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밤중에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이 난적이 있다. 차들이 휙휙 지나가니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도로 한가운데 갇혀서 경찰의 눈에 띄기만을 기다렸다. 얼마쯤을 불안하게 앉아있는데 차 한대가 옆에 와서 섰다. 50대쯤 된 남성이 내리더니 “차를 갓길로 옮겨야지 여기 있다가는 뒤에서 오는 차에 받힌다”며 내 차를 도로변으로 밀어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10여분을 운전해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때의 고마움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내가 베푼 어떤 일로 누군가가 한점 흐림없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
독자들이 신문사로 편지나 전화를 해 하소연하는 내용을 보면 상당수가 단순한‘기분문제’이다. “특별세일을 한다고 해서 갔는데…”“물건을 사고보니 필요 없어서 반환하러 갔는 데…”등등 시작은 다르지만 결론은 모두“너무 불친절하다”로 끝난다. ‘불친절’로 서로가 상처입고 고객이 한인상점에서 등을 돌리는 일들이 언제까지 계속되려는지 안타까울 때가 많다.
90년대 초반 미국사회에서는 ‘친절 실천운동’이 전개되었다. 장기적 불경기로 대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수천명씩 감원하는 사태가 여기저기서 터지던 때였다.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에 쌓이고 사람들의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일어났다. 텍사스에서 한 남자가 거스름돈을 늦게 준다고 상점주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 가 하면, LA에서는 공중전화를 오래 쓴다고 뒤에서 재촉하던 여성을 전화 사용중이던 남자가 총으로 쏘았다.
딱히 누구를 겨냥했다기 보다 홧김에 ‘무작위로 저지른 폭력행위’들이 끊이지 않고 보도되었다. 그때 중가주 베이커스필드 칼리지의 척 월이란 교수가 생각했다 -‘무작위 폭력행위’에 맞서‘무작위 친절행위’를 전개해보자. 아울러 비슷한 때에 서던 인디애나대학의 개빈 위트셋이란 교수는 ‘게릴라 친절’이란 책을 펴내 친절캠페인을 벌였다. 너도나도 게릴라처럼 예상치못한 친절을 남에게 베풀면 그만큼 살만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친절에는 두가지 특성이 있다고 한다. 중독성과 전염성이다. 월교수는 친절을 포테이토칩에 비유했다. “포테이토 칩은 하나 먹고 나면 자꾸 손이 가지요. 친절도 마찬가지예요. 하면 할수록 자꾸 하게 되지요”
친절의 전염성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는 데 결론이 비슷하다. 친절한 말이나 행동을 받으면 사람들의 가슴이 따뜻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친절을 베풀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번 친절을 베풀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친절의 연쇄작용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경이롭다. 반면 내가 한번 남에게 불친절하면 역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친절의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내가 시작이다.
‘친절실천운동’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많은 친절 경험담이 올라와 있는데 그중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혼자 사는 이 할머니는 너무 외로워서 자살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공원의 비둘기들에게 모이를 주러 갔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 멈춰서 같이 모이를 주며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할머니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말 한마디, 한번의 미소가 상상외로 큰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친절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만 있으면 친절은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나온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
1953년 어느날 시카고 기차역에는 기자들과 시관리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5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기차가 도착하고 부스스한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을 한 6척 장신의 남자가 기차에서 내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악수를 하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이 키큰 남자의 눈길은 무리 저 너머에 가 있었다. “잠깐 실례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트렁크 두개를 들고 쩔쩔매는 흑인 할머니 옆에 가서 섰다. 그리고는 트렁크를 번쩍 들고 버스정류장에 가서 할머니를 태워준 후 돌아오는 것이었다.
알버트 슈바이처박사가 미국 방문했을 때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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