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울음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그들은 우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고 말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아마도 전형적인 남자가 아닌지 모른다.
세계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는 구약 전도서에서 “모든 것에는 맞는 때가 있다”다며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태어났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었으면 거둘 때가 있고,
조용할 때가 있으면 말해야 할 때가 있고,
전쟁이 있으면 평화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가 있다.
성경을 모두 읽어보면 생존했던 인물중 가장 위대했던 사람으로 불리우고 있는 예수도 여러차례 울었던 것으로 나타나 있다.
나도 여러번 운 적이 있으며 그것을 밝히기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또한 그 경험을 여러분에게 말하기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아내와 나는 항상 직접 운전해서 학교로 데리고 갔다. 딸아이 린다가 시라큐즈대학, 조지타운대, 노스웨스턴대로 갈 때 다섯차례 데려다주었다. 아들 디어도어는 일리노이대에 세차례, 하버드법대에 세차례 데려다 주었다. 우리가 디어도어를 차로 데려다주지 않았던 적은 영국으로 공부하러 갈 때로 시카고 오헤어공항까지만 데려다주었다.
그것은 주어진 것이었다. 부모들이 자녀를 대학에 데려다주는 것은 자연스런 것이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 부모는 차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열아홉살이었던 나는 가방 4개를 들고 택시로 시카고 기차역까지 가서 일리노이주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대에 기차를 타고 갔다.
샴페인에 당도했을 때 보슬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비록 이른 저녁이었으나 1월이었으므로 벌써 어두워졌다. 나는 다시 택시를 타고 내가 기거하기로 예정돼있었던 기숙사로 갔다. 그러나 문이 닫혀있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주를 위해 내가 너무 일찍 왔기 때문이었다. 그 기숙사에 신입생은 아무도 없었다.
비가 오는 어둠속에서 나는 배고픈 채 출입문앞에 않아 있었다. 더욱 처량하게 나는 캠퍼스 건너편 약국의 자동전축에서 추운겨울밤의 정적속에서 나를 놀리듯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노래는 당시의 힛퍼레이드 넘버원이었던 “테네시 월츠”였다. 나는 한동안 흐느끼다가 곧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나갔다. 오늘날까지도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면 과거를 회상하곤 한다.
나는 한국전동안 미해병으로 임진강 남쪽 어딘가에 주둔하며 벙커를 짓고 적군 침투를 순찰했다.
다른 해병 10명과 함께 큰 텐트에서 야영했는데 그 안에는 간이침대 여러개와 한가운데에 배가 불룩한 난로가 있었다. 텐트밖 돌많은 언덕에서 잘라온 작은 나무에 솔방울과 빈 맥주병으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가 난로 옆에 있었다.
우리는 모두 나이가 어렸다. 10대 후반이거나 20대 초반으로 집을 떠나 크리스마스를 처음 보내는 청년들로 가능한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라디오가 문제였다. 하루종일 밤새도록 틀어져있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음악도 대부분 크리스마스와 집에 관한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시즌이 끝나기 전 우리는 거의 모두가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페리 코모의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갈 거예요” 노래 가사를 외울 정도가 되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집에 갈 거예요”가 흘러나올 때는 텐트 안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곤 했다.
우리 첫아이인 린다는 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최고 선물이었다. 그녀는 예뻤고 명랑하고 민첩했으며 좀체로 울지 않았다. 그녀는 우리 삶의 기쁨이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다.
그러다 몇 년 후 초등학교 간호교사가 전화를 걸어와 린다에게 청각장애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우리는 린다를 즉각 패밀리 닥터에게 데리고 갔다. 의사는 검진 후 귀지를 청소하고 모든 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나 괜찮은 게 아니었다. 알고보니 린다는 태어날 때부터 왼쪽 귀 중간부에 결함이 있었고 발육되지도 않아 왼쪽 귀로는 전혀 들을 수가 없었다.
우리 부부가 이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럴 리가 없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사실이었다. 우리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려 하면서 오랜동안 울었다.
딸아이는 결함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다른 쪽 귀로는 완벽하게 들을 수 있었고 선천적으로 영리했으므로 정상 생활을 해나가는 요령을 터득해나갔다.
한쪽 눈만을 가진 사람이 거리감이 없듯이 한쪽 귀만 쓰는 사람은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누가 린다를 부르면 어느 쪽에서 부르는지 알지 못하므로 린다는 재빨리 360도 주위를 둘러보고 어디서 소리가 났는지를 찾아냈다. 우리도 조정을 해야 했다. 군중속에서 그녀를 부를 때는 팔을 흔들어 우리가 어디있는지를 그녀에게 알렸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항상 그녀 곁에 있음을 알리려 함이었다.
한 일화가 있다. 슬프지만 않다면 거의 재미있는 일화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스 스케이팅 티칭프로인 슬라브카 케이훗 여사에게서 린다가 레슨을 받을 때였다. 여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우리에게 린다의 집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스 스케이팅 링크에서는 소리가 울리고 커지므로 목소리를 낯추어 말하는 원칙이 있었다. 관례대로 티칭프로는 수련생의 한쪽 옆에서 함께 링크를 돌며 수련생 귀에 대고 속삭이듯 지시하곤 했다.
린다의 티칭프로는 린다가 자신의 지시를 듣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있었다고 우리에게 말해주었다. 따라서 우리는 린다에게 청각장애가 있음을 그녀에게 고백했다.
우리의 둘째 아이인 디어도어는 하버드법대를 졸업한 후 우리에게 한가지 질문을 보내왔다. 그에게 딜레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여러 가지 취업제의를 받았으나 가장 관심 가는 곳이 뉴욕과 시카고의 대형 법률회사라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뉴욕쪽으로 마음이 향하는데 그 이유는 다음 두가지라는 것이었다. 그 하나는 뉴욕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며 다른 하나는 초봉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우리에게 물어왔다.
우리는 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으며 어떤 결정을 내리든 우리는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주일 후 그가 케임브리지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시카고쪽으로 가기로 결정내렸다며 그 이유는 집과 부모에게 가깝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나와 아내는 물론 눈물을 흘렸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는 시카고 한인연합감리교회의 황금기였다. 그 당시 한가지 어려움이었다면 우리들의 훌륭한 친구인 김지현씨의 죽음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교회장로로 아들을 훌륭하게 가르쳤다. 그는 우리 교회의 중요한 문제를 처리하는 힘의 기둥이 되어주었다. 그의 신앙과 기독교적 가치, 교회일에 대한 지식이 우리의 행동에 여러 차례 본이 되곤 했다.
우리는 하나님이 왜,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 알지 못하며 때로는 납득이 가지 않을 때도 있다. 미스터김이 우리에게 무척 필요한 사람이며 30대 초반으로 나이도 아직 얼마되지 않았음에도 하나님은 데리고 가셨다.
임종이 가까워오면서 그는 친구들에게 병원에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찬송가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15명이 그의 병실로 와서 문을 닫고 밤 늦게까지 그가 즐겨하던 찬송가를 불러주었다.
그가 보는데서 울지 않으려고 애썼으나 불가능했다. 우리는 창피를 무릅쓰고 모두 울었다.그는 다음날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
우리는 베드로전서 1장 6-7절의 성경귀절 “기뻐하라: 큰 기쁨이 도래할 것이다”로 위안을 받았다.
슬픔, 우울, 비탄, 사랑 등의 감정을 표현하느라 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개성, 연민, 자애, 자신감 등을 보여주는 게 된다. 울지 않아야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강인하게 본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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