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심장부에서 오부영씨(75세)는 상념에 잠겨 북한에 두고 온 고향집을 이야기하며 분단된 한반도를 통일로 이끌기 위한 한국의 두 지도자의 만남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를 밝혔다.
“거의 모든 나날동안 우리는 통일된 자유한국을 염원하고 기다려왔다.”라고 오씨는 말했다. 그는 1946년 북녁 고향을 떠나온 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제 두 지도자가 몸소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오씨와 아내 향림씨(74세)가 로컬 한인텔레비전방송을 통해 남쪽의 김대중 대통령, 북한의 김정일 지도자와의 역사적 정상회담 보도를 지켜보며 그 아이러니를 절감했다.
“나로 하여금 고향집을 떠나게 만든 게 김일성인데 이제 그 아들이 나를 돌아가게 해줄 수 있다. 이건 마치 꿈만 같다.”
두 김씨가 회담하기로 합의한 후 남가주의 한인교회들은 여러차례 기도회를 개최했고 수만명이 이에 참석했다. 남가주는 아시아를 제외한 세계 각지에서 한인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다.
동족상잔의 전쟁과 통일에 대한 논의는 있었으나 아무 것도 실행되지 않은 채 두 정부간의 반세기에 걸친 증오로 많은 미국거주 한인들이 회의를 표시하고 있다.
“두 지도자가 악수하고 텔레비전을 통해 이것이 보도되었다고 50년간의 주입사상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겠읍니까?”라고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인 하기환씨는 말한다.
수천명이 거리에 줄지어서서 김대중대통령을 환영한 모습을 포함, 이번 주에 평양에서 있었던 회담은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시받은대로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지도자간의 회합은 획기적 업적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한인지원센터의 지미 최 회장은 밝혔다.
지난 해를 포함, 1981년 이후 세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퀘이커교도인 최씨는 한반도의 미래가 그 어느때보다도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무척 흥분됩니다. 많은 한인들이 회의적인 것도 압니다. 그들은 김정일이 연기를 하고 있을 거라고 의문시하지요. 그러나 나는 이번에는 그냥 단순히 믿기로 했지요. 결국 두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요.”
그가 북한을 방문했을 때 북한사회가 전보다 좀더 개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김정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놀라웠다고 한다. 1994년 7월 아버지가 사망한 후 권력을 이어받고 은둔해온 북한지도자인 김정일은 수년간 남한 언론에 위험하고 기괴한 인물로 그려져왔다. 1989년 미얀마(버마)를 순방중이던 한국정부 수뇌부 인사들을 살해하도록 명령한 잔인한 인물로 묘사되어왔다.
두 지도자들은 회담을 통해 올 8월15일 무렵에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도록 협약했다. 8월15일은 한국이 일본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인 광복절이다.
최씨는 이 날이 수많은 이산가족 상봉의 시효가 될 것을 기대했다.
남북 분단으로 1천100만명의 이산가족이 생긴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일본의 항복으로 2차대전이 끝난 후 남쪽은 미국, 북쪽은 소련 영향하에 들어가는 바람에 한국은 일본에서의 해방이 남북분단으로 이어졌다.
한인 사회운동가인 심인보씨(36세)는 두 지도자가 안보에 관해 논의하지 않았음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김대중대통령은 실제로 안보문제를 논의했다고 서울에 돌아온 후 밝혔다.)
“한반도의 군사적 안전을 다지는 게 필요합니다. 한인들이 나라를 분리시키지 않았어요.” 마찬가지로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중국, 그리고 다른 강대국도 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씨는 한국이 초강대국들 권력타툼의 인질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1946년 남향하면서 평양을 떠난 김준복씨(79세)는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말한다.
“무척 좋은 발전이지만 어떻게 되어가는지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인타운 인근의 샬롬선교회 양현승목사는 “즐거울 때면 기쁨이 충만하고 가득 채워지길 기대하지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번 일은 기쁨이 좀 혼란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조심성이 필요하며 냉정을 잃지 말아야 하니까요.”
1997년 북한에 식량을 지원했던 L.A. 한미구호기금의 사절단 일원이었던 양목사는 두 지도자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단순한 그들만의 행동이 아님을 명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 실현된 것은 곳곳에서 수많은 한인들이 피와 땀, 눈물과 기도로 이루어낸 결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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