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8월은 찾아왔지만 올해 2000년 8월은 어느 때보다 색다르고 감격적인 달이 될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남북 화해협력과 통일을 향한 대장정의 길이 트인 이후 8월 들어서는 평생을 살면서 몇년에 한번씩이나 볼까말까한 남북 교류행사들이 무려 7건이나 줄을 잇고 있어 해외에 살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새삼 조국에 대한 뜨거운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5일, 한국 언론사 사장들이 북한을 방문한 것을 필두로 평양 국립교향악단의 서울 방문, 판문점 연락사무소의 재개, 조총련 재일동포 300명의 서울 방문, 이어서 제2차 평양 장관급회담 등이 모두 이달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를 감격시킬 일은 오는 15일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비록 100명씩의 제한된 인원이긴 하지만 피를 나눈 혈육들이 50년만에 처음으로 부둥켜 안을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벅찬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 전체와 600만 해외 동포사회를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기에 충분할 이 이산가족의 서울, 평양 교차방문의 실황보도를 위해 서울의 각 TV사는 나흘동안 특별방송을 계획하고 있어 이곳에 사는 우리도 생중계를 볼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소중한 일은 지난 7월말 서울에서 있었던 제1차 장관급 회담에서 남과 북이 올해 8.15를 전후해서 남북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환영하는 ‘남북 공동 화해주간’을 설정한 일이다.
날짜가 촉박해 남북공동행사가 이뤄질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한국내에서라도 그동안 갈등을 보여왔던 진보와 보수 단체간의 사이를 좁힐수 있도록 각 민간 단체가 합동으로 ‘6.15 공동선언 관철과 민족의 자주 대단결을 위한 2000년 통일 대축전’과 휴전선 평화통일 대행진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중에 있다고 한다.
합의문중에‘해외에서도 각기 지역별로 남북공동선언문을지지 환영하는 전민족적 행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한시라도 잊을수가 없고 조국의 통일에 관ㅎ나 일인데 거기 협조하고 발을 맞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ㄴ 이곳 LA에서도 8.15 광복절 행사를 모든 단체가 합동으로 하기로 했다는 앞서의 보도와는 달리 또 다시 두 갈래로 나뉘어질 것이라는 징조가 있어 뜻있는 동포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LA 한인회와 몇몇 단체들은 합동으로 ‘6.15 공동선언의 성취를 위한 2000년 8.15 미주동포 통일대회’를 갖기로 했으나 몇몇 보수단체는 여기에 합류하지 않고 별도의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은 오래전부터 들어내놓고 보수노선을 걸어온 단체는 또 그렇다치고라도 한국의 자문기관인 ‘민주평통’이 일부 위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진보단체와의 합동행사를 거부했다는 소식이다.
‘민주평통’은 분명 ‘민주적 평화통일에 관한 정부정책을 초당적 범국민적 차원에서 지지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을 소임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과 정부가 북측과 합의를 했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는 이 화해의 마당에 아직도 해외에서는 진보, 보수를 편가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곳 평통은 과연 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묻고자 한다.
이제라도 하나가 되어야 한다. 비록 지금까지는 ‘친북’, ‘반공’이 따로 있었지만 이제는 ‘친조국’ 하나로 족한 일이다. 지금의 모든 통일단체들은 북은 물론 남한의 정부마저 각기 반통일노선을 걷고 있을때 결성됐었고 나름대로 상당한 공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 단체도 이념도 바뀌어야야 한다. 할수만 있다면 난립 상태인 각종 통일단체부터 통일되어야 하지만 그 첫단계로 남을 인정하고 남과 다른 점을 이해하는 개방성, 다양성이라도 회복해야 한다.
600만 해외동포사회의 수도라고 할 수 있는 이곳 LA에서 ‘남북 공동화해 주간’에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새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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