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젊음에 대한 집착은 영생에 대한 욕망과 일맥상통한다고 보겠다. 진시황은 그래서 동자들을 동쪽으로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게 했고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은 남미로 엘도라도와 청춘의 샘을 찾아 나섰었다. 청춘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어서 그것을 동경하고 집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인간도 나무와 꽃처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시간이 흐르면 육신이 시들게 마련.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자연의 이치를 우회, 얼굴과 몸에 칼을 대서라도 인위적 젊음을 되찾아보려 하는 것도 청춘은 아름답기 때문이다. 인위적 청춘 회복에는 때로 부작용도 생겨 손님과 병원간에 송사도 비일비재한데 메릴 스트립과 골디 혼이 주연한 코미디 ‘죽음이 어울리는 여인’도 이런 청춘 회복 부작용을 풍자한 영화다.
그러나 진정한 젊음이나 아름다움이란 그것의 한계성을 인식할 때 비로소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헤세의 평화로운 단편소설 ‘청춘은 아름다워라’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모든 아름다운 것은 한없이 감미로운 것이라 하더라도 일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일정한 종점이 있는 것처럼 추억 속에서 내 모든 청춘의 막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여름도 하루하루 사라져갔다.’ 이런 것을 깨달을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진정 젊고 아름다운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도 내면의 선과 아름다움이 결여된 외형미의 흉측한 모습을 탁월하게 묘사한 글이다.
모든 것이 다 그렇지만 젊음에 대한 집착도 지나치면 추해진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원조교제도 젊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낳은 불상사적인 사회현상이라고 하겠다. 원조교제란 젊음이 떠나버린 사람들의 어린 대리인들을 통한 비도덕적 청춘 매매현상이다.
원조교제가 유행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잦은데 며칠전 신문을 보니 17세난 임모양이 원조교제 뒤 약속한 돈을 안 준 남자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이 기사는 이어 경찰관계자는 “최근 원조교제와 관련한 10대 범죄가 2~3일에 한번 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젊음이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나 자신도 젊음을 그리워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왜 우리 나라 남자들이 그렇게 기를 쓰고 성적으로 청춘 회복을 하려고 드는지에 대해서는 정말로 이해할 수가 없다. 정력에 좋다는 것이라면 동면하는 개구리와 뱀에서부터 자라와 거북이와 곰의 생피 등을 닥치는 대로 먹고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동남아로 정력식이 곁들인 섹스관광까지 간다고 한다. 잃어버린 청춘에 대해 복수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중년 남자와 10대 소녀의 변태적 애정행각을 그린 ‘롤리타’(Lolita)는 원조교제의 변형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롤리타, 내 생의 빛, 내 허리의 불길. 나의 죄악, 나의 영혼.”이라고 시작되는 이 소설은 러시아계 미국인 블라디미르 나브코프의 작품으로 40대 대학교수 험버트와 성적으로 조숙하고 아름다운 12세난 롤리타의 얄궂고 변태적인 애정행각을 묘사했다.
20세기 최고 걸작소설의 하나로 꼽히는 고백적 문학일기요 쇠약해지는 사랑의 역사를 그린 로맨틱한 소설이다. 또 유혹과 영원한 고통, 미친 희망과 참을 수 없는 욕망의 이야기로 나브코프는 풍자와 연민의 정을 같은 양으로 배합한 뒤 험버트와 롤리타를 통해 금단의 사랑과 함께 사이비적이요 범속한 미국사회의 소비 행태와 도덕과 관습 등을 신랄하게 비웃고 있다. 뛰어난 블랙코미디다.
흔히들 ‘롤리타’를 에로틱한 섹스소설로 알고 있지만 험버트의 로(그는 롤리타를 이렇게 불렀다)에 대한 욕망은 작가의 예술적 욕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비평가들은 말하고 있다.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에서 중년의 소설가 아쉔바하가 14세난 미소년 타지오를 동경하고 욕망하는 것이 예술가의 미에 대한 집념을 상징하듯이 험버트의 로에 대한 욕망도 창작인의 예술적 목적에 대한 애착인 것이다.
‘롤리타’는 1962년 명장 스탠리 쿠브릭에 의해 영화화 됐었다. 험버트 교수역은 제임스 메이슨이, 롤리타역은 수 라이언이 각기 맡아 사랑의 노예와 그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작고 귀여운 악녀의 모습을 뛰어나게 연기해 냈었다. 특히 험버트가 보이프렌드를 사귄다고 롤리타를 꾸짖으며 어린 연인의 도톰한 발가락에 페디큐어를 해주는 장면은 매우 선정적이다. ‘롤리타’가 오는 11·12일 뉴베벌리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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