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살면서 억만장자가 된다고 가정해 보자.
주체할 수 없는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도, 코네티컷 주에 대저택을 구입하고, 재규어 여러대와 전용제트기, 그리고 세인트 바츠에 별장을 장만할지 모른다.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요트를 하나 장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로드 아일랜드의 뉴포트나 샌디애고 부두에서 볼 수 있는 100피트짜리 요트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길이가 200피트에 가깝고, 가격이 최고 3,500만달러에 달하는 대형 호화요트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요트를 장만하려면 지금부터 줄을 서야 한다.
10년째 계속되는 미국경기의 호황에 힘입어 요트산업이 엄청난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유럽 조선소들의 그늘에 눌려있던 미국의 요트업계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는, 미국정부가 개인용 비행기, 모피, 보석 같은 사치품에 대한 연방 사치세를 폐지한 것도 큰 몫을 했다. 이에 따라, 신흥 억만장자들은 남아도는 재산을 평범한 수준의 고상한 세일보트가 아니라, 대형 모토요트에 쏟아부을 필요가 생겼다.
요즘, 시애틀에 있는 델타 마린, 노스코스트 요트 및 노드런드 요트 같은 조선소들의 근로자들은 대형요트 건설을 위해 날마다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심지어, 대형요트를 서너척씩 동시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대형 조선소들에서도 요트주문이 밀려있다. 몇 달을 기다리는 것은 약과이고, 2,3년씩 기다려야 인도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
주문적체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일부 조선소에서는 조바심을 내는 억만장자들을 위해, 몇몇 사이즈의 표준형 요트를 제작하여 고객들의 구미를 맞추려 노력한다.
"100% 주문제작은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므로, 일부 조선소들은 몇가지 모델을 정해놓고, 고객들의 선택을 유도한다"
요팅 매거진의 편집장 케니 우톤은 말한다.
오늘날, 미국의 요트산업은 지극히 미국화 되어가고 있다.
"더 큰 것이 더 좋다"는 미국인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요트업계에 그대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80피트 이상으로 분류되는 메가요트의 숫자는 1996년의 2,800여척에서, 올해에는 5,500척으로 거의 두 배가 넘는 급신장세를 보였다.
"200피트가 넘는 초호화요트 주문도 최근들어 부쩍 늘고 있다. 초대형 요트가 판을 칠 날도 멀지 않았다. 최근의 추세는 단연코 대형화다"
델타마린 조선소의 사라 몬티피오리는 말한다.
위스콘신 소재 파머 존슨 조선소에서는 1998년, 195피트짜리 초호화 알루미늄 요트 ‘라 바로네사’ 호를 진수시켰다.
이 요트는 아시아의 한 억만장자 사업가가 주문한 것이었다. 바로네사 호는 알루미늄 요트로는 사상최대 규모였을 뿐 아니라, 미국에서 1930년 이후 건조된 요트중 최대규모였다. 이 요트에는 마호가니 화장실, 자쿠지, 극장 등 호화스런 인테리어가 완비되었다.
요즘도, 파머 존슨 조선소에서는 길이가 120내지 150피트에 달하는 대형요트 다섯 대를 동시에 건조하고 있다. 이 조선소에서 요트를 주문하면, 빨라야 오는 2003년 초에나 인도받을 수 있다.
"요트 소유주들은 항상 더 큰 요트를 소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억만장자라도 처음부터 100피트가 넘는 대형요트를 구입하는 것은 아니다"
조지아주 사바나 소재 인터머린의 도널드 앤슬리는 말한다.
인터머린 조선소에서는 세계최대 규모의 요트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중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폴 알렌의 요트도 들어 있다.
근년의 대형요트 붐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주 고객층이 대부분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인터넷 시대의 총아들인 소위 닷컴 억만장자들은 대형요트들을 거의 주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속전속결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형요트를 주문해 놓고 2, 3년씩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이 없다. 그 대신, 닷컴 억만장자들은 돈을 투자하면 바로 결과를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한다.
한편, 대형요트업계의 활황은 요트건조업계와 주문자들에게 동시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건조업자들은 대형요트에 안전성에 대해 전적으로 확신하지 못한다.
"고객들은 자신들의 욕심대로, 요트 안에 모든 것을 다 설치하려고 한다"
한 요트건조 전문가는 말한다.
소유자들은 그들대로 문제를 갖고 있다.
기존의 요트 정박장들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 대형요트들을 접안시킬 사이즈가 안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대형요트들이 탱커에 묶여서 조건이 양호한 유럽으로 옮겨지는 일도 많다. 그렇지 않으면, 년중 많은 기간을 바다에서 떠다녀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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