 성격이 다소 다르다. 더구나 하와이 연방지법의 이번 결정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다른 주 법원에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하와이 지법의 이 결정은 법원이 INS의 EB-5 정책변화에 법적 하자가 없다고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에서 INS의 입장이 더욱 공고하게 된 것만은 틀림없다.
97년 12월에 발표한 메모를 통해 INS는 임시영주권을 발급 받은 케이스도 INS의 새 규정에 어긋나면 영주권 재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입장을 명백히 해놓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영주권 재심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관련 한인에게는 결코 낭보라고 할 수 없다.
김성환 변호사
61년 전남 해남생
경희대 정외과 졸
Ball State University 정치학 석사
Florida State University 정치학 박사과정 수학
Southwestern University School of Law J.D
캘리포니아 주 변호사
캘리포니아주 부동산 브로커
미 이민변호사회 회원
LA 한국일보 기자 90~95년
’헤지 펀드에서 정크 본드까지’ 저술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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