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빌 조환동 특파원>
미-캐나다 국경인근 도시인 오로빌은 인구가 불과 800명인 워싱톤주의 자그만 국경도시. 캐나다 국경은 이곳에서 북쪽으로 불과 5마일이다.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약 7시간거리이고 워싱톤주 태평양 해안에서는 내륙으로 약 100여마일 떨어져있다.
2중 3중으로 철책이 설치돼 항상 긴장감이 흐르는 멕시코 국경과 달리 이곳은 국가와 국가간의 국경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거대한 평지와 산악, 맑은 강이 흐르는 이곳에 국경을 상징하는 것은 가슴높이의 허름한 철책선뿐이었다. 이곳을 워싱톤주 오키노건 카운티와 캐나다 3번 고속도로를 잇는 2차선 도로가 관통하고 있으며 양쪽에 아담한 규모의 미국과 캐나다 세관 건물이 있다. 이곳 국경 검문소는 평소에도 차량의 왕래가 적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국경을 개방한다.
한국인이 체포된 것은 7일 저녁 11시쯤. 순찰 중이던 한 국경수비대 요원이 약 반 마일 떨어진 미국쪽 검문소 근처에서 도로를 따라 걸어오던 한국인 일행을 야간 투시경으로 발견했다. 그레헴씨는 "깨끗한 차림새와 매너로 도저히 밀입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중산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며 "국경수비대와 인근 경찰요원들이 다가오자 긴장하고 실망하는 모습이 역역하면서도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요원들의 지시에 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들 밀입국 한인 21명을 태우려고 한국인과 히스패닉계 2명등 브로커 3명이 몰던 차량 2대가 접근하다가 역시 일망타진됐다"며 "요행으로 당시 순찰차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들이 오로빌까지만 왔다면 미국 내륙지방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헴은 또 "이 지역이 낮에는 평화롭고 경관이 좋지만 이들 지역을 통한 밀입국은 목숨을 건 위험한 짓"이라며 "여름에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동상이 걸릴만큼 춥지만 무엇보다도 이 지역에 산사자(쿠거)와 곰, 또 방울뱀이 득실거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에서 쿠거가 2마리나 사살됐고 야생 사슴외에도 소와 말이 많이 방축되고 있어 이들 맹수가 특히 선호하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레헴은 발각되기 쉬운 2차선 도로를 도보로 월경해서 그나마 쉽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산악지대를 잘 아는 브로커의 안내를 받아 산악루트를 이용했다면 발견이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오르빌 지서의 경우 요원 7명이 국경 100마일을 순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경수비대는 정확한 위치와 장소를 밝히지 않았으나 밀입국자들이 많이 들어오는 지역에 무인 감시망과 순찰비행기등을 운용하고 있으나 국경이 워낙 넓다보니 야간시간에 산악을 통한 밀입국에는 거의 속수무책이라고 시인하고 있다.
그레헴씨는 "발각된 21명중 7명에 대한 보석은 자신이 결정했다"며 "이들은 미국에 연고자가 있고 무엇보다도 이제 갖 돌을 지난 아기등 어린이들이 4명이나 있어 형무소에 수감한다는 것은 비인도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7명이 석방되기까지에는 오로빌에 거주하는 한국인 2가정중 한가족의 남미숙씨가 미국내 친지에 연락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통역을 해주는등 도움을 주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오로빌 지역을 관할하는 국경수비대 스포켄 구역의 폴 존스 수사관은 "전통적인 미국 밀입국 루트인 서부 밴쿠버와 동부 토론토 지역을 통한 밀입국이 여의치 않자 오로빌등 내륙 산악지대를 통한 밀입국이 증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21명이 한꺼번에, 그것도 히스패닉이나 마약을 갖고 들어오는 캐나다 시민이 아닌 한국인이 한꺼번에 걸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98회계연도중 스포켄 구역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체포된 2,176명중 멕시코가 캐나다 국적자가 각각 2,043명과 62명이며 한국인은 한명도 없었다. 99회계연도의 경우 체포자 1,308명 가운데 멕시코와 캐나다 국적자가 각각 1,202명과 56명이고 한국인은 단 1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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