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때였어요. 동네 이스트캄튼팍 테니스코트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남자가 총을 마구 쏴대는 거예요. 누구를 겨냥한 총격인지도 모른채 코트바닥에 숨도 못쉬고 엎드려 있었지요"
지난 8일 린지 대븐포트를 물리치고 세계최고 권위의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우승트로피를 차지한데 이어 10일 다시 동생 서리나와 한조로 여자복식도 석권한 비너스 윌리엄스의 이야기다. 비너스 윌리엄스는 그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의 말을 빌면 ‘미국 최악의 빈민가’라는 캄튼에서 태어났다. 캄튼이 어떤 곳인지는 남가주 한인들도 잘알고 있다. 대낮에도 갱들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경찰도 출동을 꺼리는 전형적인 게토다.
금년 20살의 비너스와 한 살 아래 동생 서리나는 드라이브바이슈팅이 난무하고 마약딜러들이 득시글 거리며 바닥은 갈라지고 깨진 유리조각 투성이인 동네공원 테니스코트에서 바람빠진 공으로 테니스를 익혔다.
테니스는 골프,수영,스키,빙상등과 함께 흑인들이 하기 어려운 운동종목으로 꼽혀왔다. 흑인이 윔블던 여자단식 챔피언에 오른 것도 지난58년 알시아 깁슨이후 42년만에 처음이다. 체격조건의 차이를 이유로 꼽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은 배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 가난한 흑인들이 시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비너스가 흑인에게는 금지된 영역인 테니스계에 진출, 오늘의 영광을 얻기까지는 그아버지의 역할이 크다. 비너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는 루이지애너주 가난한 소작농 아들로 태어났다. 간호원 출신의 부인 브랜디와의 사이에 딸만 다섯을 두었는데 그중 네째인 비너스와 막내 서리나에게 4살때부터 테니스를 가르쳤다. 캄튼 빈민가에 살던 그에게 테니스 레슨을 정식으로 시킬만한 돈이 있었을리 없다. 책과 비디오를 통해서 독학으로 자신이 먼저 테니스를 익힌 뒤 딸들을 가르쳤다.
리차드는 비너스와 서리나가 중학교때 학교를 중퇴시키고 홈스쿨링을 시켰는데 A+를 못받으면 대회 참가회수를 줄이는등 학업관리에도 신경을 썼다. 덕분에 비너스는 97년 GPA 3.8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얻었다.
리차드는 비너스가 14살이던 94년 주니어대회란 대회는 모두 휩쓸자 프로에 데뷔시켰다. 그러나 첫해인 94년도에는 1개대회, 이듬해인 95년에는 3개대회만을 참가시켰고 96년에는 5개대회로 제한했다. 학업을 소홀히 않게 하고 체력관리도 겸하자는 뜻에서 나온 조치였다. 그같은 아버지 생각에 영향을 받은 듯 비너스 자신도 테니스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며 26세까지만 선수생활을 할 뜻을 여러차례 밝힌바 있다.
지금은 리박과의 스폰서계약으로만 연간 12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에 10에이커가 넘는 저택에 살고있는 비너스지만 험악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주위에서 ‘다소 호전적’이라는 평판을 듣고있다. 언젠가는 경기가 끝난후 악수하자고 손을 내민 상대선수에게 "내게 손대지마!"라고 고함을 친 일도 있다. 윔블던 결승에서 맞붙었던 대븐포트도 "인종문제를 거론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비너스는 우리와 다른 점이 너무 많다"고 평했다. 비너스 자신은 이에대해 "나는 친구나 사귀고 수다나 떨자고 테니스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맞섰다.
아버지 리차드도 비너스는 ‘게토출신 신데렐라’고 상대 선수들은 ‘프리마 돈나’라며 처음부터 어울릴 수 없는 사이라고 못박고 있다. 리차드는 비너스와 서리나가 테니스대회에서 다른선수들을 물리칠 때마다 "감히 검둥이가 우리 딸을 이겼다"며 식식대는 백인부모들의 등쌀에 딸들의 테니스 커리어를 중단시킬 생각까지 한때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타이거 우즈의 등장으로 골프계에서 인종장벽이 무너진데 이어 윌리엄스자매의 부상으로 테니스계에서도 칼라장벽이 무너지고 있다. 테니스계 관계자들은 타이거돌풍으로 흑인 청소년 사이에 골프붐이 불었듯이 이번 비너스 윌리엄스의 윔블던 제패로 흑인 청소년들 사이에 테니스붐이 일어 최근 침체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테니스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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