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배 교육상담
▶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 떨어지면 부작용
한동안 잠잠하던 조기유학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해서 요즈음 국민학교 학생들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전학년에 걸쳐 물밀듯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여름휴가철을 이용해서 단기유학을 오는 학생들까지 합치면 그 숫자가 대단할 것으로 예측된다.
성숙한 대학생들이야 그리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사춘기 중고등생들과 아직도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국민학생들은 가정을 떠나서 외국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이 학생들이 미국에 오면 대개는 친척집에 거주하거나 아는 사람의 집에 맡겨지게 되고, 아니면 하숙생, 또는 자취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모두 집과 같이 편안치가 않다.
몇주전에 내가 나가는 교회에서 일어났던 일을 소개한다. 교회 복도에서 3학년 학생 하나가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며 울고있는 것을 발견하고 발길을 멈추었다. 교회학교는 시작되어서 복도에서 혼자 앉아 울고있는 아이에게 말을 건넸으나 도무지 대답이 없이 계속 울기만 했다. 한국말로 어머니, 아버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만 젓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의 안다시피 해가지고 조용한 방으로 데리고 갔다. 같이 앉아서 눈물을 닦아주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한국에 있는 아빠, 엄마가 보고싶어서 운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미국이 좋고 자녀들의 교육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이와같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을 내팽개쳐 버릴 수 있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내가 근무하는 고등학교에서 몇 년전에 있었던 케이스 하나를 더 소개하겠다. 로스앤젤래스 통합교육구안에 있는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결석을 하면 자동 전화기를 통하여 학부모에게 그날 저녁으로 학생이 결석했다는 사실을 통보해주는 장치가 되어있다. 이 한인 학생이 몇주가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어서 PSA 카운셀러를 그집에 보냈더니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짓들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들이 사는집은 아파트로 어른들의 감시없이 한국에서 온 학생 세명이 같이 합숙을 하고 있었다. 18세 이하는 미성년자로 항상 부모나, 보호자의 감시하에 있어야하고, 학교를 의무적으로 가야하는 것이 캘리포녀주법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곧 한국에 있는 부모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들을 데리고 나가도록 통보한 적이 있다.
조기유학의 좋은 점은 우선 접어두고 문제가 될 수 있는 몇가지와 해결방법에 대하여 생각해보겠다. 우선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자라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부모의 품에서 격리된다는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먹고, 자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부모님이 계시는 가정, 그 속에 깃들인 평안, 항상 풍겨나는 사랑, 와닿는 부모의 손길과 믿음같은 무형의 요소들이 건강하게 자라는데 꼭 필요한 밑거름인 것이다. 그러한 나이에 있는 이들이 이역만리 미국에 혼자와 있으면 누가 이 일을 대행할 수가 있겠는가? 친척이, 친구가, 하숙집이, 아니면 자취방에서 이들의 성장교육에 필요한 가정을 제공해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많은 조기유학생들이 친척집이나, 친구, 하숙집에 동거하다가 여러 가지 인간적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겨서 집을 뛰쳐나가 자취를 하거나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간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바람직한 조기유학은 어머니가 아이와 같이 살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겠고, 그 다음으로는 아이를 책임질 가정이 정말로 책임을 지고 아이를 돌보아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두부부가 아이를 하숙하는데 모두 일을 하기 때문에 자기 아이들도 케어를 못하면서 한국에서온 남의 어린 아이를 맡고 있는 가정도 보았다. 깊이 고려해야할 문제들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면서 코리아 타운내에 이들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잘 훈련된 책임자들밑에서 한국에 있는 부모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곳 학교와도 연관을 갖고 철저하게 이들을 보호관리 하면 오히려 불편한 남의집에 있으면서 괴로움을 겪는 것보다 탈선의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980년대에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게 불고,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부모들의 자성을 촉구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어린나이에 부모품을 떠나게 하는 것은 자제하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권면이다. 큰 아이들은 부모 아니면, 책임있는 분이 여기에 없으면 보내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
또한 이곳에서 조기유학생들을 맡게될 분들이나 현재 맡고있는 분들은 그 아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학교에 관계되는 일들, 그리고 한국 부모들과의 긴밀한 연락등을 통해서 아이들이 이곳에 잘 적응하도록 노력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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