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화제
▶ 허샤이저등 미련때문에 커리어 오점 남겨
인생을 살면서 진퇴의 시기를 잘 파악하고, 그에 따라 현명하게 처신하는 것은 중요한 지혜에 속한다.
이 말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도 어김없이 적용되는 만고의 진리다. 게중에는, 자신의 은퇴시기를 잘 결정하고 미련없이 구장을 떠남으로써 유종의 미를 거두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끝까지 미련을 못버리고 집착하다가,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초라한 모습으로 구장을 떠나는 선수들도 적지 많다.
LA 다저스 팀의 오럴 허샤이저 투수도 그런 경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는 얼마 전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쟈이언츠와 경기를 갖던 날, 자신의 집에 앉아 은퇴를 결심했다. 며칠 전 출장했던 경기에서 참담하게 두들겨 맞은 그 다음 날, 구단으로부터 방출통보를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내려진 팀의 방출조치는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올해 41세의 허샤이저는 다저스 역사상 투수부문 11가지의 기록을 갖고 있는 대투수다.
방출통보가 있던 날, 허샤이저는 아내 제이미와 함께 다저스 구단관계자들을 만난 후, 경기 시작 전 조용히 구장을 떠났다. 그 자리에는 다저스의 전 감독 토미 라소다도 배석했었다. 그리고는 며칠 후 은퇴를 공식선언했다.
야구선수에게 은퇴시점의 결정은 감정의 공중줄타기에 비견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시나리오 속에서 은퇴할 지를 면밀히 계산해야 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 마이크 슈미트는, 1989년 메모리얼 데이에 구장에서 은퇴를 발표하면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기도 했다.
은퇴하는 선수들은 대부분 마지막 시즌에 참담한 성적을 남긴다.
예를 들면, 300승 클럽에 속한 메이저리그 대투수들 중에서 고별시즌에 승률 5할을 넘긴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클리블랜드의 밥 펠러는 1956년 불펜에서 쓸쓸하게 커리어를 마감해야 했다.
또 타자들을 보면, 스탠 뮤시얼은 1963년 2할5푼5리의 타격을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불과 한 해 전, 3할3푼이라는 빛나는 타율을 기록했던 그였다.
강타자 미키 맨틀도 마지막 네 시즌에서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함으로써, 생애통산 타율이 3할이하로 내려앉았다. 양키스의 전설적인 강타자 루 게릭은 1939년, 8게임에 출장하여 1할4푼3리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스 루스도 은퇴시기를 잘못잡은 케이스에 속한다.
그는 1935년 마지막 시즌, 보스턴 브레이브즈 소속으로 28게임에 출장하여 1할8푼1리라는 초라한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루스는 은퇴 일주일 전, 비거리가 무려 600피트나 되는 엄청난 3점 홈런을 날려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당시, 경기장 우측상단 지붕을 맞춘 이 홈런은, 그의 생애통산 714개의 홈런 중 스태디엄 지붕을 때린 3번째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들과는 반대로 평생의 커리어를 더욱 빛내면서 명예롭게 은퇴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으로 1960년 은퇴하던 해에 3할1푼6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더구나, 윌리엄스는 홈구장에서 벌어진 은퇴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쳐냄으로써 한 편의 멋진 드라마를 연출했다. 당시, 그의 나이 42세였다.
56게임 연속안타 신화의 주인공 조 디마지오도 비교적 은퇴를 잘한 경우로 꼽힌다.
평소, 정상에 있을 때 명예롭게 은퇴하겠다고 말했던 그는, 1951년 시즌타율 2할6푼3리를 기록하자 미련없이 은퇴했다.
한편, 다저스의 허샤이저는 플레이오프 전에서 다저스의 투수로 출장한 후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는 다저스에서 처음 투수생활을 시작했을 뿐 아니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의 은퇴 계획은 과욕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초반만 해도, 허샤이저의 그같은 희망은 전도가 밝은 듯 했다.
그는 스프링시즌에서 양호한 성적을 보였을 뿐 아니라, 홈구장에서 벌어진 시즌 개막경기에서도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그 것 뿐이었다. 그후, 허샤이저는 1승 5패, 방어율 13.14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올해 은퇴했거나 은퇴가 확실시되는 선수들로는 허샤이저 외에도 몇 명이 더 있다.
게리 가에티는 올 시즌 초반에 이미 은퇴했으며, 그밖에도 내노라 하는 몇몇 강타자들이 이번시즌을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등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중, 볼티모어 오리올즈의 살아있는 신화 칼 립켄 주니어는 현재 부상자 명단을 들락거리고 있다.
"솔직히, 이 상태로 경기를 계속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이날까지, 오랫동안 계속 출장할 수 있었던 것만도 큰 행운이었다고 믿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고질적인 무릅부상에 시달려 온 샌디애고 파드레스의 강타자 토니 그윈도 이번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타격의 달인"으로 통하는 그윈은 이번 시즌 초부터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 밖에, 올 시즌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양키스 투수 데이빗 콘을 비롯, 한때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도루왕 리키 핸더슨도 은퇴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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