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물 병원 운영하며 팬타지, 스릴러 소설 출판
수의사 제임스 차이코우스키, 소설가 제임스 클레멘스와 제임스 롤린스, 이 세사람이 연설하는 자리에서 청중은 단 한명의 목소리만을 듣게 된다. 세가지 이름은 바로 각각의 커리어에 열중한 한 사람의 분신들이기 때문이다. 클레멘스와 롤린스는 차이코우스키가 제2의 커리어가 본업인 수의사과 혼동되지 않도록 만든 필명이다. 차이코우스키는 키가 작고 땅땅한 30세의 남성으로 머리는 금발이고 날카로운 푸른 눈이 빛나는, 중서부 특유의 느리고 단조로운 말투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셋의 작업 성향은 매우 다르다. 차이코우스키는 이 지역에서 인기 있는 수의사이며 클레멘스는 환타지 소설 작가로 5권으로 된 시리즈인 "저주받은 자와 추방된 자"("마법의 불", "마법의 폭풍", "마법의 전쟁"과 출판예정인 두권)를 썼다. 롤린스는 스릴러물 "지하인"과 "발굴" 등을 출판한 작가로, "발굴"은 현재 뉴욕타임즈지 선정 베스트셀러 리스트의 페이퍼백 소설 부분의 26위에 올라있다.
한때는 종일 동물의 거세와 난소 제거로 세월을 보내던 곳에서 차이코우스키는 하루 종일, 밤 늦도록 글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1995년 이래 5권의 책을 출판했으며 6번째 작품 원고를 탈고하고 현재 7번째 소설을 집필중이다.
최근 그는 중국에서 돌아왔다. 여행은 그의 집필에 많은 영감을 제공하며 따라서 그의 방은 다양한 여행에서의 추억거리로 가득하다. 차이코우스키는 "다른 장소를 경험하고 이야기 설정의 장소를 답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데스가 무대인 ‘발굴’을 쓰기 전에는 남미에 가기도 했었다.
사무실에는 연구 자료가 이곳 저곳에 쌓여있다. 여행과 주 2-3회의 병원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 글쓰기와 연구 작업은 매우 긴밀한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작가가 모든 것을 알수는 없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것이 작업의 일부라고 그는 믿는다.
차이코우스키식 집필의 기본 아이디어는 "지하인"에서 시작됐다. 우선 그는 ‘다섯명의 인물을 설정하고 이들을 지하 2마일 아래로 떨어뜨린 후 몇몇 괴물과 지진을 첨가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이 줄거리를 중심으로 거의 1년간 3x5 인덱스 카드에 꾸준히 메모를 했다. 차이코우스키는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누구인지 또 어디 있는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들의 성격과 목표는 분명해졌다"고 했다. 물론 3x5 인덱스 카드와 500페이지 짜리 소설은 차원이 틀리다.
차이코우스키는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글쓰기를 매우 즐겼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그의 꿈은 수의사가 되는 것이었다. 수의대에 들어간 후에는 어리석은 취미(글쓰기)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으나 결국 그는 그 취미를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 3년은 단편소설을 썼지만 너무 엉망이라 뒷마당에 묻었다. 그리고 나서 소설을 시작했다.
소설 집필에는 수의대 재학시와 병원 개원 초기에 지키던 엄격한 규율을 도입, 점심시간에만 글을 써서 11개월동안 책 한권을 끝냈다. 매일 3페이지씩, 일주일에 5-7일을 꾸준히 작업하자 10주에 150페이지를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규칙을 잘 지켜야 했다. 차카우스키는 "거의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글을 썼다. 아침에 서너시간 글쓰고 점심식사를 한다. 오후에 또 서너시간 글을 쓴다. 저녁시간은 하루 동안 쓴 것을 편집하면서 가능하면 일주일의 6-7일은 이런 식으로 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첫 작품 탈고후 출판을 하려고 애를 썼지만 초보 작가에겐 힘든 일이었다.
출판사를 찾는 동안 다른 팬타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마법의 불"로 발전됐다. 그 후에야 한 작가 컨퍼런스에서 팬타지 소설가 테리 브룩스를 우연히 만나게 됐고 그와의 만남을 통해 델 레이의 한 출판사에 소개되어 그곳에서 팬타지 소설 5권을 출판하게 됐다. 그날 모임에서 돌아와 ‘에이본 출판사’가 ‘지하인’의 출판을 결정했다는 사실 또한 발견했던 차이코우스키(또는 롤린스)는 막 세번째 스릴러 물을 탈고했다. 네번째 소설은 10월까지는 끝낼 예정이다.
요즘은 주말에만 수의사로 일하는 차이코우스키는 두가지 일을 다 할 수 있는 시간을 원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믿고 동물을 데려오는데 그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병원 일에서 차츰 손을 떼다 2년전 자신의 병원을 처분한후 주중에는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지만 지난 시절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상황은 집필을 주업으로 하고, 수의사 일을 취미로 하는 것"이라는 그는 "SFCA, 재난 구조등 과거에는 재정적으로 불가능했던 분야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자신의 두가지 커리어를 조화시킨 소설을 쓰는 것이 차이코우스키의 소망. 이미 3x5 인덱스 카드 작성도 진행중이다. 그는 "한번도 제임스 헤리엇(’모든 것은 밝고 아름답다’를 쓴 영국 수의사)이 되고 싶진 않았지만 그와 같은 종류의 현대판 미국의 이야기는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일을 위해서 ‘세번째 필명’이 필요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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