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소재한 ‘인형의 집과 장난감 박물관’은 작은 물체들로 이뤄진 우주이다. 방문객은 몸을 구부리고 움츠려야만 여기 저기를 둘러볼 수 있다. 1900년경이 무대인 앤 여왕의 방에는 정교하게 깎인 나무 계단이 이층에서 일층으로 흘러내린다. 18세기 뉴렘부르크의 부엌에는 골무크기의 냄비들과 그보다 조금 더 큰 아이스크림 냉동고가 놓여있다.
박물관에서 손가락만한 인형들이 살고 있는 신발상자 크기의 방을 넋 놓고 바라보다보면 방문객은 마치 자신들이 거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에는 둘씩 짝지은 동물들이 걸어 들어가는 노아의 방주도 있고 가게가 즐비한 프랑스의 마을도 있으며 볼티모어의 옛 학교 건물과 과거 당대의 건축양식을 살린 미니 건물들을 볼 수 있다.
플로라 질 제이콥스가 이 박물관은 연 것은 자기 집에 있는 인형의 집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그 요청을 집에서는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제이콥스는 "친구, 걸스카웃 소녀들, 내 소장품 얘기를 들은 사람들 모두가 구경하고 싶어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들과 내 콜렉션을 나눌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25년전 딸 아만다와 이러저리 드라이브 다니다 발견한 렌트를 원하는 작은 집은 오늘날 DC지역을 방문하는 수집가들에게는 "반드시 봐야 할" 곳으로 꼽히고 있는데 런던의 국제 미니어처 모형 보존가인 페이스 이튼은 이 박물관이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콜렉션의 하나로 제이콥스는 영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현재 81세인 제이콥스는 지난 25년동안 매일 박물관을 지켰었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파트 타임인 소수의 직원들이 있어서 자유시간을 가지거나 쉴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제이콥스는 여전히 박물관에 나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박물관의 이모저모를 살피며 종종 "어머나, 먼지잖아" 하며 진열장에서 먼지를 손가락으로 닦아내기도 한다. 제이콥스는 또한 인형의 집을 주제로 4권의 성인용 서적과 어린이용 서적 2권을 출판했고 박물관 콜렉션 일부는 어린이 서적의 줄거리를 따라 진열돼 있다.
전문 미니어처 수집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그녀의 박물관을 찾아와 즐긴다. 달라스 출신의 수집가인 준 해글러는 두번째의 D.C. 방문길에 인형의 집 박물관을 방문했다. 해글러는 제이콥스에게 "이곳은 최고급 인형의 집 박물관"이라고 "당신의 오랜 팬입니다"라고 말했다. 터키에서 온 네제 옥케이는 ‘USO 워싱턴 안내’ 책자에서 이 박물관의 이름을 발견하고 들렀다. 그녀는 "나도 보고 싶었고 사촌에게도 옛날 장난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워싱턴 토박이인 제이콥스가 어려서부터 인형의 집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인형의 집을 가지고 놀며 자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옆집 소녀가 인형의 집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잘 기억한다. 23세때 제이콥스는 현재는 폐간된 ‘워싱턴 타임즈-헤럴드’ 신문의 편집장이었다. 나중에 제이콥스는 ‘워싱턴 포스트’ 신문의 여성 섹션 취재기자가 됐다.
그녀는 어린이 책 "인형의 집 만드는 법"을 쓰기로 마음먹기 전까지는 어린 시절 이웃집에 있던 인형의 집 조차 잊고 있었지만 책의 출판을 위한 자료 연구를 통해 스스로도 인형의 집 수집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인형의 집에는 마술 같은 매력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인형의 집에서는 시간이 그대로 멈추고 한 시대가 보존된다"는 것이다.
일반에게 공개되는 박물관내 콜렉션에는 놀라운 것들이 많다. 1890년에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는 멕시칸 주택은 성직자와 예배실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고 다른 방에는 1930년대 라이오넬 기차가 머리 위 트랙에서 칙칙 폭폭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기차는 본래 1920년대 엔진을 가지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엔진을 날치기해 갔다. 또 어떤 사람은 1932년 킹스베리 자동차 모형을 가져갔다. 제이콥스는 나중에 모형의 새 주인이 자동차를 판매한다고 인터넷에 광고를 올렸을 때 이를 되찾았다. 이제는 많은 집과 장난감을 자물쇠가 채워진 유리 상자에 넣은 채로 진열한다.
한 지역 신문이 이 박물관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한 후 제이콥스는 스미스소니언, 어린이 박물관과 다른 여러 기관에서 전화를 받았지만 아직은 관심이 없다. 크리스티와 소더비에서도 그녀를 찾아와 경매를 졸라댔지만 그 작은 집을 분해해서 부분부분 경매장에서 팔아치운다는 생각은 그녀를 소름끼치게 한다.
요새 제이콥스는 아침 일찍 일어나 자신의 콜렉션을 주제로 한 서적 집필에 주력한다. 그녀는 "책을 탈고한 뒤에 박물관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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