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생활
▶ 여행객, 비행기, 공항, 활주로, 주차장 만원 사태
올 여름 수천 수백만의 비행기 여행객은 앞으로 닥쳐올 지긋지긋한 상황을 미리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정어리 통조림처럼 여행객을 빼곡이 채우고 빈자리는 하나도 없는 비행기가 이처럼 당연하게 여겨진 적이 없었다. 몇시간에서 하룻밤을 꼬박 바닥에서 보내야 하는 항공편 지연 역시 최악의 상황이다. 공항 역시 주차장과 출구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출구, 매표 창구, 식당, 심지어 화장실까지 줄이 늘어선 전례 없는 포화상태로 골치를 썩이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벌써 오래 전에 ‘항공 여행의 급속한 성장이 기존의 활주로나 항공 교통 관제 시스팀이 수용할 수 없을 많은 비행기와 여행객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했었다. 경제 활황과 저렴한 항공권 구입이 손쉬워 지면서 올 여름, 바로 최악의 여행 시즌을 맞게 된 것이다.
새로운 항공교통 관제 시스팀과 주요 공항 확장 계획이 연구되고 있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동안 상황은 오히려 더 나빠질 수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항공사들의 무역 그룹 ‘항공교통연합(ATA)’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브 스위렌가는 "근본적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 한 현재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행 스케줄이 변경될 경우 대안이 없다. 비행 시스팀은 항상 만원이고 빽빽하게 스케줄을 잡고 있어서 천둥번개나 노동 파업 등의 문제 발생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인다. 스케줄 변경과 관련, 대형사고도 벌어진다. 지난 6월 14일은 ‘아메리칸 항공(AA)’에게 올여름 최악의 날이었다. 폭풍이 닥쳤고 전국에서 잇달아 벌어지는 교통 문제로 인해 AA가 운영하는 2,400개 항공편 중 443편이 취소됐다. AA 대변인 존 호타드는 "시카고 북쪽에서 댈러스-포트워스 남쪽까지 네 종류의 악천후 전선이 이어졌고 천둥번개가 쉼없이 요동쳤다"고 회고했다. 이날 AA는 발이 묶인 2,500명의 여행객을 시카고와 포트워스의 호텔로 보내고 공항에 1,000개의 침대를 준비해야 했었다.
8월말까지 비행기를 탈 여름 여행객은 1억7,800만명으로 1990년 여름보다 37%나 증가한 수치라고 ATA는 밝혔다. 그러나 6월의 항공편 지연은 전년동기 대비 20% 상승했으며 월통계로선 전국적으로 약 5만여편이 지연되는 기록을 세웠다고 FAA는 말했다. 지난달의 지연건수는 4만4,000여편이였다.
이같은 비행편 지연에는 몇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이 기간동안 항공교통은 큰 폭풍의 영향을 반복적으로 받았다. 6월과 7월, 기상대는 전국적으로 조종사들에게 1만683건의 천둥번개 경고를 발부했다. 또 날씨나 노동 문제로 인해 발이 묶인 여행객은 다른 항공사의 항공편에도 좌석이 없기 때문에 종종 대안 없이 공항에 머무르며 "신기록"에 기여한다. ‘유나이티드 항공(UA)’ 조종사, 정비사의 노동 분쟁도 올여름 UA를 가장 믿을 수 없는 항공사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들은 수천 건의 항공 취소로 인해 여행객을 다른 항공사로 보내야 했다. UA는 현재 조종사, 지상 근무요원들과 새 계약서를 놓고 협상중이다.
기록적으로 증가한 여행객들은 공항, 특히 주요 항공사 핵심 터미널에 큰 압박을 가하고 있어 혼잡한 여행객과 비행기 지연에 익숙한 공항들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다. 시카고 오헤어 공항은 겨울철 눈보라로 인한 항공편 취소를 대비, 1,500개의 간이 침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름에는 간이 침대가 부족, 적십자와 구세군에서 침대를 얻어와야 했다.
비행기의 연착과 연발, 취소로 인해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공항에 머무르면 공항 내 각종 시설과 분위기는 한계에 달한다. 공항 내 식당을 운영하는 ‘C.A. 원 서비스(C.A. One Servies)’는 이번 여름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드는 바람에 음식이 바닥 나서 황급히 엑스트라 물량을 주문했고 직원들이 늦게까지 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식당에서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크고 작은 비행기를 위한 공항 내 출구는 표가 매진된 대형 여객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해서 이른 시간 자리가 차고 운전자는 공항에서 점점 더 멀리 가야 한다.
그렇다고 공항 확장도 쉽지 않은 일이다. 공항 확장은 소음문제 해결, 환경 개선, 비용 충당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 전국 25대 공항에서는 현재 2006년까지 마무리 될 16개의 활주로 공사를 계획중이지만 FAA는 이런 속도로는 현재 여행 성장률을 따라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을 사용한 새 항공교통 관제 시스팀 역시 앞으로 수년이 소요돼야 성사될 프로젝트이다.
이번 여름의 여행 규모로 인해 일부 항공기는 창조적 "묘기"를 벌이고 있다. 주요 공항 관제탑에서는 비행기들을 층으로 겹쳐 순환시킨다. 또 군대용 상공을 빌려쓰기도 하고 폭풍과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항공기들을 수백 마일 우회하도록 지휘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단순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노스웨스트 항공(NA)’의 조종사 듀웨인 워스는 "FAA는 같은 공간에 더 많은 비행기를 수용하려 한다. 즉 비행기들이 서로 가까이 날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20년전 공항을 더 지어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은 대가를 치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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