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TV 쇼 무색한 오지생존 훈련 학교 프로그램
올 여름 CBS의 히트 쇼 ‘생존자(Survivor)’를 보며 오지 탐험을 간접 경험한 미국인이 수백만명에 달하지만 ‘불더오지생존학교(BOSS)’는 30년 이상 여러 사람들에게 로빈슨 크루소의 환상을 직접 경험시켜왔다. 적어도 7일동안은 시계, 셀률러 폰, 랩탑과 라테를 버리고, 스스로 원한 결핍의 상태에서 국내서 가장 황량하고 외진 곳에서 살아남는 훈련이 되는 이 학교의 프로그램은 또한 눈이 돌아가게 바쁜 테크놀러지의 세상에서 가진게 없이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친다.
올챙이가 헤엄치는 웅덩이에서 물을 먹고 95도의 더위에서 담즙을 토하는 것은 물론 울퉁불퉁한 노간주 나무아래 덮고 잘 것은 입은 옷밖에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사실 여간 고통받는게 아니다. 바람이 쓸고간 암석대지를 수시간 걸으며 모래가 가득찬 양말에서 물집이 터지기까지, 맨손으로 강둑 진흙탕에서 물고기를 잡아보기 전에는, 그리고 혼자 하루 밤낮동안 쑥잎으로 휴지를, 버드나무 가지로 칫솔을 대신해 본 경험이 없이는 스스로를 진정한 ‘생존자’라고 부를 수 없다. 그리고 이 모든 ‘특권’을 누리기 위해 87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BOSS의 코스는 유타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란테 국립기념비 주변 네갈래 길로 구성돼 있다. 이에 비하면 기존의 상업 탐험 관광은 초호화판이다. 효과음을 사용한 지옥같은 오리엔테이션에서 군대 판쵸, 모 담요, 칼, 나침반과 비상 구급약 정도만 지니고 적어도 24시간동안 모래 위를 터벅터벅 걷고 절벽과 미끄러운 바위를 기어오르며 강바닥을 따라 덤불을 헤쳐 나가게 될 것을 예고받은 후 이틀간의 집중 그룹 여행과 불피우기, 지도읽기, 휴식처 만들기 등의 기본을 배운 후 사람들은 어두운 밤 혼자서 그간 배운 것을 복습해보고 다시 그룹으로 복귀한다.
BOSS의 조시 번스타인 회장은 첫날 오후 참가자들이 비상식량이나 손전등을 감추지 않았는지 가방을 검사하고 참가자들에게 가학적 미소와 함께 "[교관은] 여러분을 가장 가까운 길로 데리고 갑니다. 이 길은 가장 근접한 포장 도로에서는 20여마일 떨어져 있으며 차는 하루에 두어대 남짓 다닙니다"라고 말한다.
여성 3명, 남성 6명으로 구성된 최근 참석자 일당은 연령 34세-48세, 직업도 대학강사, 트럭 운전사, 물류 매니저 등으로 다양하다. 모두 못믿겠다며 친구와 가족에게 조롱받았으며 여기서 그들에게, 또 자신에게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 모였다. ‘J.P. 모건’ 경영 파트너이며 하이킹과 캠핑을 즐기는 35세의 브라이언 콘로이는 문명의 겉치장인 방수 텐트와 침낭조차 없애고 싶어한다. 노스 캐롤라이나 소프트웨어 검사 검증 회사인 ‘퀘스트콘(Questcon)’의 최고경영자 45세의 찰스 게이너는 아마 순박한 초심자. 자신을 "노인네"라고 부르는 그는 위험의 극한을 경험하고 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줄 결심했다. 44세이며 세아이의 어머니인 주디 부루인은 아내, 딸, 축구 코치의 역할을 하는 한 여성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자 시카고 교외를 떠나 사막으로 왔다. 이들의 대부분은 스텝 에어로빅부터 하루 20마일의 하이킹, 1에이커 잔디깎기 등으로 이 여행 준비를 해왔다.
25세의 교관 질 크리스천센은 여행 내내 "지금, 여기"를 강조했다. 훈련도, 사전지식도 버리고 현재 여기서 벌어지는 상황에 집중해야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센과 또다른 두명의 교관은 한편 서로 계획이라도 한 듯 가능한한 최소의 정보를 줬다. "어둡기 전에 캠프까지 갈수 있을까요?"하는 정도의 질문에도 "가보면 알겠죠" 등의 대답뿐이었다.
지배권을 양도하는 것, 나약함을 인정하고 도움받으며 아무도 상상치 못한만큼 높이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CBS 쇼에서처럼 서로 짜고 투표로 한사람을 제거하는 대신 어려움 속에서 동지애가 자랐다. 겨우 몇 인치 틈이 벌어진 수직 바위턱에서 비틀거리는 사람의 팔과 배낭을 지탱해주고 교관없는 하이킹에서 길을 잘못 들어 물이 모자라 허덕이던 날은 시원한 사암동굴 구석에 모여 벌써 벌레들이 먹기 시작한, 서로의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나눴다. 사막에서의 마지막 밤에 길을 나선지 12시간이 넘어서 일주일간 거의 본적이 없었던 문명의 흔적인 낡은 축사를 발견하고 환성을 지르다가 그 옆에서 말라 비틀어진 소의 시체를 보고 자기들도 그 신세가 될 수도 있었다며 농담을 건넸다.
목적지에서 교관들은 물, 따끈한 파스타, 마지막 도전을 위한 지침을 갖고 참가자들을 기다렸다. 참가자들은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 배낭을 버리고 미국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 중의 하나라고 불리는 2차선 고속도로 하이웨이 12번을 따라 불더로 향했다. 10마일이 될지, 20마일이 될 지 모른다. 그들이 아는 것은 해가 뜨기 전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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