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배 LA총영사가 9월로 부임한지 1년을 맞는다. 김 총영사는 부임 직후 LA한인회를 비롯한 한인사회 주요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상견례를 자청해 ‘전임자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인상을 주더니 재정난에 허덕이던 남가주 한국학원 살리기운동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하면서 ‘행동하는 총영사’의 모습을 보였다. 일요일이 되면 빠짐없이 한인 교회들을 번갈아 찾아다녔고 지지부진하던 한국교육원 건물구입사업, ‘뜨거운 감자’였던 4·29장학재단 정상화, 그리고 숙원사업이었던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건립사업등 한인사회 현안에 직접 뛰어드는 과감성과 추진력을 보였다. 소신과 추진력이 강했기에 일부에서는 그를 비난하는 투서가 나돌기도 했고 너무 나선다는 인상에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 이들도 있었다. LA에서 1년을 보낸 소감과 그의 소신, 그리고 한인사회 현안에 대한 생각과 계획을 들어봤다.
-부임한지 벌써 1년이 됐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바쁘게 보냈는데.
▲1년전 LA에 도착했을때만해도 업무에 대한 중압감이 있었는데 아무쪼록 소신대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동포사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LA는 매우 독특한 곳이다. 스리랑카 대사로 있었을 때는 휴가와 여행, 운동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있었는데 LA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 곳이다. 한마디로 개인생활은 접고 지낸다. 가정의 평화에 문제가 있을 정도다.(웃음)
-과거 총영사들에 비해 한인사회 현안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인사회의 성금이 헛되게 사용되는 불행한 일들이 있었고 ‘이런 정신으로는 주류사회 진출 못한다’는 분노에 찬 분위기가 동포사회에 팽배했다. 이같은 여론을 수렴, 한인사회에 정직, 성실의 도덕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이면에서 뒷받침하려고 노력했다. 남가주 한국학원 살리기, 도산 선생 동상건립, 한국교육원 건물구입, 4·29장학재단 정상화등 문제가 있었던 단체나 사업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모멘텀’(momentum)이 없었을 뿐이다. 특히 남가주 한국학원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산’이었다. 비록 아직 ‘작은 산’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혜롭게 넘을 것이다. 정직과 신의, 성실이 통하는 사회, 그리고 투명성이 보장되는 동포사회를 만들겠다는게 나의 소신이다.
-남가주 한국학원의 경우 현재 교장 재임명문제를 놓고 교장과 교육감, 이사들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데.
▲학원은 개인기업과 달라서 각기 다른 의견들을 결집하기가 좀처럼 쉽지않다. 현재 한국학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은 홍명기 이사장이 리더십을 발휘해 무난히 풀어갈 것으로 믿는다.
-여러 사업들을 동시에 추진해 오면서 몇몇 인사나 단체가 본국 정부에 투서를 보내기도 했다.
▲신상에 관한 투서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않다. 문제가 됐던 사업들을 추진하려면 일부 부정적인 현상이 있게 마련이다. 개인의 기득권이나 이해관계를 위해 투서를 하는 것은 동포사회의 단합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투서는 현실적으로 큰 일을 하기위해 감수해야할 과정이다. 동포사회의 의식이 더욱 성숙되면 자연적으로 없어질 문제다.
-최근 한인회는 ‘영사관과 평통이 8·15기념행사에 태극기를 달지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본국 정치인들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하면서 공개질의서를 돌리고 청와대에까지 알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동포사회의 행사는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조다. 8·15기념행사는 친북단체가 참여하면서 평통과 한인회가 의견충돌을 보였던 행사다. 동포사회의 화합과 융화차원에서 행사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려 했으나 의견상충이 많아 쉽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에게 행사에 참석하지 말도록 요청했던 적은 없다. 그것은 한인회의 오해다. 인간인 이상 오해와 실수를 범할 수는 있겠으나 한인사회의 화합을 위해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고 오해를 규명한뒤에 그같은 일을 했어도 늦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무슨 일만 있으면 한국정부에 의존하려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한인회에서도 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사관과 한인회는 어떤 관계인가.
▲한인회와 영사관은 한 배를 탄 사이이며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입장에 같이 서있다. 따라서 융화와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이다. 만약 한인회와 영사관 사이에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지 못했다면 그것은 총영사의 불찰이다. 지난 민주당전당대회때 영사관과 한인회, 경찰위원회가 합심 협력해서 동포들의 피해예방을 위해 밤을 세우며 공동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바로 가장 바람직한 영사관과 한인회의 관계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영사관이 동포단체 사업에 대한 지원에 인색하다는 불평이 있다. 최근 한인회에서는 영사관이 한국의 날 축제 예산지원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는데.
▲한국의 날 축제는 총영사가 당연히 챙겨야할 행사다. 이미 본부에 보고하고 2만달러의 에산을 할당받았는데 ‘지원금이 없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런 일이 있다면 나에게 전화 한마디만 했어도 됐을 일 아닌가. 본부 지원금이 도착하는대로 축제재단측에 전달할 것이다. 아마 한인회 쪽에서 불만을 표시했던게 동포재단의 지원금이 적은데 대한게 아닌가 싶다. 동포재단은 전세계 동포사회의 요구를 한꺼번에 모두 들어주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동포재단쪽에서도 이에대해서는 볼멘 소리를 할 정도다. 재외동포재단이 활성화되려면 예산증액등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들이 취해져야 하며 그 기능과 역할 역시 확대돼야 한다.
-일부에서는 총영사가 동포사회 사업과 행사에 너무 자주 끼는게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남가주 한국학원등 4개 사업은 엄밀히 말하면 내가 와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이미 존재했던 사업이었고 동포사회의 분열을 일으키고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은채 방치돼 있던 문제들이었다. 한마디로 손대기가 무서워, 또는 손댄후 부담이 무거워 피해왔던 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때 총영사의 역할론을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보도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들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고 수습에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한국학원이나 장학재단의 경우 새 이사진이 구성된 뒤 한번도 운영에 개입한 적이 없다.
-그럼 앞으로도 그러한 문제가 있다면 계속해서 ‘해결사’ 역할을 할 생각인가.
▲더이상 그같은 일이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총영사가 나서서 일을 추진하는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년동안 중요한 숙제들을 모두 해놓은 느낌이어서 남은 임기는 조용히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주력할 생각이다. 하지만 동포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 일이 있다면 본분을 다한다는 입장에서 기꺼이 참여하겠다. 각종 행사에 너무 많이 나서는게 아니냐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60만이 훨씬 넘는 거대한 한인사회에서 총영사가 발로 뛰지 않고 가만히 앉아만 있다면 그것이 총영사가 해야할 일이라는 말인가. 앞으로도 총영사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겠다.
-지난 1년동안 매주 다른 교회들을 찾아 다니며 교인들을 만났는데 일부에서는 ‘오버액션’이라고 비꼬기도 하는데.
▲지난 1년동안 출장때 한두번을 빼놓고는 한번도 안빠지고 교회에 나갔다. 서민들과 동고동락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총영사의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예배와 친교시간을 통해 동포들과 현장감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버님과 할아버님이 목회자이셨기 때문에 늘 범사에 감사하고 기도하라는 말씀을 신앙으로 삼아 살아왔다.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교회를 찾아가 기도하고 찬송하며 친교를 하면 큰 정신적인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똑갚이 각 교회를 돌며 예배를 드리고 동포사회 저변의 이야기들을 것이다.
-과거 총영사들에 비해 관저를 자주 개방하는 편이다. 이유가 있는가.
▲관저는 국민의 귀중한 세금으로 구입한 곳이다. 공관장이 편하게 있으라고 사준 곳이 아니다. 동포사회 관련업무와 외교업무를 잘 하라고 정부가 제공해 준 것이다. 잘 하라는 의미에서 가정부 월급까지 내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동포사회에 관저를 오픈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LA한인사회에도 그에따른 변화가 예상되는데.
▲50년이상 분단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갈등과 혼란을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다. 순수한 화해 협력차원에서 친북인사들과의 만남은 시대적 흐름이라고 본다. 하지만 친북인사들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적절히 대응할 것이다. 친북인사들과의 합동행사는 취지는 좋지만 기존의 절차와 형식이 존중되는 테두리내에서 추진돼야 한다.
-동포사회와 단체장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LA는 580만 해외동포사회의 목표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지도적 역할과 사명을 갖고 있다. 동포사회 지도자들과 단체장들은 도산 선생의 정직과 성실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같은 역할과 사명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런의미에서 지나친 고국지향적 성향을 버리고 미국의 법질서를 존중하고 정치력을 신장해 민족적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유권자등록 캠페인, 우정의 종각 후원회 결성 움직임, 1.5세단체들의 건물공동 구입등은 동포사회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일이다. 한인사회는 지난 30여년동안 경제적, 사회적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왔고 이제는 그 기반위에 2세들이 주류사회 각계에 진출하는 과도기를 맞고 있다. LA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국, 애족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인 만큼 미 주류사회의 가장 큰 덕목인 정직과 성실을 사회풍토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