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호주, 폭력사태 급증으로 파도타기 헌장 마련
호주는 서핑, 즉 파도타기의 천국이다.
연중 서핑이 가능한 해변의 숫자만도 7,000여개나 되고, 전국민의 85%가 해변에서 30마일 이내의 거리에 거주한다. 그러다보니, 서핑과 관련된 각종 사고와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급기야 최근에는 이 문제가 호주의 전국적 현안으로 등장했다.
최근 시드니 교외의 크로눌라 해변에서, 현직 경찰관 그렉 랜들은 서핑을 하던 도중, 다른 사람의 서핑보드에 들이 받혔다. 상대방은 랜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여 큰 부상을 입혔다. 랜들은 인근에서 근무중이던 동료 경관에게 가까스로 구조를 요청하여 가해자를 체포했다.
교통체증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는 이런 사건이 아마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서핑 인구가 많아 발생하는 갖가지 분쟁이라는 것이 팔자좋은 사람들의 놀음쯤으로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호주에서는 이 문제가 관련법규를 새로 제정해야 할만큼 심각한 사안인 것이다.
서핑과 관련된 폭력문제가 첨예하게 불거진 것은 올 봄의 일이었다.
지난 3월, 52세의 전문 서퍼인 냇 영이 서핑 도중, 다른 서퍼에게 무차별 폭력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영은 전 세계서핑 챔피언으로서, 호주에서의 그의 명성은 미국 프로야구의 미키 맨틀을 능가할 정도로 전설적이다. 영은 그 사고로 인해, 두 눈 뼈가 파손되고 양쪽 광대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인해, 바이론 베이에서는 호주 최초로 ‘전국 서핑-폭력 회의’가 개최되었다.
바이론 베이는 호주 동부해안 시드니 북방 500마일 지점에 위치한 해변으로서, 서핑의 천국으로 불릴만큼 이상적인 해변이다. 이 회의의 기본 구상은, 서핑 스포츠계의 원로들이 향후 서핑폭력을 예방하는 방안을 강구한다는 것이었다.
회의의 주도자는 열렬한 서핑광이자, 시드니가 소속된 뉴 사우스 웨일즈 주 상원의원인 이안 코헨이었다.
"이번 회의는 서핑관련 회의로서는 호주 최초이고, 아마도 세계적으로도 최초였을 것이다"라며, 코헨은 만족감을 표시했다.
40명의 원로들로부터 각종 의견이 백출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 점에서만큼은 의견의 일치가 이루어졌다고 코헨은 말한다.
즉, 미국에서는 서핑분쟁이 발생하면 필시 현장체포, 또는 형사소송으로 귀결되겠지만, 호주에서는 그런 극단적인 해결책을 피하자는 것이었다.
한편, 호주서핑재단의 동부 지회장 닐 라자로우는 올 가을, 미국서부 해변지역을 방문하여, 동 재단이 제정한 서핑라이더 헌장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 헌장은 서퍼들에게 파도줄기를 올바로 택하는 방법과 같은 일련의 서핑관련 약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헌장의 기본정신은 서퍼들에게 물을 점령한다는 개념 대신, 물의 보호자들이라는 의식을 주입하려는 것이다"
라자로우는 말한다.
서핑관련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끼어들기’다.
이 문제의 해결책이 결국 서핑헌장의 요체를 이룬다. 이는 파도가 부서지는 지점 즉, 나선형 소용돌이 부분에 가장 근접한 서퍼가 그 파도의 우선권을 갖는다는 원칙이다. 일단, 한 사람이 소용돌이 부분에 있으면, 다른 서퍼들은 그 파도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끼어들기가 발생하면, 서핑 중에 분쟁이 발생하고 심한 경우, 폭력으로까지 비화되는 것이다. 특히, 이런 상황은 한꺼번에 많은 서퍼들이 적은 숫자의 파도를 타고 있을 때 발생하기 쉽다.
"이같은 상황으로 서핑세계의 ‘우정’은 살벌한 폭력의 장으로 돌변한다"
프레드 폴리는 말한다.
폴리는 ‘오스트레일리언’ 이라는 신문의 서핑전문 기자이다.
실제로 서핑관련 폭력사태의 빈도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많은 사건들이 보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핑 폭력은 교도소 내 폭력과 같아서, 실제로 얼마나 발생나는지 아무도 진상을 알지 못한다"
코헨은 말한다.
서핑폭력 증가의 또 다른 이유로는, 최근 10내지 20년 사이 급격히 늘어난 서핑 저변층 확대를 들 수 있다.
70년대만 해도, 서퍼들은 길이가 짧은 서핑보드를 사용했기 때문에, 일정수준이 아니면 서핑을 제대로 즐기기 어려웠다. 그런데, 나중에 캘리포니아 말리부에서 많이 사용된던 ‘말리부’ 보드들이 크게 유행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말리부 보드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별로 경험이 없는 서퍼들도 쉽게 서핑을 즐길 수 있 다. 그 결과, 서퍼들 사이의 질서가 혼란스러워졌고, 일류 서퍼들은 수시로 끼어들어 진로방해를 하는 풋내기 서퍼들에게 분노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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