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석 내 의견은 이렇습니다
▶ ’심상’ 발행인 박동규 교수
한국 문인들이 LA를 방문, 미주 한인들과 세미나와 문학제를 함께 하고 미주 한인들이 한국 문단에 등단하는등 문인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재미시인협회가 주최한 문학 포럼에 한국 시인들을 이끌고 참여한 박동규 교수(서울대·국문학)를 만나 한국과 미주 문단의 실상과 과제에 관해 들어 봤다. 박교수는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한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시전문지 ‘심상’을 부친의 대를 이어 발간하고 있다.
<민경훈 편집위원>
-이번에 미국에 오신 것은 첫번째‘한국문학-세계로의 지향을 위한 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같은 작업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한국문학이 세계를 향해 나갈 수 있는 것인지 말씀해 주시죠.
▲세계화 시대에 한국문학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한반도 안에만 머물수는 없고 세계 무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확인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미국이란 이질문화권에서 자녀를 기르는 한인들에게는 한국 정신이 뭔지 아는 것과 자녀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직결돼 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몇분이나 참가했습니까.
▲원래 26명 정도가 올 예정이었는데 미대사관의 비자 심사가 까다로와 16명밖에 오지 못했습니다. 현직 교장까지 비자를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가 자비를 들여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모색해 보고자 미주 한인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LA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 정신을 서양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대비시키면 어떻게 다릅니까.
▲세가지 측면에서 말할수 있습니다. 첫째, 동양적 인본주의입니다. 서구의 개인주의와는 달리 남과 내가 같이 일하고 같이 먹는 정신입니다. 한국에서는 동네에 잔치가 있으면 초대받은 사람만 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끼어 들어 먹을수 있습니다. 씨족사회부터 내려 오는 품앗이 정신이지요. 둘째, 서양처럼 사물을 이지적으로 분석하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느끼는 마음입니다. 미국 사람들은 아침 저녁으로 “I love you”라고 말 해야 사랑이 전달 되지만 한국 사람들은 눈만으로 그것을 표현합니다. 셋째는 문민사상입니다. 겉으로는 아닌 것 같지만 속으로는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동경이 가슴 깊은 곳에 배어 있습니다. 한국도 그렇고 미주 한인들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먹고 살만 한데도 정신적으로 허전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문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이어서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습니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만 해도 지나치게 감정으로 흐른 측면이 있습니다. 요는 한국적 정서의 장점을 미국 문화와 어떻게 잘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주 한인들 가운데는 2세들에게 어떤 아이덴티티를 심어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행사를 하는 이유중의 하나도 바로 그것입니다. 미국에 살면서 미국문화를 외면할수도 없지만 부모가 한국인인데 한국 문화를 전하지 않을수도 없습니다. 결국 양쪽을 같이 가르쳐야 하는데 한국 정신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 문학을 통해서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2세들에게 한국을 잘 이해시킬수 있는 시 100선, 소설 50선을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주에서도 요즘은 문학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 나고 있습니다. 미주 문인들이 나아갈 바는 어떤 방향이라고 보십니까.
▲문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여가선용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문학은 치열한 체험을 바탕으로 삶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니다. 글쓰는 작업은 보다 높은 차원의 삶에 대한 욕구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주 문인들의 작품은 언어도 이민올 때 언어를 쓰며 미국에서 수십년씩 살았어도 모국에 대한 그리움에 가득차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문인들의 모임도 단순한 사교 클럽 수준을 벗어나 정예화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한국도 이제는 경제규모가 커져 문인들도 베스트셀러를 내면 돈방석에 앉는 일이 흔하다고 들었습니다. 한국 문단의 풍토는 어떻습니까.
▲아직도 글을 써 돈을 버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냉전이 끝나면서 순수와 참여의 대립은 사라졌지만 문단전체가 개인주의, 상업주의화하고 있습니다. 자기의 푸념을 실은 자전적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책도 광고를 해야 팔리는 시대가 됐습니다.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자란 젊은 세대들은 가난한고 정치적 격변에 시달렸던 중장년층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이제는 인터넷으로 연결돼 사이버 공간으로 빠져 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터넷이 문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까.
▲장기적으로는 두고 봐야겠지만 당장은 인터넷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가 크게 줄어 들었습니다. 특히 문학잡지들은 판매부수가 격감해 문을 닫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제가 하는 시잡지 ‘심상’은 지난 30년간 한번도 흑자를 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맞춰 문학도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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