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사람들
▶ 젊음의 도시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70대이상 수십명
그들은 스스로를 "그레이즈(grays)"라고 부른다. 젊음을 먹고 사는 곳, 할리웃에서 끝까지 버티고 일하는 이들중에는 77세에도 1000파운드짜리 연장통을 끌고 다니는 무대 장치 담당도 있고 92세에도 월즈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만화영화를 구상하는 애니메이터, 78세의 백발과 얼굴의 주름을 밑천 삼아 거지역을 단골로 맡는 엑스트라도 있다.
연예계에서 현역으로 일하는 노인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4만명의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영화업계 연금 플랜에 따르면 현재 70세 이상으로 취업중인 사람은 53명에 불과하다.
’그레이들’과 직접 이야기해보면 그들의 생존 비결을 배울 수 있다. 한가지는 오래 전에 한 일을 이력서에 쓰지 말아야 나이를 감출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젊은이들이 지배적으로 많은 직장에 어색하게 끼어 있지 말고 일은 집에서 하는 것이다. 시의적절하게 자기 자신을 재창조해서 불사조처럼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래리 애봇의 은발은 할리웃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빗질이 되어 있다. 손톱도, 수염도 깔끔하게 손질했고 안경도 턱시도도 최고급이다. 애봇에 따르면 분장사가 신경과민한 배우의 눈에 자기 얼굴을 맏길만큼 믿음직스럽게 보이려면 확실한 스타일 감각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몇 년에 한번씩 자기 모습을 바꿔 세월을 자기 편으로 만든다.
리즈 테일러, 엘비스, 전직 대통령 6명의 분장을 맡은 애봇(64)의 직업은 사실 재능이 문제지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 경험이 쌓일수록 좋기 때문에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한데도 사람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른다. 58세가 되어서야 분장이 뭔지 눈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그는 요즘 하루에 750~1250달러를 번다.
26세이던 1948년에 찍은 B급 영화 ‘합창단의 아가씨들’이란 영화의 테입을 질리도록 들여다보는 주디 우드베리(78)는 그때 함께 출연했던 단역중 자기보다 춤도 못추던 마릴린 몬로는 주연배우로 출세해 짧게 살다갔지만 이후 52년이 지나도록 엑스트라로 살고 있다. 요즘 잘 하는 역은 거지와 술취한 할머니역. 할리웃식 생활 습관이 몸에 밴 우드베리는 돈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내 몸이 재산이라우. 사람들이 나같은 타입을 원한다니까"
피트 파파니콜라스(77)는 무대 장치 일에 중독됐다. 벌써 다섯 번 은퇴했다 다섯 번 되돌아왔을 정도다. 2차대전에 참전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1955년에 할리웃에 정착, 시간당 2달러75센트를 받고 촬영장에서 허드렛일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시간당 40달러를 받는다. 그동안 ‘포기와 베스’ ‘서부개척사’를 비롯, 수백까지 일을 맡아온 그는 최근엔 TV쪽 일을 많이 했는데 몇 년전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세트를 만들었던 파이롯 프로그램 ‘사인펠드’가 그만 대성공하는 바람에 9년을 더 일하기도 했다.
잭 멘델슨(73)은 1964년부터 TV 쇼 대본을 써온 현역작가. 비틀즈의 영화 ‘노란 잠수함’부터 인기 TV 시트콤 ‘스리즈 캄퍼니’를 거쳐 최근의 30분짜리 어린이용 만화 영화 ‘닌자 터틀’ 대본을 181회나 쓴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팜스프링스에 사는 그는 TV대본의 쓰고 고치는 일을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하기 때문에 그의 팀에서 일하는 젊은 작가들은 자기가 ‘그레이’와 함께 일한다는 사실을 종종 모르곤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같은 오스카상 수상작을 비롯, 40편의 영화를 감독한 거장 로버트 와이즈도 85세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역이다. 그의 유명세는 아직 식지 않아 할리웃에서는 아직도 그 정도 되는 사람이 원하기만 하면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내가 현역 감독중에서는 아마 가장 늙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감독 일이란 것이 자전거 타기 같아서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떻게 하는지를 잊어먹지 앉는단 말예요’
할리웃의 그레이 중에서도 최고 고참이라면 역시 조 그랜트(92)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베테란 애니메이터인 그는 요즘 벌써 몇 달째 인도를 떠나 할리웃에 와 중고차를 팔다가 사랑에 빠지는 코끼리 이야기인 ‘빗시’ 제작에 몰두해 있다. 오리지널 ‘판타지아’와 ‘스노우 화이트’를 만들었던 그는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하나님처럼 대접받으며 창조적이고 부유하게 장수를 누리고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죽지 않고 싶다고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