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저화제
▶ 빛잃은 미국 위락산업 중심 복원계획
미국은 위락산업의 천국이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위시하여, 미국 전역에 산재한 거대한 테마공원들이 연중 엄청난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특히, 올랜도나 LA 등은 위락산업의 중심지로서, 미국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인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한 세기 이전 미국 위락산업의 중심지는 어디였을까.
오늘날,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뉴욕시 브루클린 남쪽 해변의 코니 아일랜드가 그 중심지였다.
1897년, 코니 아일랜드에 ‘스티플 체이스 파크’라는 주제공원을 오픈했던 사업가 죠지 틸유는 일찍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파리가 프랑스의 대명사라면, 6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의 코니 아일랜드는 전세계의 대명사이다"
그러나, 오늘날 코니 아일랜드의 그 시절 명성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에는 과거의 영화를 간직한 거대한 구조물들만 폐기상태로 남아 있다. 코니 아일랜드가 위치한 브루클린 남쪽 일대는 뉴욕의 빈민층이 집결한 열악한 주거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영영 소생할 가망이 없어 보이던 코니 아일랜드에 한 줄기 희망의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뉴욕시 의회는 9,100만달러 규모의 야심찬 코니 아일랜드 복원 프로젝트를 압도적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뉴욕시는 앞으로 해변지역에 3,100만달러 규모의 메츠 마이너리그 팀 전용구장 건립, 3,000만달러 규모의 해변산책로 및 부대시설 정비사업, 그리고 3,000만달러 규모의 생활체육 및 위락단지 등을 건립하게 된다.
그러나, 이 공공지출 계획은 시작단계서부터 거센 찬반양론 시비에 휩싸이고 있다.
그것은 주로, 코니 아일랜드의 과거와 현재 사이의 괴리의 산물이다. 즉, 과거의 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복원계획을 옹호하는 반면, 현 거주자들은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급선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반대론의 중심에는 소설가 케빈 베이커가 있다.
그는 1999년 발간한 ‘드림랜드’ 라는 역사소설에서, 코니 아일랜드의 전성기를 리얼하게 묘사했다. 베이커는 1926년에 설치된 롤러코스터 ‘선더볼트’를 가리켜, "가장 위대한 미국적 유물 가운데 하나"라고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9,100만달러를 주민들의 주택개선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이곳 주민들은 더 낳은 삶의 질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
코니 아일랜드의 반경 수마일 내에는 수많은 저소득층들이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100만달러를 위락산업에 쏟아붓는다는 계획이 주민들의 마음에 들 리가 없는 것이다.
호르헤 루이스라는 한 주민은 분통을 떠뜨린다.
"나도 야구를 좋아하고, 해변의 산책로를 사랑한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의 학교나 손상된 길거리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주민들이 오늘 여기에서 겪고 있는 민생현안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반대론자들 중에는 브루클린 보로청장 하워드 골든도 끼어 있다.
골든 청장은 특히, 싱글 A 팀을 위해 연중 40여회 밖에 사용치 않는 6,500석 규모의 스테디엄을 건립하는 것은 거대한 예산낭비라고 믿고 있다.
이와 관련, 골든 청장의 보좌관들은 이 프로젝트를 법정에서 부결시킬 목적하에 법리검토 작업을 벌이는 중이다.
골든의 이러한 반감 이면에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스테디엄 건립계획은 야구광인 줄리아니 시장의 개인적 선호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편, 브루클린 출신으로 시의회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버트 버맨은은 다음과 같은 말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피력한다.
"코니 아일랜드 개발계획의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뉴욕시가 주택만으로 사는 것은 아니고 문화생활도 필요하다"
이같은 언급에는, 장기적으로 이번 플랜이 코니 아일랜드 일대 지역사회 부활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어 있다.
한편, 영화제작자 릭 번스는 코니 아일랜드는 결코 쉽게 죽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번스는 1991년 ‘코니 아일랜드’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코니 아일랜드의 부활을 굳게 믿는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1890년대만 해도, 황무지 같던 코니 아일랜드에 드림랜드, 루나, 스티플 체이스 등 세 개의 거대한 주제공원이 들어서서, 연간 10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을 것으로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또, 세계 위락산업의 중심지였던 코니 아일랜드가, 1920년대에 벌써 쇠락의 길을 걸을 줄로 예측한 사람도 없었다."
20년대 코니 아앨랜드가 쇠락한 것은 TV의 출현, 냉방장치가 된 극장들의 대중화, 기업적인 테마공원들의 등장, 교외문화의 발달, 그리고 자동차와 고속도로의 보편화 같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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