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석-내 의견은 이렇습니다
▶ 만화가 이원복 교수
‘이원복’은 아동에서 중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친숙한 이름이다. 지난 30여년간‘시관이와 병호의 모험’등 아동 만화에서 수백만명의 독자가 읽은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흥미위주의 만화가 아닌 메시지가 담긴 ‘정보만화’를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서울 공대와 독일 뮌스터대를 졸업하고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이씨는 현재 UC 어바인 교환교수로 미국에 와 있다. 최근 ‘새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 일본편을 펴낸 이교수를 만나 미국과 일본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미국에 오신지 얼마나 되십니까?
▲UC 어바인대 초청으로 작년 7월에 왔습니다. 교환교수라고는 하지만 강의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기왕 여러 나라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왔으니 머무는 동안 미국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 미국에 관한 책을 내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에 계시면서 보신 미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미국을 다른 나라와 같은 차원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50개 국가가 합쳐진 초국가입니다. 연방 지주회사가 50개 계열사를 거느린 꼴이지요. 가주 하나만 해도 경제규모가 세계 4위 아닙니까.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인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최근 일본에 관한 만화책을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한 마디로 정반대의 나라입니다. 일본은 순수한 단일민족 사회고 미국은 가장 다양한 다민족 사회입니다. 일본은 하나부터 열까지 공동체가 우선이라면 미국은 철저한 개인주의 사회입니다. 종교적으로도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 할수 있지만 일본은 무종교 국가입니다. 일본에는 800만개의 신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종교적인 것 같지만 각자가 그때 그때 편의에 따라 믿고 싶은 것을 믿기 때문에 종교적 열정은 찾아 보기 어렵습니다. 한 사람이 아침에는 기독교, 낮에는 불교, 저녁에는 신토하는 식입니다.
-10년간 유럽 곳곳을 여행하신 체험을 바탕으로 유럽 시리즈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편을 내기 위해서는 얼마나 일본에 계셨습니까?
▲체류하지는 않았지만 40번 정도 여행하며 일본을 살펴 봤습니다.
-한때 세계를 정복할 것 같던 일본이 오랜 불황으로 기가 죽어 있습니다. 최근 일본 내에서도 개혁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은데 좀 좋아질 전망이 보입니까?
▲비관적입니다. 전후 일본이 빠른 속도로 일어선 것은 정부와 기업인이 힘을 합쳐 경제재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관료들의 지나친 엘리트 의식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팩스로 보낸 계약서는 무효입니다. 관료들이 자신들의 파워가 약해지는 것을 우려해 기업의 목을 꼭꼭 죄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기업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일본에서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오히려 한국이 더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흔히 한국 사람은 혼자서는 똑똑하지만 뭉치지 못하고 일본 사람은 혼자서는 약하지만 단결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일본에는 한명의 왕과 1억2,000만명의 시민이 있지만 한국에는 1명의 대통령과 5,000만명의 왕이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한인들이 자영업에 많이 종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인 것 갔습니다. 과거처럼 제조업이 경제의 중심이었을 때는 일본식 집단주의가 유리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정보화 시대가 되면 한국식 나혼자주의가 힘을 발휘할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인포메이션 위주의 하이텍 산업이 발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수 있겠군요. 미국식 제도의 단점은 무어라 보십니까?
▲미국은 모래알 사회입니다. 유럽만 해도 동네 카페에 들어 가면 낯선 사람과도 친숙해져 곧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수 있는데 미국은 그게 힘듭니다. 각자가 집에 들어 가 문을 닫아 걸면 끝입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우면서도 인간성 상실등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이 가장 뚜렷이 나타나는 곳이 미국 같습니다.
-유럽에 계시면서 독일 통일 현장을 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남북 정상이 만나는등 통일열기가 높습니다. 독일 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독일 통일은 동독 국민이 원해서 이뤄진 것입니다. 서독인들은 별로 바라지 않았습니다. 60년대 동독정부가 서구사회의 모순을 부각시키기 위해 데모와 폭동 장면을 담은 TV 뉴스를 내보냈는데 이 때 동독인들은 보라는 시위는 보지 않고 풍요로운 생활상을 목격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우리도 잘 먹고 잘 살아 보자는 것이 독일 통일의 솔직한 동기입니다. 통일이 된 후 수많은 동독인들이 서독으로 넘어 왔으나 이제는 대부분 돌아 갔습니다. 옛날에는 적당히 일해도 월급이 나왔는데 이제는 공산주의적 기준으로 보면 ‘비인간적’일 정도로 일이 많고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멸시등에 견디다 못해 ‘원위치’한 것입니다. 동서독인 사이는 통일후 더 나빠졌습니다. 한국도 통일이 돼 벽을 터 놓으면 동서독인 갈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남북인 갈등이 예상됩니다. 오히려 벽을 더 높이 쌓아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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