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급선 ‘USS 캠덴’ 함장 데보라 로어 대령
좁고 더운 엔진실에서는 거대한 보일러가 증기를 뿜으며 굴대를 바쁘게 움직여 5만4,000톤, 769피트의 대형 보급선이 30노트 이상의 속력을 내며 수면을 가로지르도록 한다. 소음도 많고 위험하며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매력적인 곳은 아니지만 이 배 USS 캠덴의 함장인 해군 대령 데보라 A. 로어는 이곳을 제일 좋아한다. 바로 수병이 되는 법을 배운 곳이기 때문이다.
로어는 24세였던 1979년에 처음 구축함 요세미티의 갑판 아래 근무 부관으로 배속받았다.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 출신인 로어는 1989년 의회가 해군의 여성 승선 금지 철폐 후 처음으로 세명의 여성과 함께 요세미티에서 1,100명의 남성과 함께 일했다. 남성들은 여성 동료들에게 바다에서 배를 움직이는 복잡한 기술을 가르쳤지만 로어는 자신들이 "그저 ‘받아들여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라고 했다 "반갑게, 기쁘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재미도 없었고 길고 고ㄷ지만 많이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요세미티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날 로어는 해군의 지상전 담당 선임장교로 선박 취급, 전투 체계, 엔지니어링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훈련및 테스트, 승선 임무를 갖고 있다. 해군의 함장급 315명 중 여성은 로어와 기타 세명뿐이지만 1명만 빼놓고 모두 로어(5피트 1인치, 110파운드)보다 키가 큰 USS 캠덴의 승무원 565명에게 로어의 말은 곧 법이다.
물론 무제한의 권한만큼 무제한의 책임도 감수한다. 하나라도 잘못되면 단독으로 해군 및 국방부의 상관들로부터 책임을 추궁받는다. 사령관은 신참 해병의 실수로도 짐을 쌀 수 있다. 로어는 훈련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점에서 두려울 것이 없다"고 자신한다.
내달에 46세가 되는 로어는 스스로 모든 임무에 통달한 사령관이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요구는 많지만 공정한 지휘관인 그녀는 칭찬은 공개석상에서, 비판은 사석에서 한다. 아주 화가 났을 때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덴의 수석 엔지니어인 로렌스 할로웨이 중령은 로어를 "누구든 허튼 소리를 했다간 단번에 박살난다. 좋은 대장의 모습이다"라고 평가했다.
로어는 13년간의 선상 근무및 국방부 본부 근무 이외에는 독일 키엘 대학에서 국제법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중간 휴식을 가졌다. 자신은 해군에서의 커리어를 위해 가정생활과 자녀를 포기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해군은 여성에게 일과 가정이란 선택의 어려움을 주지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로어는 "대학원 수학을 위한 안식년 2년처럼 남녀 모두에게 육아 휴가가 필요할지 모른다"이라며 "해군을 보다 더 나은 집단으로 만들기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몇달 후 캠덴호 함장으로서의 24개월을 지나고 나면 로어는 소장 승진 심사를 받게 된다. 해군에는 현재 여성 11명, 남성 225명이 장관급이 근무하고 있다. 캠덴호 함장이 되기 전 국방장관 윌리엄 코헨의 수석 부관, 그전에는 국방부차관 존 P. 화이트의 부관을 지내며 워싱턴에서 정치 맛을 본 로어는 해군에서 은퇴하면 오하이오에서 연방의원에 출마할 지도 모른다.
워싱턴주 브레머튼이 모항인 보급선 USS 캠덴의 임무는 페르시아만 지역을 순찰하는 항공모함과 동반하여 필요한 연료와 화력, 식량을 제공함으로써 전함을 더욱 오래 해상에 머물게 하는 일이다. 길이가 769피트, 너비가 107피트인 캠덴은 해군의 최대 보급선중 하나로 비전투선으로 분류되지만 방어용으로 시스패로 미사일과 수대의 대형 기관포등 무장도 하고 있다.
로어의 업무상 지도력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화재나 홍수 같은 응급상황에선 생명의 희생을 감수하고 단호한 명령도 내려야 하지만 로어는 "이런 대형 함선을 지휘하는데서 얻는 개인적 만족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다"며 "나를 믿고 바다에서 연료, 식품, 폭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하는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내겐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여군이 전체 승무원의 10%를 차지하는 캠덴에서 로어는 일련의 변화를 주도했다. 포르노 영화와 섹스, 폭력물은 상영이 금지됐고 잔혹영화는 아주 가끔 볼 수 있다. 식당 메뉴에선 생선이 늘고 고기류가 줄었다. 처음으로 샐러드바도 설치됐다. 자유시간 전 항해사들은 햇볕에 타지 않도록 선스크린을 바르도록 경고받는다.
여자가 배에 타면 재수없다고 하던 시절에 입대, 사병으로 28년간 복무하다 장교가 된 로버트 로켄 중령은 그동안 여성과 함께, 여성을 위해 일하는 법을 배웠다. "가장 어려운 점은 대장을 ‘서(Sir)’라고 부르는 대신 ‘매앰(Ma’am)’이라고 부르는데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그에겐 남녀를 막론, 캡틴과 잘 지내는 세가지 규칙이 있다. "캡틴을 기쁘게 한다. 맡은 일을 잘 한다. 다음 사람을 위해 선박을 더 좋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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