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말에 싸움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다 는 말이 있다. 우리 한인사회의 여러면을 보면 개인차원에서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면서 작은 싸움에서는 이기는 듯 했지만 공동체 전체의 권익향상에서는 지는 전쟁을 하고 있는면이 많음을 본다.
간간히 개인들이 영향력있는 자리에 오르는 경우들은 있었다 하더라도 코리언 어메리칸 공동체 전체의 영향력은 크게 발전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미주한인중에 누가 한국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되었다고 하면 한인사회는 동네에서 인물이 난 듯 기뻐하기는 했지만 과연 이런일들이 동포사회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마찬가지로 한인이 미국 정치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연 얼마나 한인공동체의 권익을 위해 그들이 일했는지 미지수다.
공동체 발전에는 두가지 요소가 요구된다. 첫째는 공동의 비전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경험의 축적(Habit of Working Together) 둘째는 정치의식 상승(Political Consciousness)이다. 예를 들어 LA폭동사태와 같은 난관을 함께 견뎌내면서 공동체가 함께 일한 역사가 쌓아져야 하는 것이고 그 문제를 이해하는 정치의식이 상승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발전이 있었는가? 미국역사는 서부개척을 위해 기차길을 놓는 작업에 헌신한 중국인들을 차별하고 학살한 원죄 때문에 중국인 커뮤니티를 무시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2차대전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을 포로처럼 집단수용한 원죄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관대하다. 그러면 우리 한인들에게 수억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LA폭동사태에 대해 미국사회는 어떤 자세를 취해왔으며 우리는 이 역사의 경험을 어떻게 역사발전을 위해 선용했는가? 앞으로 한인사회의 지도자들은 공동체발전을 이끌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미주한인사회 발전에 가장 큰 장애물중 하나는 한국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성 단체들의 영향력이다. 마찬가지로 한인사회는 경제, 문화, 종교를 포함한 전반에 걸쳐 한국의 영향을 받느라 이땅에서의 주체적 역량이 계발되지를 않는다. 더욱이 걱정되는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성 단체들의 출현이다.
얼마전에 미국 여러곳에서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호국찬양 기도회’ 라는 행사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했지만 주관하는 단체의 성격이 불확실한데도 교계가 검증의 과정없이 둘러리를 서는 것을 보면서 기회의 역사의 때는 항상 기회주의자들의 횡보가 빠름을 실감했다. 남한의 해바라기들만이 아니라 북한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북을 향한 해바라기 기회주의자들은 앞으로 얼마나 많아질까 우려된다.
모 경제단체가 클린턴대통령 내외를 초청하여 대대적인 만찬을 벌인다고 한다. 이 단체는 주로 북한을 상대로 장사를 하려고 생긴 단체로 알려졌는데 그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런 행사를 하는지 의문이 앞서며 과연 동포사회에 어떤 발전적 역할을 할것인지 궁금하다. 20여년전 남아프리카 인권투쟁의 지도자였던 알렌 부섹이 순진이여 안녕(Farewell to Innocence)이란 책에서 무기력한 순진에서 깨어나야 역사는 발전한다고 역설했듯이 우리 미주 한인공동체도 이제 순진에서 깨어나야 할때가 되었다. 남과 북의 해바라기성 단체들이 강화되면 한인공동체의 주체적인 역량은 그만큼 낙후될것이다.
애틀란타에는 몇 달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브래이브스 야구선구 존 락커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도 무성하다. 대부분 그를 내쫒으라고 강경한 발언들을 했을 때 애틀란타 시장과 유엔대사를 지낸 앤드류 영이 그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자는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그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에 관중들의 야유나 백인동료들의 차별에 흥분하거나 좌절하지않고 견뎌내면서 야구를 했던 로빈슨이나 행크 아론같은 흑인선수들의 성숙함은 오랜 세월에 걸친 선배들의 인내와 극기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그들은 차별받으며 살아야 했던 소수민족들의 소망과 기도를 어깨에 짊어지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 커뮤니티에도 공동체의 소망과 기도의 멍에를 메고 미래를 열어가는 훈련된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또한 이제쯤이면 우리 한인사회도 자주독립선언을 할 때가 되었다. 우리는 남과 북의 어설픈 닮은꼴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상급 가수가 오가며 한인들이 땀흘려 번 돈을 낭비하게 하는 것 보다 어려워도 자랑스런 코리안 아메리칸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할것이다. 한국선거때마다 ‘아무개 후원회’들을 만들어서 허망하고 실속없는 일들로 한인사회를 분주하게 만들기 보다 미국에서의 정치역량을 키우는 일에 에너지를 투자하자. 북한방송국을 미주에다 세우려는 계획이 있다고 하는데 미주한인사회를 남이나 북의 식민지화 하는 일은 서로 삼가해야 한다. 진정 조국을 사랑하는 일도 우리의 후손들이 이땅에서 자랑스럽게 살길도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역사를 형성해 나가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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