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미소니언 박물관, 유서깊은 성조기 복원작업중
에이미 벤츠키는 9개월째 미국 국가 작사에 영감을 준 역사적인 성조기에서 4인치 위로 설치된 금속 플랫폼에서 엎드려 일하고 있다. 벤츠키는 조심스럽게, 마치 수술을 하듯 정확하게 가위질을 해나간다. 이 187년 묵은 성조기 뒤에 낡은 마 지지대를 연결시킨 170만땀의 바느질마다 2번씩 가위질을 해 뜯어내야 한다.
벤츠키가 다섯명의 복원위원들과 하고 있는 이 가위질은 3년계획으로 180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국기보수보존 프로젝트의 첫 단계. 이 작업은 ‘스미스소니언 미국역사관(SMAH)’에 특별히 준비된 연구실에서 진행되며 박물관이 실시한 단일 섬유 보존작업으로서 최대규모로 꼽힌다. 벤츠키는 "국가적 상징물을 갖고 일한다는 데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한다. 자꾸 생각하다보면 이를 만지기가 너무 두려워지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손길은 섬세함에 틀림없다. 24년간 박물관내 ‘국기관(Flag Hall)’서 전시됐던 성조기는 색칠이 된 배경위에 전시되어 있었기 때문에 생동감있어 보였으나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보면 그 섬유의 얇기가 거즈같은 부분이 쉽게 눈에 띈다. 일부 적백 줄무늬 부분은 원래 섬유의 60%가 마모됐을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
이 국기는 1812년 영국과 벌인 전쟁시 포트 맥헨리에서 영국군의 폭격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폭격 이튿날 기지에 휘날리는 국기의 모습에 감동한 당시 조지타운출신 변호사이던 플랜시스 스캇 키가 국가의 가사를 지었다. 전투 직후 볼티모어 국기제작자 메리 픽퍼스질이 이 깃발에 난 단지 11군데의 구멍과 찢어진 곳을 수리했을 뿐이었다.
이후 3세대에 걸쳐 이 국기는 그 전투중 기지 지휘를 맡았던 조지 아미스테드 대령의 가족 소장품으로 남았다. 1873년에는 한 해군 장교가 국기 뒤에 캔바스 지지대를 부착하고 사진을 찍었다. 전투가 끝나고 100년 가까이 지난 다음에 아미스테드 일가가 이 국기를 스미스소니언에 기부, 2년 후인 1914년에 스미스소니언은 국기 전문 복원가 아멜리아 파울러를 고용, 낡고 더럽혀진 캔바스를 제거하고 대신 마를 대서 국기를 보호하고 지탱하도록 했다.
파울러와 14명의 자수 전문인들은 6개월에 걸쳐 파울러가 발명한 특수 바느질을 사용, 국기 뒷면에 마를 부착했다. 바느질의 밀도는 평방 인치당 9땀에서 12땀 정도로 국기 전체의 뒤에 거미줄을 친 것처럼 조밀했다. 국기는 새로운 직사각형 뒷 지지대에 안착하기 위해 어느 만큼의 스트레치와 뭉침, 접힘을 겪어내야 했다. 또 새로 더해진 바느질에는 양모로 만들어진 국기 색깔로 염색을 더했다. 별 부분은 제작당시 귀한 직물이던 면으로 만들어졌다.
촘촘한 바느질은 국기가 자리를 잡고 보존되도록 돕긴 했지만 한편으론 그 실제 상태와 많은 문제점들을 가리기도 했다. 조명, 산화, 공기오염, 온도 변화와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이 손상작용을 한 것이다. 스미스소니언이 1994년에 이 국기에 광범위한 복원작업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을 때 파울러의 바느질과 지지대가 제거돼야만 한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2002년 가을, 새로 단장한 국기 전시를 큐레이터할 마릴린 조이디스는 "성조기의 상태는 뒷면 바느질이 제거된 지금 훨씬 분명하다"며 "완전히 바느질로 가려졌었던 손상부분도 찾아냈고 본체에서 떨어져 나온채 바느질로만 붙어있는 조각들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울러의 바느질을 제거해보니 본래 국기의 색깔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생생함이 드러났다. 또한 국기의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잉크 자국은 오랫동안 아미스테드가 그 국기에 서명했다는 통념을 확인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이전에는 기록된 바 없이 기운 흔적도 발견돼 총 27개가 됐다.
파울러의 바느질은 국기 정면 것은 땀땀이 두 번씩 가위질을 당해 제거된 반면 마 지지대 쪽 바느질은 그대로 남아있다. 보수팀은 국기 앞면에 마르키세트라고 불리는 가벼운 합성섬유로 만든 임시 지지층을 부착했다. 이 임시 지지섬유는 깃발이 아니라 마에 바느질됐다.
그 낡은 마도 결국은 조금씩 벗겨내게 될 것이다. 특별히 망가지기 쉬운 부분에선 아마도 한번에 한줄씩, 아주 더디게 제거해야 할 지도 모른다. 보수팀은 이 일이 표면의 바느질 제거보다 훨씬 더 어렵고 힘든 작업일 수 있다고 본다. 마가 완전히 제거되면 마르키세트가 한겹 입혀질 것이지만 그 다음 작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보수팀은 더 작업을 진전하기 전에 뒷 지지대를 제거한 국기의 사진을 찍을 것이다.
보수팀은 이 국기를 세탁하는 방법은 물론 안정화시킬 최선의 방법도 찾아야 한다. 이 국기를 영구히 지지하기에 적절한 직물은 아직 정하지 못했지만 적절히 잘 취급해준다면 국기는 500~1,000년은 버텨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국기는 보호 시스팀을 갖춘 실험실에 전시되어 있으나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1999년 5월 이래 250만명의 관람객이 복원 작업 현황을 구경했다. 로렌스 스몰 스미소니언 박물관장은 "미국인이면서 이 국기에 감동받지 않기는 매우 힘들다"며 "국기가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강한 상징임을 깨달으면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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