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 여름이 되면 우리는 벗은 발을 아무 데서나 무수히 목격하게 된다. 몸의 맨 아래 부분이어서 그럴까 사람들은 발이라면 보통 손과는 달리 더럽고 못 생긴 것으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섬섬옥수라는 말은 있어도 섬섬옥족이라는 말은 없지 않은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리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준 것도 사람들이 더럽게 생각하는 신체의 부분을 몸소 깨끗이 해줌으로써 사람들에게 겸허함을 가르치고자 했으리라 짐작해도 되겠다.
요즘 밖에 나가 보면 많은 여자들이 토링(발가락 반지)과 앵클렛(발목 장식)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토링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껴보진 못했지만 고운 발목에 채여진 앵클렛을 볼 때면 매우 야릇한 감정을 갖게 되곤 한다.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면 제일 먼저 눈이 가는 곳이 얼굴과 다리다. 얼굴이야 거론할 것이 없겠고 여자의 맨살이 드러난 선이 뚜렷한 예쁜 다리는 남자를 유혹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다리를 보고 반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손보고 반했다는 말은 좀처럼 들어보기 힘든 것도 여자의 다리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라 하겠다.
2차대전 때 G.I.들이 뮤지컬 배우 베티 그레이블을 넘버원 핀업걸로 뽑은 까닭도 복숭아빛 안색을 한 그레이블의 쭉뻗은 아름다운 다리 때문이었다. 2차대전 영화에는 G.I.들이 전투에 나가기 전 등과 다리가 훤히 드러난 수영복 차림에 하이힐을 신은 그레이블이 허리에 두손을 얹은 채 뒤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에 손을 한번씩 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레이블의 이런 인기를 잘 파악한 그레이블의 전속사 폭스는 그의 다리를 로이즈 오브 런던 보험회사에 100만달러짜리 보험에 든 뒤 ‘100만달러짜리 다리’라는 영화까지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했었다.
그러나 가장 길고 늘씬한 다리를 가졌던 스타는 발레댄서 출신으로 기막히게 춤을 잘 춘 시드 샤리스다. 샤리스는 할리웃 최고의 댄서들이었던 프레드 애스테어와 진 켈리 등과 함께 ‘밴드왜건’(53)과 ‘브리가둔’(54) 같은 뮤지컬에서 화려한 춤솜씨를 보여줘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불타는 듯한 정렬을 지닌 댄서라는 평을 들었었다. 특히 옆이 길게 찢어진 짙푸른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샤리스가 ‘빗속에 노래하며’에서 댄스 파트너인 켈리를 공격하듯 유혹하며 춤추는 장면은 남자의 가슴에 뜨거운 불길을 지피고도 남을 화끈한 것이다.
빌리 와일더가 감독한 살인에 관한 어두운 필름 느와르 ‘이중배상’(Double Indemnity·44·사진)에서는 주인공 프레드 맥머리가 요염한 유부녀 바브라 스탠윅의 발목에 걸린 앵클렛의 유혹에 빠져 살인까지 저지른다. LA의 보험 세일즈맨인 맥머리는 보험판매차 스탠윅의 집에 들렀다가 스탠윅의 싸늘하도록 치명적인 선정미와 그의 치밀한 남편 살인계획에 휘말려 들게 된다. 금발에 아래위로 하얀 옷을 입은 요부 스탠윅의 샌들을 신은 왼쪽 발목에 채워진 앵클렛이 뿜어내는 자극미와 그 발목을 바라보는 맥머리의 욕망 담긴 눈길. 맥머리는 스탠윅의 남편을 살해하나 결국 두 간부는 끌어안은 채 서로들 상대방의 몸에 총알을 박고 황천으로 간다. 앵클렛이 유죄로다.
여자의 드러난 발뒤꿈치를 보고 사랑에 빠진 남자도 있다. 데이빗 린 감독의 아름다운 못 이룰 사랑의 이야기 ‘여정’(Summertime·55)의 주인공 로사노 브라지. 이탈리안 유부남 브라지는 베니스로 혼자 관광와 산마르코 광장 카페에 앉아 자기 앞을 지나가는 연인들을 동경에 찬 눈길로 바라보는 미국인 노처녀 캐서린 헵번의 샌들 뒤로 드러난 발뒤꿈치를 보고 헵번에게 마음이 쏠린다. 이렇게 해서 만난 두 사람은 짧은 로맨스를 남기고 헤어지고 만다.
또 영화 ‘종착역’(Terminal Station`33)에서는 이탈리안 총각으로 나온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연인인 미국인 유부녀 제니퍼 존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당신이 2층에서 걸어 내려올 때 당신의 그 아름다운 다리를 보고 당신에게 반했노라”고. 그러나 이 사랑 역시 이별로 끝이 나고 만다. 여자의 발과 다리가 이렇게 남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도 있지만 혐오감을 줄 때도 있다. 페디큐어가 지워지다만 발가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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