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혁명으로 압축되는 ‘신경제’는 빈익빅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키고 선진국과 후진국을 차이를 더 벌어지게 할 것인가. 신경제는 과연 앞으로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월스트릿 워싱턴 지사장 앨런 머레이의 저서 ‘부의 선택’(Wealth of Choices)은 경제전문 기자로서 해박한 지식을 배경으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젊은 한인 여성 닷컴 기업가 앤지 김씨를 ‘신경제의 모델’로 소개하기도 한 ‘부의 선택’을 통해 신경제의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새 천년을 맞은 역사적 전환점에서 미국에 산다는 것은 부의 선택에 직면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은 냉전시대를 점철했던 공멸의 위협과 함께 자취를 감췄고 미국 경제도 임종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는 믿음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산주의와 파시즘과의 처절한 투쟁을 지켜보던 20세기의 여신은 인간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손을 들어줬고 인간의 상상력이 압제를 벗어나 자유를 찾은 정도는 10~20년 전에는 상상도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에서 신경제는 20세기가 남겨준 가장 골치 아픈 유산인 빈자와 부자의 차이, 빈국과 부국의 차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아직 안개 속에 있지만 두 개의 신화가 대립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나는 ‘민중신화’고 다른 하나는 ‘독점신화’다.
민중신화란 기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신경제가 ‘다윗’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이 전망의 요지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대기업이 인간의 삶과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는데 존 갈브레이스의 ‘신산업국가’가 이같은 생각을 집대성한 고전이었고 IBM이 여기서 말하는 대기업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퍼스컴이라는 획기적 아이디어를 들고 교외의 주택에서 시작한 애플은 상상을 초월하는 성장을 계속해 1984년 수퍼보울이 TV로 생중계될 때 한 여성이 커다란 망치를 들고 ‘대형’(Big Brother)의 이미지를 깨뜨리는 장면을 광고로 방영해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널리 알렸다.
인터넷은 정보의 민주화를 통해 이같은 민중신화를 강화했다. 정보의 상향적 집중에 입각한 계급구조는 수평화됐고 누구라도 모뎀만 있으면 미중앙정보국(CIA)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를 얻고, 미연방의회에 들어앉아 있는 것과 다름없이 지식에 접근하고, 제너럴 모터스(GM)와 같은 입장에서 시장에 교두보를 얻게 됐다.
독점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메리칸 온라인(AOL)·시스코(CISCO) 같은 회사가 막대한 돈과 영향력을 함께 얻어 ‘골리앗’으로 변하는 속도는 길드 시대의 ‘강도나 다름없었던’ 자본주의 얼굴도 뜨겁게 할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신경제가 ‘작은 고추’를 맵게 한다는 주장 속에서 이미 대기업으로 변모한 회사들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신경제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규모의 경제’를 즐겨 말한다. 소프트웨어와 네트웍 비즈니스에서는 기업을 확장하는 비용이 아주 적거나 무시해도 좋을 정도지만 확장으로 인한 혜택은 아주 크다. 오늘날 세계 경제에서 어떤 기업이 선발주자가 된다는 사실로 인해 누리는 혜택이 있다면 개인이나 국가의 입장에서도 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처음 이용한다는 사실로 인해 누리는 혜택이 있을 것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얻는 오늘날 경제질서에서는 개인이든 국가이든 후발주자에게는 남는 것이 없다.
민중신화와 독점신화, 이 가운데 어떤 이론이 ‘신경제’가 인도하는 미래를 더 적절히 설명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지난 20년의 역사가 인류에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것이 있다면 미래를 점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기술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옛날보다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그같은 정보는 곧 힘이다.
부의 근원은 역사의 발전과 함께 변천해 왔다.
지난 천년대 대부분에 걸쳐 식량이 풍부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토지였기 때문에 부의 근원은 토지소유에 있었다. 산업혁명 후에는 에너지가 중요한 요소였는데 이로 인해 존 록펠러가 석유사업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부는 자본가에게 돌아가 개인이든 대기업이든 대자본을 가진 자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신경제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광활한 토지를 소유할 필요도 막대한 원유를 쥐고 있을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커다란 공장의 소유주가 되거나 대자본가 돼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신경제에서는 올바른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 돈이 사람과 아이디어를 따라 다니기 때문이다.
<한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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