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는 가장 사진이 많이 찍힌 여성의 하나였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파파라치라 불리는 사진기자들이 구름같이 몰려 들어 일거수 일투족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사진기자들이 이처럼 극성을 떤 것은 물론 사람들이 다이애나의 모습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도디와 포옹한 장면을 몰래 찍은 사진은 600만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다이애나가 97년 8월 31일 밤 파리 시내를 시속 120마일로 질주하다 사망한 것도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려다 그렇게 된 것이다.
그녀가 죽자마자 다이애나의 공식 사진첩 제작 판매권을 따내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다이애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날개 돗친 듯 팔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판매권을 얻어 내기만 하면 돈방석에 올라 앉는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세계 유수 출판사와의 경쟁을 물리치고 영국 왕실이 초상권을 갖고 있는 다이애나비 공식 캘린더 출판권을 따낸 것은 남가주에 본부를 둔 애벌랜치라는 작은 회사였다. 다이애나 달력은 예상대로 히트를 쳐 40만부가 넘게 팔려 나갔는데 달력 한 종목이 이처럼 많이 팔린 것은 드문 일이다.
애발랜치는 한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캘린더 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이름이다. 보더스나 반즈&노블 같은 대형 서점에 가 보면 갖가지 종류의 이 회사 달력을 볼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회사 주인이 한인이며 생긴지도 10년밖에 안 된 회사라는 점이다. 어떻게 비교적 짧은 기간내 미국내 주류 시장을 파고 들어가 자리를 잡을수 있었을까.
첫째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자기 브랜드 개발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 가운데 단순히 벽에 걸어 놓는 달력은 오히려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사진 부분을 비워놔 가족 사진등으로 각자가 달력을 만들 수 있게 한 것부터 포켓이 있어 영수증이나 카드등을 넣어 둘수 있는 것, 자석이나 스티커가 있어 냉장고나 벽에 붙일수 있게 돼 있는 것 등 다양하다. 또 내용도 테마별로 가령 요리면 요리 사진과 함께 조리법을 곁들여 요리책 겸용으로 쓸수 있게 돼 있다.
둘째는 장기적 비즈니스 플랜이다. 처음 미국 시장을 뛰어들 때부터 독점적 선두주자가 없고 아이디어를 가지고 승부를 걸수 있는 고급 캘린더 시장을 겨냥했다. 개업후 5년까지는 손해를 볼 것을 계산에 넣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요새 LA 다운타운의 한인 의류업계가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몇 달새 폐업한 업체만 10군데가 넘는다. 경기도 예년 같지 않은데다 키머니 소송과 관련해 유대인 건물주와의 관계도 좋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중 데모데가 습격할 우려마저 있어 10번 대기조를 조직, 순찰을 돌며 여차하면 문 닫을 준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런 외부 요인보다 내부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샌티와 메이플 인근 의류상가 밀집지역내 새로 문을 연 업소가 지난 1년새 30~40군데에 이른다. 다운타운에서 옷장사를 해야 몫돈을 쥘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너도 나도 몰려든 것이다. 숫적으로 늘어난 것 까지는 괜찮다. 문제는 이들 업소의 상당수가 경쟁사와 자신을 차별화할만한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데 있다.
고정 고객이 있는 물건은 백화점도 박대하지 못한다. ‘아무개 회사 물건을 달라’고 고객이 요구하는데 대지 못하면 자기도 손해기 때문이다. 특색 없는 제품으로 경쟁을 하려면 자연 물건값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처음 개당 10달러씩 물건을 사주던 대형 체인점 입장에서 볼 때 옆가게에서 같은 물건을 8달러에 주겠다고 나오면 이를 사양할 이유가 없다.
지난 수년간 다운타운 의류업계가 활기에 넘쳤던 것은 미 주류시장 개척에 어느 정도 성공, 대형 업체의 주문이 늘었기 때문이다. 주류시장을 뚫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특성이 있는 자기 브랜드를 개발, 고객을 확보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싸게 할수 있다는 염가공세로 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이윤이 박해지고 있다. 또 주문업체로부터 반품 통지가 와도 ‘너 아니더라도 그 정도 물건 만들 사람은 줄 서 있다’는 식으로 백화점들이 배짱을 튕기고 있어 항의 한마디 할수 없는 형편이다. 문닫은 업소의 대부분이 연지 2년 미만의 개성이 없는 신참업소였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한인 사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주류시장 공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규모나 발전 가능성으로 볼 때 그 선두 주자 역할을 해 나갈 곳은 의류업계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두가지다. 첫째는 지금까지의 염가 공세에서 벗어나 자기 브랜드를 걸고 제값을 받는 풍토를 정착해 나가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장기 플랜을 세우는 것이다. 다운타운의 의류업계는 지난 30년간 장족의 발전을 하며 한인타운 경제의 젖줄 역할을 해왔다. 의류업계가 이 두가지 숙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한인타운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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