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다운’ 집사는법
▶ 집값의 33%~40% 내놓으면 100%론
비교적 최근 들어 부동산 금융시장에 도입된 방법 가운데 보유중인 유가증권(일반적으로는 주식)을 담보로 내놓는 대신 0% 다운페이먼트로 집을 사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 역시 장단점이 있지만 이민연륜이 쌓이면서 경제력이 늘고 있는 한인들도 한번쯤 눈여겨 봐둘만 하다.
0% 다운페이먼트로 집을 사는 것은 다운페이먼트를 할만큼 모아둔 돈이 없는 사람들만 생각하는 방법이 아니다. 주식은 많이 갖고 있는데 보유주식을 처분하기는 싫고 집을 사려는 경우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집을 살 수 있다.
3년반전에 이같은 유가증권 담보 부동산융자 프로그램을 선보인 ‘모건 스탠리 딘 위더’ 관계자는 "지난해 실시한 모기지융자 10억달러 가운데 40% 정도가 바이어의 투자구좌를 담보한 것"이라면서 "금년에는 이같은 융자가 45%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을 담보로 잡고 모기지융자를 내주는 회사는 모건 스탠리 딘 위더 뿐이 아니다. ‘메릴 린치’와 ‘시티그룹’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도 ‘GMAC모기지’사와 손잡고 지난해부터 0% 다운페이먼트 융자 시대에 진입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의 존 로프레스티 부사장은 "주식을 담보로 내놓을테니 모기지융자를 해줄 수 없느냐"는 고객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모기지 융자는 바이어가 통상적으로 집값의 33~40% 상당액에 대해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면 증권회사인 렌더가 집값의 100%를 융자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 담보로 내놓은 주식에 대한 통제권은 바이어가 독점적으로 행사하며 증권회사는 주식거래에 따른 수수료를 챙긴다. 이렇게 주어지는 모기지 융자는 금리도 다른 일반 모기지 금리와 비슷하다.
이같은 방식은 명백히 바이어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
첫째, 만약 주가가 올라가면 그에 따른 이익은 바이어의 몫이며 바이어는 이렇게 얻은 이익으로 모기지 융자를 상환할 수도 있다.
둘째, 바이어의 자산이 유가증권에 투자돼 있기 때문에 비상시에는 다운페이먼트로 주택에 돈을 묻어 뒀을 때 보다 훨씬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유동성이 높다는 얘기다. 다만 이 방식은 일반 주식투자와 달리 ‘마진’(margin)을 행사할 수 없다.
셋째, 모기지 융자를 100% 받았기 때문에 소득세 신고시 이자를 전액 조정된 종합소득(AGI: adjusted gross income)에서 공제함으로써 과세표준액을 80%만 융자를 받았을 때 보다 더 낮출 수 있다.
넷째, 보유중인 주식이 싼 값에 사들인 것이었다면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하는데 주식을 담보로 하고 융자를 받을 경우에는 당장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방식은 주가가 떨어질 때 아주 위험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주가가 곤두박질할 경우에는 하루밤에 에퀴티가 증발해버릴 수도 있다.
담보로 잡힌 주식의 주가가 급락해도 렌더는 모기지 융자 페이먼트가 계속 되는 한 집을 차압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렌더는 투자구좌를 동결하고 남아 있는 투자액을 연방재무부 채권을 비롯한 보다 보수적인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
말리부에 사는 래리 마샬은 이같은 방식으로 집을 사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마샬은 수백만달러에 달하던 주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78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담보로 내놓고 2년전 메릴린치로부터 100% 융자를 받아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200만달러짜리 저택을 샀다. 주가가 한창 오르자 이익금으로 일인당 6만달러나 드는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즐기기도 했는데 지난 3월 나스닥에 찬바람이 불었을 때는 ‘마진’ 사용 금지 통보를 받아 빌려쓴 돈을 갚기 위해 100만달러 상당의 주식을 처분해야 했다.
보통은 처음 투자구좌를 개설할 때 주가의 85% 밑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관리대상 구좌 통보’를 받는다. ‘모건 스탠리 딘 위더 크레딧’사의 토니 마르시아노는 "거래를 트고 있는 고객의 구좌의 3.5%만이 ‘관리 대상’"이라면서 "나스닥이 폭락했던 지난 3월에는 관리 구좌 비율이 6%까지 올라갔었는데 아직까지 구좌에 남아 있는 투자액을 전부 강제처분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는 설명했다.
주식을 담보로 잡고 모기지 융자를 빌려 쓸 것이냐 아니냐 하는 선택은 물론 다운페이먼트를 많이 해 매월 모기지 페이먼트 액수를 낮추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면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에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
집을 사면 보통 20%를 다운페이먼트로 내놓기 마련인데 40만달러짜리 집을 살 경우 내놓는 다운페이먼트로 S&P 500 주식을 샀다면 지난 1년간 8% 정도되는 약 6,300달러의 수익을 남겼을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연간 집값 상승률도 5~7%는 되니까 이래 저래 신나는 세월일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돈으로 1년전에 ‘아마존 닷 컴’의 주식을 샀다면 지금쯤 2만5,000달러가 날라가고 안절부절하고 있을 것이다.
재정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같은 방식의 융자는 주식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다른 자산도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메릴 린치 크레딧’사의 할 미낫 수석부사장은 "주식을 담보로 잡는 모기지융자는 이제 막 재산을 모으기 시작해 주가가 하락했을 때 동원할 다른 자산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방법"이라면서 "이 방법을 택할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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