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로버츠는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여배우의 하나다. 편당 영화 출연료도 2,000만달러로 여배우중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지난 1년간 주요 잡지 표지 인물로 7번이나 등장,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런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비평가들로 부터는 별 인정을 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최근작 ‘에린 브로코비치’는 이같은 통념을 깨고 그녀가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정상급 스타임을 확인시켜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줄거리는 2번 이혼하고 혼자 세 아이를 키우던 에린이 가까스로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해 일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대기업의 비리를 발견하고 이를 파헤쳐 혼을 내준다는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악덕기업은 가주에 전기와 개스, 수도를 공급하는 퍼시픽 개스 & 전기회사로 수돗물에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칠수 있는 악성 크로미엄을 흘려 내보내 주민들이 암을 비롯한 온갖 질병으로 고생하게 만든다.
이 회사는 처음 주민들의 집을 헐값으로 산 후 딴 곳으로 이주시키려 하지만 에린의 끈질긴 추적으로 이 회사가 유해물질을 흘린 사실을 발견하고도 이를 숨기려 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93년 650명의 지역 주민에게 3억3,300만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집단소송 합의금을 물어 주게 된다.
주요 언론들은 내년 오스카 상감이라고 줄리아 로버츠를 추켜 세우고 있으며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데 앞장서 온 월스트릿저널 마저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작”이란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 전역이 파이어스톤 타이어 리콜을 둘러싼 소동으로 시끄럽다. 가장 잘 팔리는 차량의 하나인 포드 익스플로러에 장착된 파이어스톤 타이어가 주행도중 터지면서 운전자와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르자 취해진 이 소환 조치로 고객들이 650만개의 타이어를 일제히 갈겠다고 몰려 들면서 포드와 파이어스톤사 체인 업무가 마비될 정도의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미국민들은 그 동안 숱한 소비자들의 항의와 불평이 접수됐음에도 “사고가 난 것은 운전자들이 타이어에 바람을 제대로 넣지 않고 더운 날씨에 부주의하게 차를 몰았기 때문”이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미국에서만 46명이 목숨을 잃자 부랴부랴 소환을 서두른 파이어스톤사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사건의 전모는 시간이 가면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흘러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파이어 스톤은 불량 제품을 만든 책임을 면하기 힘들 것 같다. 문제가 된 타이어가 주로 나온 일리노이 데카터 공장 전직원들에 따르면 이 회사가 94~96년 기간 동안 밀려 드는 주문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진 타이어에 대한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기포가 생겨도 타이어를 폐기처분하지 않고 땜방식으로 고쳐서 쓰는가 하면 ▲공장의 환기가 잘 안돼 스틸벨트가 습기에 노출됐었다는 것이다.
포드사도 이 타이어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작년부터 해외에서 타이어 리콜 조치를 취했으나 미국에서는 관계 당국에 이를 신고하지 않아 관계당국의 질책을 받고 있다. 역시 비슷한 사고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베네수엘라에서는 포드와 파이어스톤을 형사범으로 기소할 계획까지 세워 놓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이번 사태로 8월 한달간 주가가 반값으로 폭락, 50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파이어스톤사의 위기는 더 심각하다. 문제가 된 타이어는 ATX등 세가지인데 소비자들이 파이어스톤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기피하려해 회사가 과연 살아남을수 있을지 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회사가 유달리 미움을 받는 이유는 70년대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그 때도 타이어가 터져 41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회사에서는 1만4,000건의 불평이 접수될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소송과 리콜등으로 회사가 파산위기까지 갔다 일본 타이어회사인 브리지스톤에 팔림으로써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파이어스톤은 원래 이처럼 엉터리 회사가 아니었다. 1900년 마차 바퀴를 만들던 하비 파이어스톤에 의해 창립된 이 회사는 포드와 전속계약을 맺고 타이어를 납품하며 자동차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파이어스톤과 포드, 발명왕 에디슨은 함께 캠핑을 가며 미국의 장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근한 사이였다. 포드가 아직까지 파이어스톤 타이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전통 탓이다.
지난 8월 3일 창업 10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하파티를 치르려던 파이어스톤사는 지금 초상집 분위기다. 이 회사가 어떻게 수습해 나갈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수년간 타이어 공장 한군데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회사 전체가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
물건을 만드는 것도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실수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수 없다. 문제는 일이 벌어진 후 대처하는 자세다. 파이어스톤은 유틸리티 차량에 장착된 뒷바퀴 타이어가 똑같은 패턴으로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을 수년째 알고 있었으면서도 피해자 개개인에게 배상에 관해 일체의 합의를 비밀에 붙일 것을 강요하며 소비자들의 입을 막는데만 급급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쩔쩔매고 있는 파이어스톤 케이스는 아무리 역사가 오래된 회사라도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후 관리 능력도 없으면 어떤 사태가 벌어지는지를 보여 주는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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